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가 올 3분기 기업금융 시장 침체와 자동차 시장 성장 부진 등으로 순익 감소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올해 업황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내실 경영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여신금융협회에 등록된 할부·리스사 50곳의 누적 순이익은 2조393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3848억원) 대비 14.49%가량 줄어든 규모다.
이러한 순익 감소는 ▲고금리 환경 속 자금 조달비용 증가 ▲캐피탈사의 자동차 금융에 대한 높은 의존도 ▲주식 시장 불확실성 증가 ▲부동산PF 부실 여파 등의 요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신전문금융업은 수신기능 없이 자금조달의 대부분이 금융기관 차입 및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캐피탈사의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또한, 그간 캐피탈사의 주된 수익원이었던 자동차와 기계 설비 등의 리스 부분이 경제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산업 경기도 부진해져 성장성이 둔화된 영향도 있다.
이에 캐피탈사는 최근 3년간 유가증권과 신기술금융을 늘리며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왔으나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해당 분야의 이익이 줄어들었다.
아울러, 부동산PF 부실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점도 실적 하락을 견인했다. 부동산PF 사업성 재평가와 분류 기준 강화로 인해 추가 충당금을 적립한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금융지주계 캐피탈사 중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신한캐피탈이 충당금 부담 지속과 비이자이익 하락으로 순익 감소를 겪었다. 신한캐피탈은 금융지주계 캐피탈사 중에서 부동산PF 리스크를 직격타로 맞았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부동산·주식 시장 불황으로 역성장을 피할 수 없었다.
신한캐피탈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52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929억원) 대비 47.88%가량 감소했다.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증가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3분기 누적 기준 충당금 전입액은 지난해 3분기 763억원에서 7.60% 늘어난 821억원으로 나타났다.
하나캐피탈도 고금리와 부동산PF 부실 여파를 직격으로 맞으며 지난 2023년 이래로 실적 하락을 겪었다.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은 물론 해외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와 주식 시장 변동성 급증의 삼중고로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웠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은 1212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4596억원) 대비 73.63%의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반면,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전년(1528억원) 대비 42.15% 증가한 2172억원을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가증권 평가손익으로 금융자산 관련 손익도 지난해 3분기(724억원)보다 21.48% 감소한 569억원으로 나타났다. 7월과 8월, 9월까지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짐과 동시에 다소 악화된 영향으로 유가증권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간 캐피탈사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로 인해 자금조달 환경이 다소 숨통이 트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긍정적 전망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뒤집혔다. 장기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여전채 금리도 오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채권 시장이 흔들릴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캐피탈사들의 조달 환경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조달 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한 유동성 대응 능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정윤영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열린 제13회 여신금융포럼에서 ‘2025년 캐피탈업 주요 전망 및 이슈’를 주제로 발표하며 캐피탈사의 수익구조 다각화와 유동성 대응 능력 제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향후 비우호적인 영업환경과 조달 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캐피탈사는 최근 조달안정성을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ABS를 이용한 자금조달 비중 및 규모가 적은 편으로, 향후 만기도래채권에 대한 차환발행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자금조달 경로 확보 여부에 따른 유동성 문제 발생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 연구원은 “과거대비 ELS 시장이 위축되고, 부동산PF 우려 지속 등으로 시장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캐피탈사의 자금조달 여건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며 “비카드 여전채가 카드사 여전채 대비 수요가 적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캐피탈사들은 향후 조달 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한 유동성 대응 능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업권내외 경쟁 심화와 차량 판매부진, 부동산PF 정리 장기화 등으로 인해 비우호적인 영업환경 속에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업금융 부문과 신규투자는 건설경기 불황 등의 이유로 인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리스·할부 자산 부문은 해당 자산의 대부분이 자동차 자산인 캐피탈업권 특성상 자동차 판매 감소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2025년 자동차 시장 상황이 올해보다는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나, 판매 대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투자금융 부문은 정부의 부동산PF 부실 정리계획에 따른 부실사업장 상·매각, 재구조화 등의 진행 확대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향후 대손비용 확대가 이뤄지면 수익성 저하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캐피탈사는 올해 부실채권 정리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으로 인해 규제가 강화돼 빠른 부실채권 정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PF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와 충당금을 차등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정비한다.
주된 내용은 중장기적으로 선진국 수준의 자기자본비율을 유도하는 등 부동산PF 산업 구조 선진화를 위한 개선방안이다.
이러한 규제 강화로 부동산 PF 사업이 위축되며, 일부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18일 발표한 '부동산PF 제도 개선방안 발표 - 사업구조 안정성 및 금융업권 리스크 개선 전망, 추가 제도 보완 필요'에서 캐피탈의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캐피탈사는 부동산 PF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규제 도입이 이루어질 경우, 사업 위축이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다민 한국금융신문 기자 dm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