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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연금 가입 빠를수록 좋다…금융교육이 제 역할 해야” [2025 신년 인터뷰]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김성훈 기자

voicer@

기사입력 : 2025-01-06 00:00 최종수정 : 2025-01-06 08:21

안정적 노후 위한 3층연금 ‘복리의 마법’
사회진출 전 실용적 금융교육 ‘필수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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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회장(전 금융위원장) / 사진출처=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고승범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회장(전 금융위원장) / 사진출처=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김성훈 기자] “연금 조기 가입 필요성에 대한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가입시점이 빠를수록 납입 기간이 길어져서 더 많은 자금을 적립할 수 있고,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학습하는 게 중요합니다.”

금융위원회 위원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사)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장(사진)은 5일 한국금융신문과 2025년 을사년(乙巳年) 신년 서면인터뷰에서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빠른’ 연금 가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2, 3, 4, 5면

한국금융신문은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주민등록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 20% 이상)에 진입하고,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세대 은퇴가 시작된 가운데, ‘일하는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신년 기획을 마련했다. 고 전 금융위원장은 국민 자산형성을 위해 ‘3층 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제도가 탄탄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또 실제 생활과 밀접한 금융교육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은퇴 연령대가 아니라, 청소년 때부터 금융이해력을 높여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고 전 위원장은 "특히 청소년 금융교육은 교육대상자인 각 개인에게도 중요하지만,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돈 관리 경험’ 중요…금융사기 방지·‘빚투’ 위험 알아야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형에 지나치게 치우쳐 수익률이 낮다는 데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은퇴 이후 ‘제2의 월급’ 역할을 해야 할 연금 자산 투자에 대해 국민 개개인도 지금보다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금융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다.

고 전 위원장은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려면, 돈 관리 경험을 통해 돈을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제돼야 한다”며 “어릴 때부터 합리적 소비가 습관화되고, 미래를 대비해 저축하고, 투자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돈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연금 조기 가입 중요성을 강조하며, 금융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고 전 위원장은 “안정적 노후생활을 위해서 ‘3층 연금’을 모두 젊을 때부터 가입하는 게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교육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고 전 위원장은 현재 (사)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장으로서 금융 이해력(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실용적인 금융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협의회는 단순히 금융지식 전달을 넘어, 체험형 교육, 실제 생활과 관련된 금융교육, 게임적인 요소를 포함한 재미있는 금융교육 등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드게임을 활용한 체험형 학습, 금융뮤지컬도 도입했다. 또 메타버스 금융교육 ‘네고티움’을 통해 가상세계에서 돈 벌기, 돈 쓰기, 돈 불리기, 돈 지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수학으로 배우는 금융’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특히, 올해는 자녀 금융교육에 대한 부모 대상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고 전 위원장은 “청소년의 금융이해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모가 자녀에게 금융교육의 모범을 보이는 롤(role) 모델이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이 필수적인 금융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금융사기 방지, ‘빚투(빚내서 투자)’의 위험성 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사회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 전 위원장은 금융당국 수장, 금통위원을 역임하면서 금융안정이 바탕이 돼야 안정적인 금융발전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자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과도한 부채로 금융안정을 해치는 경우, 개인적으로도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도 금융 불안과 위기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생각한다”며 “청소년 금융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활성화 관건은 ‘수익률’…사업자 ‘탁월한’ 운용성과 필요
퇴직연금 사업자, 정책 및 제도적 개선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꼽았다. 실제로 한국은 왜 미국 등 금융 선진국처럼 ‘연금 백만장자’ 은퇴자가 나오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는 진행형이다.

고 전 위원장은 퇴직연금 제도 활성화를 위해 가장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처방은 “수익률 제고”라고 지목했다.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을 봐도, 2024년 9월 말 기준 1200조원 규모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인 675조2000억원 가량이 운용수익에서 나왔다. 퇴직연금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퇴직연금 적립금 장기추계와 자본시장 영향' 리포트(2024년 11월)를 바탕으로, 아직은 2% 남짓에 불과한 퇴직연금의 장기 연평균 수익률(10년 기준)이 4.5% 수준으로만 향상돼도, 국민연금 고갈이 예상되는 2055년 퇴직연금 적립금이 최대 5074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고 소개했다.

고 전 위원장은 "그간 우리나라 퇴직연금 사업자(은행, 보험사, 증권사)들은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보다는 시장 선점을 위한 단기적인 적립금 유치 경쟁에 많은 신경을 써 왔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선관의무와 충실의무에 따라 가입자를 위해 운용성과를 토대로 경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2024년 10월 말)가 본격화되면서, 가입자들이 수익률이 높은 연금사업자로 ‘갈아타기’가 더 간편해졌다는 점도 짚었다. 고 전 위원장은 “이와 같은 경쟁체계 구축을 계기로 탁월한 운용성과를 내는 연금 사업자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자산운용 업계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봤다. 원리금보장상품 위주의 한국과 달리, 해외 사적연금 시장을 보면 TDF(타깃데이트펀드), BF(밸런스드펀드) 등 펀드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다. 고 전 위원장은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관련 펀드상품 개발과 운용역량 제고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적연금 활성화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사적연금의 소득대체율에 대한 공식 통계가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여타 선진국 대비 한국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통한 소득대체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짚었다. 노후소득에서 사적연금의 비중이 낮다.

정부도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가입률이 낮은 영세 사업장에 대해서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재정지원 등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개인연금에 대해서도 연금 수령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해서 가입 유인을 높이려는 노력을 추진 중이다. 예컨대, 개인연금 종신 수령 시 연금소득세율 인하(4%→3%) 방안 검토 등이 있다. 고 전 위원장은 "사적연금의 수익률이 높아지면, 가입률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인 ‘401k’의 연금자산 확대와 뮤추얼펀드 시장은 성장의 궤를 같이 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금융회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고 전 위원장은 "사적연금 시장의 발전은 국민연금 고갈로 인한 노후보장 부족분을 메울 뿐만 아니라, 우리 자본시장과 자산운용업의 동반성장을 이끌 수 있는 만큼, 관련 제도 보완을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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