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VC업계에 따르면, 제16대 벤처캐피탈협회 회장 후보 접수에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김학균 퀀텀벤처스 대표 4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역대 벤처캐피탈협회 회장 후보 모집에 후보가 4명인건 최초다. 그동안 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2인 이상이 후보에 등록하는 경우 이사회에서 단독 후보를 선정해왔지만, 올해는 회장 선거가 흥한 만큼 이 중 2명의 후보를 선정해 경선으로 치를 예정이다.
본래 송은강 대표, 김창규 대표가 일찌감치 회장 선거 출마를 확정해 2파전이 유력했지만 박기호 대표에 깜짝 후보로 김학균 대표까지 등판했다. 박기호 대표는 KITIA 회장을 지내고 있어 막판까지 고심했지만 업계에서 업계에 오래 몸담은 박기호 대표를 주변에서 많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 흥행은 벤처캐피탈 업계 성장과 함께 정부에 직접 의견을 전할 수 있어 무보수 비상근직임에도 벤처캐피탈협회장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장을 지낼 경우 펀드레이징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네 후보들은 벤처캐피탈 업계 위기 타개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출마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를 대변하는 벤처캐피탈협회장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 창립 초기인 1대 회장은 전경련 부회장을 지냈던 김입삼 회장이, 2대는 재무부 대변인을 지냈던 장영근닫기장영근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맡았다. 3대 오정현 한림종합투자 대표이사, 4대 유만조 장은창업투자 사장까지 모두 오너 출신이 협회를 이끌었다.
첫 전문경영인인 김영준 LG벤처투자 대표가 5대 회장을 지낸 1999년~2002년은 닷컴버블로 업계가 위기를 맞았다.
2000년에는 코스닥 벤처지수가 13분의 1 이상 폭락되며 벤처기업 수가 3000개사가 줄었다. 각종 게이트 들이 터지면서 창투사들이 대거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당시 벤처기업 50%가 망하고 살아남는 비율이 10%에 불과한 '벤처대란설'이 확산되기도 했다.
김영준 전 회장은 2000년 벤처대란설 수습에 직접 나섰다.
김영준 회장은 당시 호소문을 발표하고 "미국 벤처의 성공률이 10%에도 못미치는 것에서 보듯 벤처기업은 높은 리스크를 속성으로 하는 것이기에 경쟁력이 없는 부실회사는 문닫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언론은 자극적으로 벤처기업 위기론을 다룰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를 다루어야 하며 정부는 코스닥 등록심사 제도의 투명화를 통해 발행시장 활성화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김 회장은 "벤처대란설이 언론에 의해 주도되면 벤처캐피탈 투자가 위축되고 우수 벤처기업은 자금난이나 도산에 빠지고 벤처캐피탈은 도산하고 벤처산업이 붕괴되는 악순환이 닥쳐온다"라며 "앞으로 많은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쓰러질지라도 이것이 대란으로 이어져선 결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6대 때에는 첫 전문경영인 출신 회장이 배출됐다. 당시 6대 회장을 두고 오너인 신용웅 한빛창투회장과 전문경영인인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이 나왔다. 당시 신용웅 회장은 벤처캐피탈 오너 모임 '화요회' 권유로 출마하게 됐다.
6대 회장 선거에 첫 경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당시 김영준 회장이 단일 후보를 내는 방향을 추진,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이 첫 전문경영인 출신 회장이 됐다.
곽성신 회장은 닷컴버블 후폭풍 후 투자 활성화에 집중했다. 당시 투자 회수를 위한 IPO 활성화, 장기펀드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벤처캐피탈협회는 V.C Interactive를 활용해 투자업체들의 정보를 종합하고 투자업체간 M&A를 지원했다.
닷컴버블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고자 세컨더리 펀드 결성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제도를 건의했다. 당시 곽 회장은 협회 내 자본시장위원회를 신설, 코스닥시장제도 개선, 투자조합자산의 유동화방안, M &A활성화 등 자본시장과 관련한 제도에 대한 연구와 개선방안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9~10대 회장을 지낸 이종갑 네오플럭스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너가 다시 회장직을 맡았다. 이후 제7대 회장에는 고정석 일신창업투자 회장이 추대됐다. 고정석 회장은 투자조합 해산 관련 제도 개선에 목소리를 냈다. 그는 조합 해산시 현물자산의 평가 방식을 순자산가치로 개선하고 이를 기준으로 현물자산을 인수하는 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다양한 개선책을 제시했다.
전문경영인 출신인 이종갑 회장은 재무부 관 출신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종갑 회장은 제20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경제기획원 투자심사국·경제기획국 등을 지낸 뒤 두산그룹으로 이동해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 대표이사를 지내게 됐다.
재경부 관료 출신인 이 회장이 협회장 재임 기간 정부 부처와의 원활한 의사소통, 벤처캐피탈 업계 육성 등으로 공로가 높았다는 평가다.
11대부터 15대 회장인 현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까지 모두 오너 출신이 회장을 도맡았다.
11~12대 이용성 원익투자파트너스 대표는 민간 중심 창업벤처 생태계 조성에 집중했다. 당시 정부에서도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는 등 정책적으로 전폭 지원했다. 2018년 3조4000억원 역대 최대 규모 벤처투자금액을 기록했다.
13대인 정성인 회장, 14대 지성배 회장 때는 코로나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벤처업계가 활황을 맞았다.
정성인 회장은 코스닥시장 독립 운영, 비상장기업 차등의결권 도입 등을 추진했다. 2020년 벤처투자촉진법 시행으로 벤처업계도 전환점을 맞았다.
벤처업계가 활황을 맞으며 16대 회장 선거도 경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 외에 김대영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대표도 출마 의사사를 밝혔지만 김대영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며 단독 후보로 확정했다.
윤건수 회장이 재임한 2023~2024년은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으로 벤처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당시 벤처 시장은 재무제표가 확실한 기업만 투자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커지기도 했다. 경기 침체로 올해까지 VC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 회장은 벤처 활성화를 위해 퇴직연금 벤처펀드 출자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학균 퀀텀벤처스 대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이미지 확대보기올해 후보 4명은 오너 2인, 전문경영인 2인으로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와 김학균 퀀텀벤처스 대표는 오너 2인으로,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전문경영인으로 분류된다.
송은강 대표가 창업한 캡스톤파트너스는 AUM 4500억원 수준 중견VC다. 송은강 대표는 2008년 캡스톤파트너스를 설립한 1세대 VC인이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에이블리, 당근 등에 투자를 했다. 올해 12년 존속한 초창기 벤처펀드인 '캡스톤2020성장지원투자조합'을 결성해 이전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및 보육 지원에 기여한 공로로 중기부 벤처창업진흥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이번에 깜짝 후보로 등판한 김학균 퀀텀벤처스 대표는 2017년 퀀텀벤처스를 설립, 설립기한으로는 가장 업력이 짧다. 설립기간을 짧지만 AUM은 3500억원으로 빠른 시간 회사를 성장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대 출신인 만큼 퀀텀벤처스는 기술투자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패스트파이브, 쓰리에이로직스, 퓨리오사AI, Point2Technology, 아이디어허브 등이 대표 포트폴리오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업력이 가장 긴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업계 지지를 받아왔다. 1988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KB창업투자에 입사해 VC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스틱인베스트먼트를 거쳐 2019년부터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가 1조 이상 AUM를 운영하고 있는 대형VC로 성장하는데 큰 기여 했다. 작년 아랍에비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AIM Congress'(Annual Investment Meeting Congress·이하 AIM)에 한국 VC 최초로 연사로 나섰다.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도 1992년 동남리스로 리스사로 시작해 1994년부터 한국종합기술금융, 우리벤처파트너스 전신인 KTB네트웍스·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이끌어온 1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유니콘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에 초기투자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가 우리금융지주로 매각되면서 금융지주계 벤처캐피탈 대표이사가 됐다. 김한섭 KTB네트워크 대표이사가 곽성신 회장이 코스닥시장본부장으로 옮긴 후 차기 회장 선출 때까지 회장 대행을 맡은 바 있다
전하경 한국금융신문 기자 ceciplus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