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12곳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 210조2811억원으로 금융권 전체(400조793억원)의 52.6%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액은 2023년 3분기 말(181조9257억원)과 비교해 1년새 15.6% 늘었다. 2023년 말(198조481억원) 대비로는 6.2%, 올 상반기 말(207조1945억원)과 비교하면 1.5% 증가했다.
유형별 적립액을 보면 확정급여형(DB) 86조2549억원, 확정기여형(DC) 65조4851억원, 개인형 퇴직연금(IRP) 58조5411억원 등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166조4364억원으로 은행권 전체의 79.1%에 해당한다.
신한은행은 43조원에 육박하는 적립액 규모로 5대 은행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한은행의 적립액은 2023년 말(40조4016억) 은행권 최초로 4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 42조7010억원으로 늘었다. 1년 전(37조2262억원)과 비교해 14.7%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DB형 15조3688억원, DC형 12조6720억원, IRP 14조6602억원의 잔액을 보유 중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30조원 후반대 적립액으로 신한은행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전년 동기(34조1031억원) 대비 15.8% 증가한 39조5015억원으로 40조원대 돌파를 눈앞에 뒀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적립액 증가율 기준 1위를 유지하면서 매서운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나은행의 적립액은 37조78억원으로 2023년 3분기 말(30조1416억원)보다 22.8% 늘었다.
하나은행은 2023년 연간과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바 있다.
우리은행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2023년 3분기 말 21조5493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25조348억원으로, 같은 기간 NH농협은행은 19조4183억원에서 22조1913억원으로 각각 16.2%, 14.3% 늘었다.
현재 은행권이 적립액 측면에서 압도적인 규모를 나타내고 있지만 증권업계의 빠른 성장세가 위기 요인이 되고 있다. 증권업계의 지난 1년간 퇴직연금 증가율은 19.8%를 기록했다. 보험업계(6.7%)는 물론 은행권(15.6%)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증권업계는 높은 수익률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2023년 연간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7.11%로 전체 평균 5.26%를 웃돌고 있다. 은행은 4.87%, 생보 4.37%, 손보 4.63%로 전체 평균을 밑돈다.
은행 중에선 하나은행이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운용 수익률(원리금 비보장 기준, DC형 기준)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DC형 부문에서 14.14%의 수익률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국민은행 14.02%, 신한은행 13.52%, 우리은행 12.68%, 농협은행 11.12% 순이었다.
개인 IRP는 국민은행이 14.61%, 하나은행이 14.19%로 14%대 수익률을 나타냈다. 다음으로 신한은행 13.86%, 우리은행 12.80%, 농협은행 12.18% 순으로 집계됐다.
DB형의 경우 신한은행이 12.32%로 가장 높았고 국민은행이 10.69%로 뒤를 이었다. 농협은행은 9.62%, 우리은행은 8.38%, 하나은행은 7.31%를 기록했다.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퇴직연금 운용을 통해 얻는 수수료 수익은 은행의 주요 비이자수익 중 하나다. 은행권들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등에 따른 증권사로의 머니무브(money move)를 막기 위해 수익률 제고 전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은행은 증권사보다 상품 심의 과정이 까다로워 라인업이 부족한 경향이 있었다. 은행들은 상장지수펀드(ETF) 등 고수익 상품을 확대하며 상품 라인업을 다변화하는 중이다. 현재 은행 연금에서 계좌 거래 가능한 ETF 상품은 100~170여개인 반면, 증권사에서는 최대 700개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또 증권사 연금계좌에서는 주식과 같이 실시간으로 ETF 거래가 가능하지만 은행은 예약매매와 같이 미리 주문하는 형식으로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혔다.
4대 은행은 전통적인 강점으로 꼽히는 대면 채널을 강화하면서 맞춤형 연금 자산관리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퇴직연금 특화 점포에서 수익률 관리뿐만 아니라 은퇴설계, 증여 등 일대일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퇴직연금 1:1 자산관리상담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 고객이 전용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 전문가와 바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필요한 경우 통화한 전문가와 대면으로 추가 상담도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지난 2020년 시중은행 최초로 연금·은퇴 자산관리 전문 종합상담센터인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를 설립해 현재 전국 13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상담서비스를 통해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 전문가들이 2만7000건 이상 상담한 노하우가 들어간 맞춤형 연금자산관리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신한 연금라운지’를 경기도 수원, 울산시 남구, 서울시 강남구 등에 추가 오픈했다. 현재 총 전국 10곳에서 연금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 연금라운지는 PB 출신 연금 전문가 및 퇴직연금 전문상담직원이 ▲연금 종합컨설팅 ▲주택연금 상담 ▲건강보험료 및 세무상담 ▲노후자산관리 등 연금 솔루션을 제시하는 특화 채널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노원·경기도 일산 지역에 오픈한 2개 채널에서 현재까지 2000여명의 고객에게 일대일 맞춤 상담 및 세미나를 제공했다.
하나은행은 연금 VIP 손님을 위한 전문 대면 상담 채널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분당에 추가 개설했다.
연금 더드림 라운지는 1억원 이상 개인형 IRP 또는 DC형 퇴직연금을 보유 중인 개인 고객을 대승으로 ▲연금자산 종합컨설팅 ▲은퇴전후 재무설계 ▲절세방법 등 세무 상담을 포함한 1:1 맞춤 솔루션을 제공한다. 우리은행 지난해 7월 ‘연금다이렉트마케팅팀’을 신설하고 연금 상담을 원하는 고객을 직접 찾아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영업점에 퇴직연금을 전담 관리하는 전문가를 배치해 고객별 맞춤형 포트폴리오와 은퇴설계 등 전문적인 밀착형 고객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