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텍 상장 이후 주가 추이./출처=한국거래소
이미지 확대보기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성(960억원), 애드바이오텍(80억원), 손오공(149억원), 지아이이노베이션(800억원), 차바이오텍(2500억원), 알체라(155억원) 등은 유상증자를 준비중이다.
유증은 상장 기업 입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용이한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주주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기업 가치 희석은 물론 추가 자금을 투자(주주 배정 기준)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청약을 하지 않으면 지분율이 낮아져 추후 가치 상승을 온전히 누리기도 어렵다.
문제는 유증 기업은 대부분 재무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다수 기업들이 적자 고리를 끊지 못하는 가운데 실적 개선에 대한 뚜렷한 기약도 없다. 자본이 축소되는 만큼 결국 주주들의 돈으로 곳간을 채우는 셈이다.
특히 심각한 섹터는 바이오다. 바이오 산업은 그 특성상 장기 투자가 필수다. 연구개발(R&D)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 설령 R&D에 성공해도 실제 판매에 이은 수익 확보까지 버틸 체력이 요구되는 탓이다.
자금 사용처는 차치하더라도 그간 차바이오텍 주가 흐름을 보면 유증이 결과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주가는 제자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같은 기간 뚜렷한 흑자 개선 추이도 보이지 않았으며 주주들은 적자 불안 속 희망만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유증이 더욱 불안한 이유는 차광렬 등 최대주주 측이 증자 배정분의 100%가 아닌 40% 이상 참여다. 최대주주가 기업이 아닌 개인이기 때문에 자금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최대주주가 배정 물량을 100% 소화하지 않는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 성장에 대한 신뢰는 낮아지기 마련이다.
면역치료제 R&D 기업인 지아이이노베이션도 800억원 규모 유증을 실시한다. 지난 2023년 3월 상장한 이후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자금조달에 나서는 것이다.
R&D에 주력하는 만큼 단기 적자는 불가피하지만 올 들어 매출이 감소하고 적자 폭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상장 전과 비교할 때 자본금은 거의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장명호 사장 역시 배정물량의 50%만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들의 신뢰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유증은 바이오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완구 전문기업 손오공은 지난 2005년 상장한 이후 현재까지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최근 수년간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자금조달을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설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국내 중소형사들의 시장조달이 기업가치로 이어진 사례가 극히 드물다고 말한다. 사실상 주주들만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국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낮춰 밸류업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최근과 같이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며 “특히 중소형사 혹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유증, 전환사채(CB) 등 선택지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조달 경로가 제한적인 만큼 주주들에게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