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트럼프에게서 받은 10여통의 편지를 공개했는데 이 편지들은 장문이 아니라 트럼프의 기분과 생각, 느낌 등을 짤막한 글로 코멘트한 게 대부분이었다. 편지지에 쓴 것도 있지만 신문∙잡지 기사를 뜯어낸 뒤 낙서하듯 사인펜으로 끄적이고 서명을 달아 보낸 것들도 있었고, 또 상대방에게 격한 분노를 터뜨리는 내용이 있는 반면 아첨에 가까울 정도로 상대를 치켜세운 것도 있으며 트럼프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여주는 글들도 있다.
“나 같은 사람에게 시간을 내서 편지를 보내주다니”
1988년 『상어와 함께 수영하되 잡아 먹히지 않고 살아남는법』을 출간한 하비 매카이도 트럼프의 편지를 받고 감동한 케이스다, “1988년 어느 날 나는 우편물을 정리하던 중에 내 책을 극찬하는 축하편지를 우연히 발견했다. 도널드가 보낸 편지였다. 나는 숨이 막혔다. 미네소타에서 작은 봉투공장을 운영하던 나는 그의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내 책을 칭찬하려고 직접 보낸 편지였다. 나는 보름동안 그의 편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읽었다. 나는 꿈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는 이미 전설이었다. 따라서 그의 칭찬을 내게 벅찬 감동을 안겨주었다”
트럼프가 집으로 가던 길에 자신의 리무진이 고장이 났는데 이때 실업 상태이던 한 기술자가 차를 고쳐주고는 대가도 거부한 채 사라졌다. 이 기술자의 부인은 다음날 트럼프에게서 꽃다발과 편지를 한 장 받았는데 편지에는 그들의 대부금을 모두 갚았다고 쓰여있었다.
2008년 가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캄루프의 자역신문에 한 노숙인이 길거리에서 자신의 물건 보따리 옆에 앉아 트럼프가 쓴 『거래의 기술』을 읽고 있는 사진이 실린 것을 보고, 트럼프는 수소문해 그 노숙인에게 수표와 함께 열심히 일하라고 격려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트럼프는 2014년 텍사스주에 사는 18세 고등학생에게서 만나고 싶다 라는 편지를 받자 “열심히 일하고 똑똑해져라”라는 격려 답장을 보냈다. 이 답장을 지금도 벽에 걸어 놓은 이 학생은 “나 같은 사람에게 시간을 내서 메시지를 보내주다니 정말로 멋지지않느냐’고 말했다.
보수성향의 한 라디오 방송진행자가 자신을 “짜증이 많고 진중하지 못한 사람”으로 비판하자 “당신이 마음을 바꾸길 바란다. 나는 이길 거니까”라고 『뉴욕타임즈』1면 위에 써서 보냈다, 그 지면엔 공화당 인사들이 트럼프에게 호감을 가지려 한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디지털 수단의 보편화와 SNS의 활성화로 친필 편지를 받을 일이 거의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도날트 트럼프는 친필편지로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켜 받는 사람에게는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비판세력에게도 친필편지로 본인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등 SNS와 아날로그를 적절히 잘 활용하고 있다.
비판세력도 SNS를 통해서 상대방이 본인을 비난하는 의견을 듣는 것보다는 친필편지를 받으면 전달력은 더 높아지면서 불필요한 확전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인용 출처 : 도널드 드럼프 (정치의 죽음)/저자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윤형돈 FT인맥관리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