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섭 JW중외제약 대표. /사진=JW중외제약
이미지 확대보기의료파업 여파로 매출이 주춤하자 영양수액 영업을 늘려 급한 불을 껐고, 신약 R&D에선 인공지능(AI)이나 물고기를 활용하는 등 도전적 방식으로 접근해 눈길을 끌었다.
단기 악재는 안정적으로 돌파하되 중장기 기회엔 선구자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올해도 대내외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 대표 ‘양손잡이 경영’이 실적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영섭 대표는 1988년 JW중외제약에 입사 후 영업·마케팅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아온 정통 중외맨이다. 약 37년간 영업지점장, 영업본부장, 전무 등을 거쳐 지난 2017년 3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약 8년간 JW중외제약을 이끌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신 대표 지휘 아래 큰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받는다. 회사 연간 연결 매출은 지난 2016년 기준 4675억 원 수준이었는데, 신 대표 취임 후 꾸준히 성장해 지난 2023년 최대 실적(7485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 2023년 코스피 제약사 평균 매출은 6142억 원 수준이다.
이런 그에게도 지난해는 쉽지 않은 한 해였다. 회사 주력 상품인 수액 매출이 끝날 줄 모르는 의정갈등으로 타격을 입어서다. JW중외제약 수액제제 매출액은 전체 중 약 30%에 이른다.
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의 지난해 상반기 별도 매출은 34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92억 원으로 11.3% 줄었다. 업계에선 지난해 초 불거진 의료파업 영향을 회사가 피하기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신 대표는 곧바로 체질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1, 2차 병원을 중심으로 일반·특수 수액보다 상대적으로 의료파업 영향이 덜한 영양수액 영업을 늘렸다.
JW중외제약은 “수액제 부문은 3분기 630억원으로 전년 3분기 635억원 대비 감소했으나 의정갈등 속 고부가가치 종합영양수액제 ‘위너프’ 제품군이 3.8%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 덕에 실적도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회사 지난해 3분기 별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66억 원, 263억 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1707억 원, 125억 원)보다 3.5%, 110.4% 뛰어올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5%, 1.6% 소폭 감소한 수치지만 불안정한 내수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눈에 띄는 건 영업이익률이다. 지난해 3분기 JW중외제약 영업이익률은 14.9%에 이른다. 이는 업계 톱5로 꼽히는 ▲유한양행(9.3%) ▲종근당(6.2%) ▲GC녹십자(13.0%) ▲대웅제약(13.0%) ▲한미약품(11.3%)보다 높은 수치다. 회사는 지난 2023년에도 연간 16.4%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비결은 고마진 품목인 전문의약품(ETC) 성장에 있다.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 등 매출이 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특히 헴리브라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207억 원으로 전년 연간 기록을 넘어서며 의료대란 속에서도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리바로 제품군 매출도 396억원으로 5.9% 상승했다. 신 대표는 지난해 해외에서 수입하던 리바로 제품군 주 원료를 모두 자체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을 대폭 확대했다.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 잠재력을 일찍이 알아보고 수익 구조를 개편한 게 실적 방어로 이어졌다.
신 대표는 수액 명가를 넘어 신약 명가를 꿈꾼다.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올해 꾸준히 매출 대비 10%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실제 지난 3분기 누적 연결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전년 동기(10.4%) 대비 0.8%p 오른 11.2%로 집계됐다.
특히 ‘신영섭표 R&D’는 진행 방식 또한 도전적이다. 동물 대신 열대어, 오가노이드를 활용하거나 AI 데이터로 연구하는 방식이다.
올해 신 대표는 국내 최초로 물고기를 활용해 대사질환 후보물질을 기존보다 5배 빠르게 발굴하겠다고 했다. 회사에 따르면 열대어 ‘제브라피쉬’를 활용하면 비만·당뇨 등 후보물질을 1년 내 도출할 수 있다. 통상 후보물질 발굴에 5년이 걸리는 걸 고려하면 파격적 계획이다.
이 같은 연구 단축이 가능한 이유는 제브라피쉬 유전 구조 덕이다. 제브라피쉬는 인간과 유전적 구조가 80% 이상 유사한데, 크기는 성체 기준 약 3~4㎝ 정도로 작아 적은 양의 약물로도 결과 도출이 가능하다. 임상 성공률도 전임상 기준 정확도가 포유류 실험 결과의 90% 수준에 달한다.
‘미니 장기’로 불리는 세포 집합체 ‘오가노이드’도 신약 개발에 활용한다. 지난해 5월엔 인간 피부 오가노이드와 남성형 탈모 동물 모델을 이용한 탈모 치료제 ‘JW0061’을 선보였다. JW중외제약은 지난 2022년부터 오가노이드 전문 신약개발기업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오가노이드 활용 비임상 중개연구 플랫폼을 구축,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신 대표는 특히 AI 신약 개발로는 국내 선두주자다. JW중외제약은 자체 AI R&D 플랫폼 ‘제이웨이브’로 혁신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이웨이브는 500여 종 유전체 정보와 4만여 개 생물·화학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22년 AI 신약 개발 전문기업 ‘디어젠’과 손잡은 데 이어 최근 온코크로스와도 협약을 맺고 AI 신약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신영섭 JW중외제약 대표는 “자체 플랫폼 기반 신약 연구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력과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향하고 있다”며 “국내외 유수 바이오기업, 연구기관과 협력을 지속 강화해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이라는 성과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