LG생활건강 이정애 대표. /사진=LG생활건강
17일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이정애 대표는 이달 2일 신년사에서 “MZ, 알파 세대 고객에 기반을 둔 브랜드 M&A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미래 성장성과 수익 기여도가 미흡한 사업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효율화로 사업의 내실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신년사에서 M&A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2022년 12월 LG생활건강 대표직에 올랐다. 2023년 취임 첫 일성으로 소통을, 2024년에는 성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역량’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신년사 끝머리에 M&A를 시사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LG생활건강의 최근 3년 실적과 무관치 않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21년 매출이 8조915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은 후 2022년 7조1858억 원, 2023년 6조8048억 원까지 내리막을 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21년 1조2896억 원에서 2022년 7111억 원, 2023년 4870억 원으로 급감했다. 2024년에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5조2020억 원으로, 전년(5조2376억 원)보다 소폭(-0.7%) 빠졌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4323억 원) 대비 3.9% 하락한 4156억 원에 그쳤다. 국내 저성장 기조로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는 점과 중국발 면세점 수요 부진으로 해외 사업이 다소 위축된 점이 이러한 실적 부진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사업 재편을 추진하면서 판관비를 줄이는 등 내실 경영에 힘을 줬다. 예컨대 LG생활건강 주력 뷰티 브랜드인 ‘더후’의 경우, 모델로 배우 김지원을 발탁해 마케팅을 전개했고, 온라인몰을 론칭해 매출 다변화를 시도했다. 이 기간 판관비는 2021년 3조7620억 원에서 2023년 3조1400억 원으로, 16.5% 줄었다.
해외 사업에서도 변화를 줬다. 중국에서는 티몰이나 도우인 등 이커머스 채널로 공략해 실적을 끌어올렸다. 아시아권 유명 인플루언서를 국내로 초청해 ‘더후’ 생산공장과 연구소를 소개하는 등 바이럴 마케팅도 펼쳤다. 미국에서는 스타벅스와 아마존 등에서 마케팅 경력을 쌓은 문혜영 부사장을 LG생활건강 미주사업총괄로 영입했다. 일본은 K뷰티 열풍에 착안해 현지 팝업을 강화했다. 이 같은 노력에 LG생활건강은 지난해 3분기 누적 해외 매출이 전년보다 1.3% 오르며 1조4942억 원을 기록, 지난 3년의 역성장을 물리쳤다. 특히 중국 매출이 5691억 원으로 8.9% 늘며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2023년·2024년 3분기 누적 매출 추이. /그래픽=한국금융신문
LG생활건강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음료사업을 제외한 뷰티 매출이 3조7886억 원이다. 아모레퍼시픽 전체 매출(2조7934억 원)보다 약 30% 더 높다. 해외 매출을 보면 LG생활건강이 1조4942억 원, 아모레퍼시픽이 1조1921억 원으로 약 20% 차이로 좁혀진다. 아모레퍼시픽의 K뷰티 성장률이 7%대를 보인 반면 LG생활건강은 1%대에 그쳤다. 그러면서 아모레퍼시픽과 다르게 회사 전체 실적에서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이정애 대표가 그룹 신년사로 M&A를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만큼 이를 해외로 파고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략적이면서도 공격적인 M&A가 필요하다.
한편, 1963년생 이 대표는 이화여자대 경제학과를 나온 후 1986년 LG그룹 공채로 입사했다. 그는 LG화학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로 경력을 쌓았으며, 생활용품사업부장을 거쳤다. 2009년 LG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상무) 타이틀을 거머쥔 후 2013년에는 전무로 쾌속 승진했다. 이후 2016년 LG그룹 첫 여성 부사장에 올랐고, 2018년 LG생활건강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 그러다 2022년 11월 LG생활건강 대표직을 꿰찼고, 어느덧 임기 만료 1년을 앞뒀다.
이 대표의 공격적인 경영 행보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향후 3년간 자사주 3000억 원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배당성향도 기존 20%대에서 30%대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최근에는 뷰티테크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펀드에도 투자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