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이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10%를 매입한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이미지 확대보기이마트는 지난 10일 정 회장이 이 총괄회장의 보유 지분 10%를 매수하는 거래계획보고서를 공시했다. 정 회장은 오는 2월 10일부터 3월 11일까지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보통주 278만7582주를 시간외 거래를 통해 매수한다. 친족 간 거래로 주식 1주당 가격은 지난 9일 종가(6만4000원)에 20% 할증이 붙은 7만6800원으로 책정됐다. 총액은 2141억 원에 달한다.
이마트에 따르면 정 회장은 모친의 지분 인수를 위해 현금 등 개인자산을 활용한다. 지분 매입이 완성되면 정 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기존 18.56%에서 28.56%로 늘어난다.
정 회장의 지분 매입에서 주목할 점은 증여가 아닌 비용 부담이 큰 직접 매입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친족 간 지분 매입은 증여와 비교해 약 2배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괄회장도 주식 양도 후 수백억 원대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 회장이 이마트 최대주주로서 성과주의에 입각한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정 회장이 개인 자산을 투입해 부담을 지고서라도 매수하는 것은 이마트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책임 의식과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IB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뭔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한데, (왜 그렇게 하는 것인지) 그 이유는 그들만이 알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 회장은 2023년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내면서 ‘성과주의 인사’를 강조해왔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인사와 보상을 철저히 성과에 기반해 하겠다는 의미에서다.
정 회장이 사재로 지분을 매입하는 것도 ‘성과주의’에 바탕을 뒀다. 비용 부담이 크지만 스스로의 부담감을 늘리면서까지 이마트의 실적을 개선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정 회장이지만 정작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 자리에는 오르지 않았다.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지만 법적 책임에서 벗어났다는 점은 아쉽다.
정 회장은 2006년 부회장에 오른 뒤 2010년 3월과 2011년 5월 각각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하지만 2012년 경제개혁연대가 신세계그룹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해 정 회장 등 신세계 및 이마트 임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2013년 정기 주총을 앞두고 사내이사직을 내려놨다. 이후 12년간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는 지분 매입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승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그간 정 회장은 모친인 이 총괄회장의 그늘에 가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이 총괄회장은 경영전략실을 통해 경영과 재무, 인사 등에 직·간적접인 영향을 끼쳐왔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은 이 총괄회장의 직속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23년 말을 기점으로 경영전략실이 개편되면서 달라졌다. 정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와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 김민규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총괄부사장이 경영전략실에 배치되면서다. 이를 통해 정 회장의 그룹 내 장악력이 높아질 거란 해석이 나왔고, 이듬해 정 회장은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의 영향력은 공고해졌다.
대신증권은 정 회장의 이번 지분 매입이 단기 투자심리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마트 주가 상승을 위해선 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13일 “지분 매입으로 이마트 주가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없다”면서도 “정용진 회장의 책임경영 의지를 확인할 수 있어 단기 투자심리에는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어 “이마트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선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자회사 실적 개선 추이를 확인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