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 / 사진제공= 한국사회투자(2025.01)
이미지 확대보기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사진)는 14일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한국금융신문과 인터뷰에서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란 결코 자선도 아니고, '돈 못 버는 투자'와도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투자는 2012년 설립된 공익법인 임팩트투자사다. 사회·환경적 성과와 재무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한다. 기업의 사회공헌 예산 즉, 기부금을 기반으로 한 투자 및 액셀러레이팅(AC)이 특징적이다. 기후테크, 사회서비스, 농식품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소셜임팩트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 근무하며 구호현장 경험이 풍부한 이순열 대표, 딜로이트 안진 등 다국적 기업에서 유수의 기업들을 컨설팅했던 이종익 대표가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투자의 '투자 본능'은 여느 민간의 벤처캐피탈(VC)이나 엑셀러레이터의 치열함 못지않다. 2024년까지 누적된 투자 스타트업 포트폴리오사는 70곳에 달한다.
이 대표는 “올해 투자 포트폴리오사를 30곳 추가해서 누적 기준 100곳의 세 자리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투자는 ESG 기부펀드 '임팩트 퓨처'로 차별화하고 있다. 기부를 통한 임팩트투자는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모험자본’ 역할과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인내자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순열 대표는 “한국사회투자는 기금이나 큰 출연금을 바탕으로 만든 재단이 아니며, 그만큼 저희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 스타트업 육성 리소스(자원)를 자체적으로 다 조달해야 한다”며 “리소스 확보를 위해서는 경쟁이 붙고, 기술 및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 실제 사업 성장성이 있는 지에 대한 판단 등 우리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부금을 기반으로 일반적인 VC들보다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은 장점이다. 이 대표는 "저희는 기부 재원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의 혁신성, 효과성, 비즈니스 파급성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다"며 "그러한 기업들에 투자해 왔고, 그 방식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사회투자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한 재활솔루션을 제공하는 ‘잼잼테라퓨틱스’ 등 복지 및 사회 분야, 대형폐기물 수거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같다’ 등 기후 및 환경 분야 등에 투자했다. 또 건물 에너지 관리 솔루션 기업 ‘씨드앤’의 경우, 기부 기반 투자금 회수(Exit) 사례로, 펀드는 투자 원금의 세 배를 회수했다.
앞서 하나금융그룹(ESG 더블 임팩트 매칭펀드) 등 주요 기업들과 펀드를 조성했고, IBK기업은행(IBK 창공(創工)) 등과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주요 파트너로는 서울시,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전력공사, 한국국제협력단, 기술보증기금, 글로벌 코카콜라 재단, 현대오토에버 등이 있다.
특히, 이 대표는 가장 주목하는 투자 및 육성 분야로 사회서비스를 지목했다.
이 대표는 "아무래도 ESG 중에서 기후테크 관련된 분야에 돈이 몰리고 있고,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곳이 사회서비스"라며 "사회서비스는 사람이 살아가는 휴먼(human) 서비스들을 모두 하는 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재활, 헬스케어, 돌봄 등 사람이 하던 서비스가 기술로 대체될 수 있게 되면, 혁신서비스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균형 잡힌 임팩트 창출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작년 기준으로 한사투 투자액의 과반을 사회서비스에 투자했고, 사회서비스는 저희가 1위라고 할 수 있다"며 "기부금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면 투자하는 것이고, 성장기업에 투자하니 오히려 회수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현지 AC 및 VC와 협업하고 있다. 한사투 만의 기부금 기반 펀드레이징을 해외에서도 실행할 수 있도록 모델을 구상중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임팩트 투자 포트폴리오도 축적되고 있다. 2020년부터 기후테크, 사회서비스, 농식품 등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에 힘을 싣고 있다. 벤처투자 생태계의 혹한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2022년 24개 기업에 29억원, 2023년 15개 기업에 27억원을 투자하는 등 매년 ESG 스타트업 중심의 투자 기조를 이어왔다. 2024년에도 18개 스타트업에 29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로써 한사투의 포트폴리오사는 현재 누적 기준 70곳에 달하게 됐다.
이 대표는 "올해 30곳을 추가해서 누적 투자포트폴리오를 1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며 "혁신적인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펀딩 기회가 제한적인 만큼, 투자를 늘려 물꼬를 터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검증을 거쳐 30억원의 재원을 두 곳에 15억원씩 배분하기 보다는, 작게라도 보다 여러 곳에 선도 투자해서 신규투자 리스크를 낮춰주면 스타트업들이 후속 투자를 받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사회투자는 올해 정책펀드 및 모태펀드 유치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TIPS' 운용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여기에 기존 인프라를 좀 더 파워풀하게 지원하고, 벤처투자 주류 플레이어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