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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제주항공, 신뢰도 위기에 ‘LCC 1위’ 흔들

손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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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1-06 00:00 최종수정 : 2025-01-06 10:56

제주항공 여객기 일 평균 가동률 14.4시간 1위
179명 사망 최악 참사로 제주항공 신뢰도 추락
애경그룹도 총력 지원 나섰지만, 불매운동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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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제주항공, 신뢰도 위기에 ‘LCC 1위’ 흔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 기업인 제주항공이 창사 2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대형 참사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모회사인 애경그룹까지 나서 수습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도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 LCC가 출범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제주항공이 ‘LCC 1위’ 자리를 지켜낼지 이목이 쏠린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여객기 참사로 소비자들의 신뢰가 추락하면서 장래가 불투명하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달 29일 참사 이후 하루 만에 국내선 3만3000여 건, 국제선 3만4000여 건이 예약 취소됐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1일 기준 제주항공이 판매한 항공권 선수금이 약 2600억 원 규모에 이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항공사의 선수금은 소비자가 탑승할 목적으로 예매한 항공권값을 뜻한다. 제주항공은 오는 3월 29일 이전 출발하는 국내·국제선 전 노선에 대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여행사들도 제주항공 이용을 꺼리는 소비자들의 분위기를 의식해 수수료를 물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은 매출이나 규모 면에서 LCC 1위다. 2023년 기준 제주항공 연 매출은 1조7240억 원으로, 진에어(1조2772억 원)를 크게 앞지른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현황에서도 제주항공은 1조4854억 원, 진에어는 1조1030억 원이다.

그러나 지난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합병하면서 LCC 업계에 변수가 생겼다. 대한항공의 LCC 자회사인 진에어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의 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통합되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진에어, 에어부산(8904억 원), 에어서울(3109억 원)의 연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약 2조5000억 원에 다다른다.

항공기 대수에서도 제주항공은 참사 전 42대, 진에어 30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다. 개별 항공사로 보면 제주항공이 가장 많은 항공기를 보유했지만, 진에어와 에어부산 그리고 에어서울을 합하면 57대로 제주항공을 훨씬 웃돈다.

제주항공은 지난 2006년 국내 최초 LCC 항공사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제주도민 항공교통을 개선하기 위해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손을 맞잡았다. 제주도는 고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주의 고향이다. 제주항공은 제주-김포 국내선으로 시작해 현재 50개 도시, 85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하늘길이 중단되자 아시아나항공 초창기 일원이었던 김이배 대표이사를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당시 LCC 업계 최초로 화물기를 들여와 여객 사업을 화물 사업으로 재편했다. 제주항공은 엔데믹 이후 보복 여행 특수를 맞으면서 2023년 실적 최대치를 썼다. 2024년에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19.6% 오르면서 최고 실적을 다시 쓸 전망이다.

그렇게 한 해가 마무리돼 가던 지난 12월 29일,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9시 무렵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공항 활주로로 착륙하던 중 관제탑으로부터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와 충돌)’ 주의 경고를 받았고, 그로부터 1분도 지나지 않아 여객기 조종사는 조난 신호인 ‘메이 데이(비상 선언)’를 보냈다.

여객기는 착륙하지 않고 다시 고도를 높여 복행하다 활주로 반대 방향에서 동체 착륙했다. 이 과정에서 여객기는 속도를 전혀 줄이지 못한 채 활주로를 벗어나 외벽인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여객기는 큰 폭발음과 함께 반파됐고, 거대한 화염을 내뿜었다.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4명, 조종사 2명이 타고 있었다. 그러나 기체 후미 비상구에 있었던 승무원 2명만 구조됐고, 남은 179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국내 여객기 사고 중 가장 큰 인명피해다. 제주항공이 취항 18년 만에 처음으로 낸 인명피해가, 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돼버렸다.

참사 원인을 놓고서는 기체 결함 가능성과 여객기의 무리한 가동률, 무안공항의 허술한 운영 시스템 그리고 무안공항 활주로 바깥 외벽에 설치된 로컬라이저(방위각) 기반 시설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검찰과 경찰, 국토교통부 등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정부는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고, 이달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을 가졌다.

제주항공은 참사 이후 260여 명의 자사 직원을 무안공항으로 파견해 유가족 장례를 지원했다. 참사 여객기가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된 만큼 이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 모회사인 애경그룹도 고령의 장영신 회장이 나서 사과문을 올렸다.

1936년생 장 회장은 만 88세로, 애경그룹 고 채몽인 창업주의 부인이다. 애경그룹을 맨손으로 일궜으며, 제주항공을 세운 장본인이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 지분 50.37%를 보유했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애경그룹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이번 여객기 참사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애경그룹이 보유한 브랜드를 열거해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핵심축이었던 AK플라자와 애경케미칼 등 유통·화학 사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이다. 그 사이 제주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딛고 호황기를 누리면서 애경그룹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결과적으로, 제주항공은 이번 참사로 막대한 책임을 지게 됐다. 제주항공은 유가족들의 장례 진행에서 편의와 비용을 제공하고 있으며, 생활 지원까지 고려해 긴급 지원금도 마련 중이다.

제주항공은 동계기간 운항량도 10%에서 15%까지 감축한다. 운항량을 줄여 직원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주고, 대신 항공기 안전점검을 강화하기 위해 정비사들을 확충한다.

우선 올해 상반기 정비사 38명을, 하반기 27명을 추가로 채용해 연말까지 560명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2024년 하반기 신입 부기장 공개 채용’도 잠정 중단, 참사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 애경그룹도 그룹 차원에서 참사 수습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이미 땅에 떨어진 신뢰도를 회복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사과문에서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께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와 조의를 드린다. 유가족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신속하게 사고를 수습하고, 필요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주항공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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