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첫 번째 과제는 ‘아워홈’ 인수다. 푸드테크와의 시너지를 위한 밑거름으로 김 부사장이 아워홈을 점찍은 것. 무려 1조5000억 원을 들이는 큰 규모의 거래인 만큼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국내 단체급식 2위 업체인 아워홈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김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8월 아워홈 지분에 대한 주식거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워홈 지분 100%의 가치를 1조5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그간 김 부사장이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확장하는 만큼 기업 인수설이 여러 번 흘러나왔지만 아워홈은 의외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앞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0년 식자재유통사업과 급식사업을 하던 ‘푸디스트’를 1000억 원에 매각했다. 그런데 5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다시 급식사업을 운영하는 아워홈을 사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에 나선 데는 그가 주도하는 푸드테크 신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현재 김 부사장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한화로보틱스 지분 32%를 가지고 있다. 앞서 급식사업을 운영했던 경험을 토대로 푸드테크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김 부사장이 1조 원 이상의 거금을 들여 아워홈을 품에 안으려는 것은 한화 그룹 내 입지를 넓히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선도 있다.
지난해 한화그룹 계열사 간 사업재편이 이뤄지면서 한화그룹 3형제의 승계 작업이 진행됐다. 장남 김동관닫기김동관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에게 그룹 내 ‘알짜’ 계열사를 몰아주고, 둘째 김동원닫기김동원기사 모아보기 한화생명 사장에게 금융 부문을 맡겼다. 그룹 내 비중이 다소 적은 삼남 김 부사장에게는 ‘비(非)방산 알짜’ 사업들을 맡기며 승계 작업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정리가 이뤄졌다.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로보틱스, 한화모멘텀,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미래비전총괄과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 등 총 6개 직책을 겸하고 있다.
알짜 사업들을 맡기긴 했지만 현재 김 부사장이 주축으로 끌고 있는 유통(갤러리아)·리조트 사업은 매출 규모가 2023년 기준 1조1668억 원으로, 한화그룹 전체 매출(53조1348억 원)에서 약 2% 수준을 차지한다.
이를 고려하면, 공격적인 인수와 신사업 추진 등 김 부사장의 과감한 행보는 그 성과를 기반으로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지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아워홈을 가져와 한화그룹 계열사 단체급식 입찰을 따낼 경우 외형 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인수 건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1조5000억 원이라는 과도한 인수금액 ▲급식사업의 미래경쟁력에 대한 의문 ▲아워홈 오너 2세 형제자매의 우선매수권 등 걸림돌이 만만치 않아서다.
1조5000억 원을 기준으로 아워홈의 EV/EBITDA를 계산하면 약 11배 값이 나온다. 동종업계인 현대그린푸드가 4.4배, CJ프레시웨이가 3.9배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EV/EBITDA는 기업의 시장가치(EV)를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으로, 그 비율이 높다면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급식사업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점도 뒤따른다. 급식사업은 안정적인 매출을 내긴 하지만 매출액에 비해 영업이익이 적고, 성장가능성이 낮은 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워홈은 범LG가로서 혈연관계에 따른 계열사 급식사업장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캡티브, LG, LS, GS, LX 등 5곳으로 아워홈 전체 계약 물량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한화로 넘어가게 되면 이 40% 가량에 달하는 위탁급식 물량 건은 경쟁사로 넘어갈 수도 있다.
또 아워홈은 오너가의 1남 3녀가 지분 98% 보유한 가족회사다. 매물로 나온 지분은 장남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38.56%)과 장녀 구미현 아워홈 회장(19.28%) 몫이다.
하지만 3녀 구지은 전 부회장(20.67%)과 차녀 구명진 씨(19.6%)가 보유한 우선매수권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있다. 아워홈 정관에 따르면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팔아야 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다양한 부문의 사업을 검토 중이기는 하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