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통위 7인 체제 모습. / 사진제공= 한국은행(2025.01.16)
이미지 확대보기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으로 높은 상황에서 3연속 금리인하가 단행될 경우 원화가치 하방 압력이 강화되고 물가 상승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3년 2개월 만에 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피봇(pivot,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본격화했고, 11월까지 2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이번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지, 인하할 지 팽팽하게 전망이 맞섰는데, 올해 첫 금통위는 결국 금리 동결로 '숨 고르기'를 했다.
경기하방 위험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리 동결은 무엇보다도 환율이 핵심 고려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재선, 국내적으로는 계엄사태가 잇따르며 급등했다. 새해 들어서도 트럼프 2.0 정부 출범이 임박하고, 국내 탄핵 정국으로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환율 불안은 수입 물가와 연결되기 때문에 금리 동결의 큰 배경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물가 안정목표는 2.0%다.
또 금리 동결로 결정된 데는 금리 인하 시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 확대 경계 요인도 감안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준(Fed)은 지난해 마지막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연속 인하한 4.25~4.50%로 조정했다. 특히, 올해 금리 인하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연준은 2025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3.9%로 제시했고, 금리인하 예상 횟수는 4회에서 2회로 절반이나 축소됐다.
만약 금리차가 벌어지면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우려를 더할 수 있기 때문에 동결에 힘이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1월 금통위 금리 동결로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는 최대 1.5%p를 유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 사진제공= 한국은행(2025.01.16)
이미지 확대보기오는 20일(현지시각) 취임식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고, 이달 28~29일 새해 첫 미국 연준 FOMC 정례회의도 대기 중이다.
국내적으로도 정책 공조 차원에서 이번에는 동결에 무게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날 금통위의 금리 동결 결정은 전원일치보다는 소수의견이 제시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한은 금통위는 오는 2월 25일이다. 이때 그동안 계엄사태 및 탄핵정국 등을 반영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면서 금리 결정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는 2025년 신년사에서 "전례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추어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 성장, 환율, 가계부채 등 정책변수 간 상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경제 흐름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다"고 제시한 바 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