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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상생안 발목 잡는 이중가격제…“다음 달 시행 불투명”

박슬기 기자

seulgi@

기사입력 : 2025-01-10 15:13

2월 시행 예정인 배달앱 상생안 '위기'
이중가격제·민주당 협의기구가 '발목'
상생안 더뎌지면 피해는 소상공인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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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하는 라이더의 모습.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 /사진=만나플러스 홈페이지

배달하는 라이더의 모습.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 /사진=만나플러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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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올해 2월부터 시행하기로 예정돼 있던 배달앱 상생안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형 프랜차이즈업체를 중심으로 ‘이중가격제’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덩달아 상생안과 별개로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정치권의 움직임도 일어나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00여 일간의 긴 시간을 들여 도출해 낸 배달앱 상생안이지만 이대로라면 물거품이 되고 말 상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속속들이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고 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와 한솥도시락,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배스킨라빈스 등이 이중가격제를 적용하고 나섰다. 치킨 3사도 이중가격제를 검토 중이다.

과거 외식업체의 이중가격제는 해당 업체의 잘못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지난해 치킨업체 등 프랜차이즈를 필두로 배달비 인상요인을 ‘배달앱’으로 지목하면서 이제는 당당하게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메뉴 가격을 인상한 식당의 90.35%가 식재료 비용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프랜차이즈 본사 지침(2.81%), 전기와 가스 등 요금 인상(2.19%), 고용난으로 인한 업무인력 부족(1.4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배달 수수료 부담 때문이라는 답변은 0.61%에 그쳤다.

‘이중가격제’를 도입하는 대부분 업체는 높은 매출을 내는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이다. 이들이 배달앱 상생안을 반대하는 이유도 낮은 매출을 내는 소상공인에게 유리한 구조기 때문이다.

배달앱 상생안의 주요 골자는 거래액에 따라 상위 35%는 7.8%, 35~80%는 6.8%, 하위 20%는 2.0%로 수수료를 차등화하는 것이다. 대신 음식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현행 1900~2900원에서 1900~3400원으로 조정한다.

그렇다고 상위 업체들에게 마냥 불리한 것도 아니다. 하위 65% 입점업주에게 기존 대비 모든 주문금액 기준 비용 부담이 낮아지고 상위 35%에 대해서도 평균 주문금액인 2만5000원 이상일 경우 비용 부담이 내려간다. 사실상 대부분의 배달앱 입점 업주들에게 기존 대비 비용 부담을 낮춘 안이다.

당초 입점업체 단체들이 요구한 5% 수준에 맞추진 못했지만 이정희 배달앱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입점업체 중에서 반대 의견도 있었으나, 전체위원들의 다수가 부족하지만 일단은 상생의 첫걸음을 떼야 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생안 실행 한 달여를 앞두고 ‘이중가격제’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이중가격제 자체는 장사가 어려운 외식업주들이 고육지책으로 적용하는 선택지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간 이중가격제가 크게 공론화되거나 외식업계의 큰 흐름처럼 번지지 않은 것은 업주들 스스로가 소비자 신뢰를 해치고 오히려 외식업 시장에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외식업과 배달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랜차이즈업계가 나서서 이중가격제를 내세우고, 배달앱을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하는 것은 소비자를 볼모로 삼아 외식업과 배달시장에 큰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탄핵정국 속에서 상생안이 힘을 받지 못하자 정치권에서는 이와 별개로 한 합의기구를 만들었다. 지난달 1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지키기 민생실천위원회는 쿠팡과 함께 국회 차원의 새로운 배달앱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는 상생안에 반대했던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수료 부담 경감,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게 목적이다. 배달앱 전반의 주요 현안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새로운 합의가 이뤄진다면 기존 상생안 실행이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새로운 개선책 도출도 지지부진하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등 소상공인들은 조금이나마 나은 상황이 되길 기대해 찬성했지만, 상생안이 시행되지 않으면 힘든 상황이 지속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논의를 하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나 프랜차이즈협회는 높은 매출을 내는 외식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만들어진 상생안을 반대한 곳이다. 특정한 곳과 이야기를 하는 것 역시 을지로위원회가 새롭게 추진하는 합의 기구의 맹점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힘들게 도출된 방안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도 사회적 협의체나 합의기구에 선뜻 참여하기 쉽지 않을 거란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배달앱들 역시 2월 상생안 시행을 목표로 정산시스템 도입 등을 위해 비용 투자와 인력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상생안이 무산된다면 이런 비용투자 마저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새해에도 불경기, 고물가, 최저임금 상승 등 설상가상인 상황에 그나마 소상공인의 숨통이라도 틔워 줄 상생안을 빠르게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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