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장영신 회장. /사진=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은 지난 29일 공개 사과문을 내고,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께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와 조의를 드린다. 유가족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신속하게 사고를 수습하고, 필요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주항공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지분 50.3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참사는 이달 29일 오전 9시 3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승객 175명과 객실 승무원 4명, 조종사 2명을 합해 총 181명을 태운 여객기였다. 여객기는 무안공항 착륙 직전인 오전 8시 57분께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주의 경고를 받았고, 그로부터 1분 뒤 조난 신호인 ‘메이 데이’를 보냈다.
여객기는 착륙 예정이던 1번 활주로에서 방향을 반대로 틀어 19번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했다. 이후 3분 뒤인 9시 3분께 랜딩기어(바퀴) 작동 없이 동체착륙을 하다 속도를 줄이지 못했고, 활주로 바깥을 벗어나 공항 외벽을 들이받았다. 여객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반파됐으며, 화염에 휩싸이면서 폭발했다. 이 참사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2명, 조종사 2명 등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태국인 승객 2명을 제외한 177명 전원 한국인이다.
여객기 기종은 B737-800(HL8088)으로, 2009년 보잉에서 제작됐다. 제주항공은 2017년 해당 여객기를 등록했다. 제주항공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제주특별자치도와 합작해 세운 국내 LCC 항공사다. 제주도민들의 항공 교통 개선을 위해 지난 2005년 설립됐다. 현재 50개 도시, 85개 이상의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참사 직전 보유한 항공기 대수는 42대로, LCC 중 1위다. 제주항공은 이번 참사로 처음으로 인명피해를 냈다. 국내 항공사 중 가장 큰 인명피해다.
기존 국내에서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항공 사고는 지난 1993년 아시아나항공 해남 추락사고였다. 당시 66명이 사망했다.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피해 규모가 세 배 가까이 컸다. 제주항공은 사고 직후 전사 비상회의체를 소집했다. 현장대책본부를 꾸려 사고조사팀과 기체복구팀, 총괄지원팀, 탑승가족지원팀 등으로 구성된 260여 명의 직원을 무안공항에 급파했다.
제주항공은 무안공항 2층 라운지에 유가족을 위한 대기 공간과 숙소를 지원했다. 한 가족당 두 명 이상의 직원을 배치하는 식으로, 식사와 숙박 시설을 물밑에서 도왔다. 비상회의체는 여객기 참사 상황과 인명피해 등을 확인했고, 사망자를 임시 영안실로 안치하거나 주변 영안실을 통해 장례 절차가 진행되도록 지원했다. 유해관리팀과 분향소관리팀, 장례지원팀 등 3개 팀으로 편성해 유가족을 거들었다. 제주항공은 유족 및 국가기관과 협의해 장례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또한, 참사 항공기가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만큼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의 배상 책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는 삼성화재와 4개 보험사가, 해외는 재보험리더 AXA XL 등에 가입했다. 무안공항이 2025년 1월 5일까지 폐쇄되는 만큼 이를 인천이나 부산행 항공편으로 변경해 수송한다. 제주항공 여객기를 희망하지 않을 시 타사 항공편으로 운송 지원해준다. 무안공항 예약자는 취소나 환불, 변경 등을 수수료나 추가 요금 없이 진행할 수 있다. 국내, 국제선 전 노선에도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한편, 참사가 난 무안공항은 지난 4월 국내선을 시작으로, 12월 국제선을 재개했다. 일본 나가사키와 대만 타이베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 9개 국가 18개 국제선이 데일리로 운항했다. 전남도는 호남지역 유일의 공항인 무안공항으로 관광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이번 참사로 공항 활성화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전남지역에 특별재난구역을 선포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