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주요 페이사 선불충전금 운용내역 / 출처=각사 공시
13일 국내 주요 간편결제사·이커머스사 6곳(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쿠팡페이·당근페이·페이코)의 지난해 말 선불충전금 잔액은 1조2382억원으로 전년(8874억원)보다 39.53% 증가했다.
선불충전금은 고객이 특정 플랫폼에서 결제를 위해 미리 예치해두는 현금을 말한다. 선불충전금 잔액이 많다는 것은 해당 플랫폼에서 소비하는 고객이 많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즉 선불충전금을 많이 보유한 플랫폼일수록 인기가 높다.
최근 카카오톡, 네이버, 토스 등 핀테크 앱을 필두로 온라인 간편결제가 늘면서 선불충전금 규모도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024년 상반기 선불전자지급서비스 이용금액은 1조1519억원으로, 2년 전인 2022년 상반기(8016억원)보다 43%가량 늘었다.
각사별로 보면 카카오페이의 선불충전금 규모가 583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6개사 전체 충전금(1조2382억원)의 47%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전년(5216억원)보다 11.68% 늘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앱과의 시너지로 간편결제 시장에서 절대적 강자로 통한다. 카카오톡 내 선물·송금하기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선 카카오페이 이용이 필수인데, 이 점이 영향을 크게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택시에서도 카카오페이를 결제수단으로 추가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의 선불충전금 잔액이 1552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네이버페이 작년 말 잔액은 2023년 말(1160억원)보다 33.79% 증가했다. 네이버페이는 계열사인 네이버쇼핑 덕을 보고 있다. 네이버쇼핑 시 네이버페이머니로 물건을 구매하면 최대 3%가 적립된다. 적립된 포인트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토스페이는 전년(1069억원)대비 18.42% 늘어난 1266억원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토스는 앞선 2곳과 달리 페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운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 2021년엔 선불충전 서비스 '토스머니'를 중단하기도 했다. 토스 앱 내 토스뱅크 예금계좌와 선불충전의 서비스가 유사해, 고객이 선불충전을 이용할 이유가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마케팅 등을 통해 페이 사업을 키웠고, 그 결과 토스페이 사용자가 늘었다는 게 토스의 설명이다.
이같은 증가폭에 힘입어 내달 중 선불충전 베타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현재 토스페이 결제 수단인 계좌, 카드에서 토스페이머니가 추가되는 식이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과의 시너지로 쿠팡페이 선불충전금 규모는 1176억원으로 국내 주요 핀테크사의 선불충전금 잔액 중 4위를 차지했다. 쿠팡 와우 멤버십 신규 가입 고객 중 쿠페이 머니로 결제 시 결제액의 5%(월 최대 5만원)가 쿠팡캐시로 적립된다.
쿠팡페이의 경우 선불충전금 보관 방식이 눈에 띈다. 쿠팡페이머니 충전 한도는 200만원으로 예금자보호법상 보호대상은 아니지만, 우리은행에 1045억원 신탁을, 서울보증보험에 210억원을 가입해 보호 중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의 당근페이 지난해 선불충전금은 344억원으로 2023년(181억원)대비 90.05% 급증했다. 국내 주요 핀테크사 선불충전금 잔액 평균 증가폭(30.76%)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는 최근 짠테크 열풍으로 중고거래가 늘어난 덕분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당근 가입자 수는 4000만명을 돌파,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페이코의 선불충전금은 185억원으로 전년(150억원)보다 23.33% 증가했다. 휴대폰 결제와 페이팔 등 신규 충전 수단을 늘린 덕분이라는 게 페이코의 설명이다.
페이코는 신탁이 아닌 예치 방식으로 선불충전금을 관리하고 있다. 신한은행에 100억원, 하나은행에 100억원, 수협은행에 50억원을 분산 예치했다. 운용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원금이 보장되는 예치를 택했다는 게 페이코의 설명이다.
신탁은 원금을 투자하는 금융상품으로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이 나오지만, 원금 손실의 위험도 존재한다. 반면 예치의 경우 단순 예금 형식으로 이자수익이 나오며 원금은 보장된다.
김하랑 한국금융신문 기자 r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