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상승 랠리에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었다. 대신, 한국 증시 소외는 심화됐다.
'오락가락'을 거듭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연말이 돼서야 결국 폐지로 결론을 냈다.
가상자산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은 10만 달러(100K) 시대를 열며 화력을 내뿜었다.
미국 대형 빅테크주(株)에 러브콜을 보내는 '서학개미' 투자자들이 확대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서 미국 주식 등 해외주식 거래 중개를 적극 공략했다.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가 이끄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2024년 들어 12월 27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매수 금액(결제금액 기준)은 2459억 달러로, 전체(2668억 달러)의 92%인 대부분을 차지했다.
순매수 결제 기준(12월 27일)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결제금액 주식 1위는 테슬라(10억5144만 달러)였다.
또 해외주식 보관금액 1위(12월 26일) 역시 테슬라(267억 달러)가 차지했다.
유안타증권은 '2024년은 미국주식펀드의 해' 리포트에서 해외주식 펀드는 단연 빅테크에 투자하는 미국주식펀드의 성과가 독보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북미 펀드의 연초이후 수익률은 35.3% 수준으로 집계됐다.
국회는 지난 2024년 12월 10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금투세는 2020년 국회를 통과해 2023년에 다시 시행을 2025년 1월까지 유예한 바 있는데, 완전히 폐지로 결론이 난 것이다.
금투세는 국내주식은 5000만원,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기타는 250만원을 공제한 후 금투소득 초과분에 대해 20%(3억원 초과 25%)의 세금을 매기는 세제였다. 여야에서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각을 세웠지만, '표심'과 연결될 수 있는 투자자금 이탈 등 증시 위축 우려가 폐지에 결정타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증권사들의 경우 금투세를 대비한 원천징수 전산 시스템 구축을 해왔던 만큼 매몰비용도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Fed)이 2024년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0%p(포인트) 인하하는 '빅컷(big cut)'을 단행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지난 2022년 3월부터 총 11회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2023년 9월부터 2024년 7월까지 기준금리를 8연속 동결한 뒤 전격 인하했다. 금리 인하는 코로나 팬데믹 대응을 위해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이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2024년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했다. 3년 2개월 만에 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피봇을 본격화했다. 이어 올해 11월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인하했다. 2연속 인하다. 한은은 수정 경제 전망에서 2025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대 벽이 깨진 1.9%로 제시했다.
연준(Fed)은 올해 마지막인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0.25%p 낮췄다. 3연속 인하다. 점도표(dot plot)에서 오는 2025년 금리인하 예상 횟수가 기존 4회에서 2회로 절반이나 축소돼 금리인하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이로써 한국(3.00%)과 미국(4.25~4.50%) 간 금리 격차는 최대 1.5%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 시총은 2024년 12월 27일 기준으로 1966조9570억원 규모다. 이는 2023년 마지막 거래일(12월 28일) 시총(2126조3720억원) 대비해서 160조원 가량이 뚝 떨어진 수치다.
코스닥 역시 같은 기간 시총이 429조3910억원에서 333조8740억원으로 위축되면서, 90조원대나 증발했다.
이는 빅테크주를 중심으로 한 미국 증시의 급등, '잃어버린 30년'을 돌파한 일본 증시의 선전 등과 대비됐다.
실제로 올해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 나스닥 지수는 각각 1년 새 27%, 33% 수준 급등했다. 일본 닛케지255지수도 한 해동안 20% 점프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힘을 쏟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말 들어서는 비상계엄 사태라는 변수까지 만나면서 더욱 힘이 부친 상태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특히, 한국 증시 대장주인 반도체주 삼성전자의 부진이 뼈 아팠다.
하단을 지탱한 채 추가로 최고가를 재차 썼다. 다만 18일(현지시각) 미국 연준(Fed)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금리인하'와 제롬 파월 의장의 '비축불가' 발언 여파로 10만 달러 선이 다시 깨지기도 했다.
비트코인 고공행진은 트럼프 2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대거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대선 직전 7만 달러에 못 미친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의 재선 확정과 함께 지난 한 달 동안 무려 50% 가량 급등했다.
올해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상장 승인이 신호탄이 됐고, 지난 11월 미국 대선에서 '친(親) 가상자산'을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그야말로 '크립토(crypto) 불기둥'을 뿜게 했다.
'트럼프 2.0' 차기 미국 행정부의 '프로 크립토(pro-crypto) 내각'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그동안 지나치게 과열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선반영 된 부분에 대해선 일부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투자 시 유의가 필요하다.
국내적으로도 가상자산 과세가 오는 2027년으로 2년 간 유예되면서, 고액 투자자들의 시장 잔류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