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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K푸드’ 고추장·김치, ‘세계인 식탁’ 점령하다

손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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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1-13 00:00

북미, 유럽 등 서구권 K푸드 매출 고공행진
고추장으로 만든 떡볶이·치킨 K소스도 인기
국내 김치 수출액의 절반 이상이 종가 김치
천연 감미료인 알룰로스도 해외로 판매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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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K푸드’ 고추장·김치, ‘세계인 식탁’ 점령하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평사원에서 출발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대상 임정배 대표가 K푸드 최전선에 섰다. 고추장과 김치를 앞세워 한국인의 매운맛으로 세계를 강타한 것이다. 대상의 K푸드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 현지인 식탁마저 물들이고 있다.

13일 대상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3조1170억 원)보다 3.0% 증가한 3조210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1102억 원) 대비 30.3% 뛴 1436억 원을 냈다. 내수 침체 장기화로 국내 매출이 하락했지만, 해외에서의 식품 판매량 증가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대상의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매출은 2조1552억 원을 기록, 한 해 전 2조1796억 원보다 소폭 줄었다. 그러나 이 기간 해외 매출은 1조554억 원으로, 2023년의 9374억 원 대비 12.6% 상승했다. 해외에서 K푸드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부진한 국내 사업을 상쇄한 것이다. 이에 대상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3년 30.1%에서 2024년 32.9%로 확대됐다.

대상이 해외에서 주력하고 있는 K푸드에는 고추장, 된장, 쌈장 등 전통 장류를 활용한 K소스와 비건김치, 비트김치, 양배추김치 등 국가별 식문화에 따라 현지화한 K김치가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천연 감미료 열풍이 불면서 알룰로스 소재 사업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대상의 이러한 노력은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먼저 대상의 식품 브랜드인 청정원은 K소스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청정원은 지난 1996년 설립됐으며, 정직과 신뢰를 토대로 다양한 장류와 요리 등을 선보여왔다. 전통발효 제조 공법으로 만든 ‘순창’과 간장 본연의 감칠맛을 살린 ‘햇살담은’, 대상의 대표 조미료인 ‘미원’과 ‘맛선생’, 완성형 요리인 가정간편식 ‘호밍스’ 등이 있다.

특히 해외에서는 청정원 오푸드(O’Food)가 세계 방방곡곡 K소스 확산에 나섰다. 고추장, 된장 등과 같은 전통 장(醬)을 활용해 한식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지인의 입맛과 취향을 담아냈다.

한국의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 소스’를 비롯해 고기와 찰떡궁합인 ‘KBBQ 소스’, 트러플에 고추장을 접목한 ‘트러플 핫소스’, 토마토 소스와 고추장을 섞은 ‘치킨 디핑 소스’ 등이 모두 고추장을 기본 베이스로 만든 제품이다.

국내 소스 시장도 대상과 함께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소스 수출액은 3억65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23년 소스 수출액(3억8400만 달러)의 95%가 넘는 규모다. 이 추세라면 지난해 소스 수출액은 4억 달러 이상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대상은 K소스 인기에 힘입어 한국의 길거리 음식도 해외로 전파 중이다. 만두, 떡볶이, 김밥, 핫도그 등 20종의 간편식과 호떡, 붕어빵, 호두과자 등 8종의 디저트를 선보인 것. 대상은 ‘코리안 스트리트 푸드(Korean Street Food)’를 론칭,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유통 채널에 공들이고 있다.

대상의 김치 브랜드인 종가는 우리나라 최초의 포장김치로서 정통성을 자랑한다. 포장김치는 지난 1988년 정부가 우리의 전통 음식인 김치를 알리기 위해 상품화하면서 탄생했다.

당시 인간문화재 38호이자 조선 궁중음식 전수자인 고(故) 황혜성 씨를 필두로 김치 장인들이 머리를 맞댔다. 유산균 및 종균 개발과 함께 김치 포장 연구가 진행됐고, 브랜드 ‘종가집’이 나왔다. 종가집은 ‘대대로 전해 내려온 손맛을 표준화한다’라는 의미를 내포했다.

종가는 지난 1989년 탄산가스를 붙잡아두는 ‘가스흡수제’를 김치 포장 안에 넣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치 고유의 맛과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포장형태를 유지하는 기술이다.

이후 1993년에는 통조림처럼 김치를 가볍게 먹는 캔김치가 등장했다. 김치가 세계적으로 유행을 탄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7월이다.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 장 부스케 교수가 발효된 배추를 많이 먹을수록 코로나로 인한 사망 확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영향이다.

종가는 아시아와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60여 개 국가로 김치를 수출한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에도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비건김치, 백김치, 비트김치, 피클무, 맛김치, 양배추김치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종가의 김치 수출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300만 달러에서 2023년 8300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종가는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누적 수출액 7100만 달러를 기록, 최고 실적을 다시 쓸 전망이다. 이 기간 우리나라 김치 수출액은 1억2100만 달러로, 종가는 이 가운데 약 58%를 차지했다. 세계인이 먹는 김치 중 절반 이상이 종가인 셈이다.

대상은 식품 소재인 전분, 전분당에 이어 천연 감미료인 알룰로스 생산에도 대대적으로 나선 상태다. 알룰로스는 설탕을 대신한 대체 감미료로, ‘제로 칼로리’ 열풍과 함께 부상 중이다. 기존 인공 감미료였던 아스파탐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되면서 알룰로스가 감미료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알룰로스는 무화과나 건포도 등 과일이나 농작물에 희소하게 있는 당류를 원료로 한다. 설탕의 약 70% 감미도를 내지만, 열량은 약 10% 수준이다. 음료, 잼, 아이스크림, 스낵 등 다양한 종류의 식품에 원료로 사용된다.

이에 대상은 지난 2023년 7월 전북 군산에 있는 전분당 공장에 약 300억 원을 투입, 알룰로스 전용 생산시설을 준공했다.

대상은 롯데칠성음료, 동아오츠카, 하이트진로 등 국내 50여 곳 기업에 알룰로스를 납품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알룰로스 수요가 높아지면서 대체당 브랜드인 ‘스위베로(Sweevero)’를 론칭했다. 스위베로는 ‘달콤함’을 뜻하는 영어 ‘Sweetness’와 ‘진실’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Vero’를 합친 말이다. 특히 ‘Zero’와 ‘Vero’의 어감이 비슷해 ‘제로 칼로리’를 연상시킨다.

최근에는 알룰로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제품을 선보이며 가정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일반 물엿처럼 멸치볶음이나 제육볶음 등 반찬에 사용되는 ‘알룰로스 요리용’과 커피, 스무디와 같은 음료에 시럽처럼 뿌리는 ‘알룰로스 시럽용’이 있다. 대상은 향후 북미 시장과 동남아, 유럽 등으로 알룰로스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상그룹은 현재 해외에 24곳의 계열사와 법인을 두고 있다. 생산공장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중국, 미국, 필리핀 등 5곳이다. 올 하반기에는 폴란드에 유럽 첫 김치 생산공장을 가동한다.

대상의 2024년 3분기 누적 해외 매출 현황을 보면 아시아가 6736억 원, 아메리카가 2030억 원, 유럽이 1560억 원, 오세아니아가 217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6%, 22.8%, 36.1%, 30.7% 늘었다. 아메리카와 유럽, 오세아니아 등 서구권에서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대상의 K푸드 호실적에는 임정배 대표가 있다. 1961년생인 임 대표는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나온 후 1991년 미원통상 무역부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대상그룹 유럽법인장과 기획관리본부장,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이어 대상 소재BU 전략기획본부장과 식품BU 재경본부장을 겸직하다 2017년 3월 대상그룹 각자대표에 올랐다. 2020년 정홍언 전 대표에 이어 대상 대표를 맡아 현재까지 그룹을 이끌어왔다. 평사원에서 CEO까지 오른 인물로, 대상의 사업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임정배 대표는 지난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금까지 양적 성장을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부터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며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제품의 고부가가치를 위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식품사업도 로컬 리더십을 강화해 현지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등 질적 성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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