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9월 말 기준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3조 5,146억 원으로 2023년 3조 100억 원 보다 16.8% 늘어났다. 1년도 되지 않아 5000억 원 가량 규모가 확대됐다.
유언장은 날짜·주소·성명·날인 중 하나라도 빼서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민법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금융사와 신탁 계약을 체결하므로 별도 유언장 없이 고객이 생전에 설계한 대로 자산을 분배할 수 있다. 또한 유언장 작성에 따른 공증 및 복잡한 상속절차 생략이 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7.9%인 92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7% 이상)를 넘어 고령 사회(14% 이상)에 진입한 상태로 올해는 초고령사회(20% 이상)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노년층 보유 자산도 불어났다. 2023년 노인층의 평균 금융자산은 4,912만 원으로 2020년(3,213만 원)에 비해 53% 증가했다.
이처럼 여유 있는 시니어가 늘어나면서 상속에 대한 수요도 점차 증가했고, 고객이 원하는 대로 상속을 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의 인기 역시 커지는 것이다.
유언대용신탁 수요 증가에 은행권에서도 맞춤 상품을 선보이며 고객 유입에 힘쓰고 있다. 은행권 유언대용신탁 부문에서 가장 성과를 내고 있는 회사는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의 지난 9월 말 기준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3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총 잔액(3조5146억원)의 85%에 달한다.
하나은행은 2010년 4월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인 ‘하나 리빙트러스트’를 출시해 14년간의 상속 설계 및 집행 노하우로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하나 리빙트러스트'는 손님이 원하는 대로 상속 대상과 내용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어, 생전에는 손님이 원하는 대로 재산을 관리 및 운용하고, 사후에는 배우자·자녀·제 3자 등을 수익자로 지정해 신탁 재산이 이전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재산을 지급할 대상, 시기, 지급 방법을 맞춤형으로 설계 가능한 것이 특징으로 국내 은행권에 유언대용신탁 트렌드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은행은 고객별 맞춤 상속설계 솔루션을 제공하는 ‘KB위대한유산신탁’을 운영 중이다.
‘KB위대한유산신탁’ 가입 고객은 금전, 부동산, 유가증권 등의 재산을 신탁하고 안정된 노후생활 및 재산 증식이 가능하도록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신한은행도 ‘신한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꾸준히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먼저 신한 신탁라운지 채널을 신설해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상속분쟁에 따른 현명한 상속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세무사, 변호사, 신탁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 팀이 고객 세미나도 진행한다.
올해 5월에는 유언대용신탁 및 종합재산신탁, 재산신탁 등 관련 전용 전산시스템을 선보여 다양한 상속설계 니즈에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우리내리사랑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안정적인 노후생활과 자산승계를 위해 ▲유언대용신탁 ▲부동산신탁 ▲유언공증서보관서비스 ▲골드신탁 ▲장애인사랑신탁 ▲명문가문증여신탁 ▲우리 나눔신탁 등 고객 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더넥스트’에서 가장 상징적인 상품은 하나은행의 ‘타깃데이트펀드(TDF)신탁’이다. TDF란 생애주기별 맞춤형 투자상품으로 고객의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을 배분해 주는 상품이다. 특히 하나은행의 분할인출 기능을 더한 ‘TDF 신탁’은 은퇴 후 소득절벽이 발생하는 시기에 연금처럼 현금흐름을 보충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2020년 시중은행 최초로 선보인 은퇴자산관리 전문상담센터 ‘KB 골든라이프 연금센터’를 통해 시니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KB 골든라이프 연금센터’에는 재무 설계 전문가(FP)가 배치돼 고객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세금, 투자 전략, 자산 관리 등에 대한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재무 관리뿐만 아니라 건강, 여가, 사회적 활동 등 은퇴 후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정보를 통해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문적인 은퇴자산관리 상담을 기반으로 고객의 은퇴 이후 삶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신한 연금라운지’ 채널을 오픈해 서울 강남, 수원, 울산 지역에서 운영중이다.
특화 채널인 신한 연금라운지는 PB출신 연금 전문가 및 퇴직연금 전문상담직원이 △연금 종합컨설팅 △주택연금 상담 △건강보험료 및 세무상담 △노후자산관리 등 연금 솔루션을 제시한다.
또 상속·증여 등 관련 신탁상품으로 금융 솔루션을 제시하는 ‘신한 신탁라운지’ 채널을 지난 4월 오픈했다.
우리은행은 3사와는 달리 시니어 고객을 위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가 전문으로 갖춰진 상태는 아니다.
다만 노령층 밀집 지역인 동소문, 영등포, 화곡동에 ‘시니어플러스’ 점포 3개를 운영하며 시니어 고객과의 접점을 이어가고 있다. 시니어플러스는 확장형 창구와 큰 글씨 ATM, 커뮤니티 공간 ‘사랑채’ 등을 조성해 시니어 고객들의 금융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이 외에 '가족 신탁팀'에서 유언대용 신탁을 비롯해 각종 신탁 관련 법률 및 세무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