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현대제철이 미국에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는 제철소를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지난 7일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할 것을 대비해 미국 정부 인사와 접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 투자액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제철은 8일 해명 공시를 내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투자 검토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다만 회사의 주가는 이날 장이 열리자마자 빠지더니 오전 10시 30분 현재 4.4% 넘게 하락했다. 새로운 투자가 결정되면 미래에 대한 이익 기대감 때문에 주가는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다른 철강 사업 대신 현대차·기아에 공급하는 자동차 강판에 집중하겠다는 전략도 얼핏 보면 괜찮다. 그런데도 시장은 무엇을 걱정하고 있을까.
'현대제철이 무슨 돈으로 투자 하느냐'는 것이 가장 크다. 작년 기준 회사가 갚아야 할 차입금 및 사채 규모는 10조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지급한 이자비용만 4100억원이 넘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 물량공세로 벌어들이는 돈은 계속 줄고 있다. 현대제철은 작년 3분기 당기순손실이 162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같은 분기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조1017억원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현대제철이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이번 투자는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 제철소를 보유하면 현대차·기아 제품도 관세 부담을 덜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