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에도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인기 차량은 그럭저럭 팔렸는데 비주류 차종 판매는 급감하는 현상이 가속화했다.
올해 자동차 내수 시장에서 월 평균 판매량이 300대에 못 미치는 국산차가 무려 10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히트 차량인 기아 쏘렌토 월 평균 판매량이 7만4000여 대인 것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얼마나 큰 지 실감할 수 있다.
물론 ‘월 300대’라는 수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니다. 이 수치를 유의미하게 해석하는 자동차산업 전문가도 없다. 대당 판매 마진과 목표 판매량이 차종별로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국산차라면 이 정도는 팔아야”라고 하는 자존심이 걸린 심리적 저항선에 가까운 해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전제 하에서 올해 1~11월 국산차 브랜드 6개 판매 데이터를 조사해보니 월 300대 미만 모델은 현대차 2종(넥쏘·ST1), 제네시스 2종(G70·GV60), 기아 3종(K9·EV9·모하비), KG모빌리티 2종(코란도·렉스턴), 르노코리아 1종(SM6) 등이다.
기아 플래그십 ‘쌍두마차’ 대형 세단 K9과 대형 SUV 모하비는 모두 올해 판매가 급감했다. K9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나 감소한 179대였다. 모하비는 무려 52%나 급감한 209대에 그쳤다.
대형차 부진은 경기 침체와 금리 부담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준대형세단 그랜저, 대형SUV 팰리세이드 등 인기 모델도 올해 판매량이 38%, 52%씩 급감했다.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도 35% 감소한 666대 수준에 그쳤다.
전세계적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여파는 국내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기아 EV9(173대, -65%), 제네시스 GV60(50대, -83%) 등이 부진했다.
현대차가 택배차 수요를 노리고 올해 6월 말 출시한 전기밴 ST1은 신차임에도 월 판매량이 150여 대에 머물고 있다. 기아 EV6(809대, -46%), 현대차 아이오닉6(434대, -48%) 등 가장 잘나가는 모델도 부진하니, 틈새 수요를 노리고 나온 전략 모델이 부진하다는 사실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판매 부진이 계속되는 차종 운명은 어떻게 될까. 모하비는 지난 3분기 이미 추가 생산을 멈추고 내년부터 픽업트럭 타스만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르노코리아 SM6도 사실상 단종된 모델로 내후년께 신모델이 나올 전망이다.
국내 판매는 저조하지만 비교적 견조한 수출 판매로 유지되는 차종도 있다. 제네시스 스포츠세단 G70은 내수용 월 생산량이 100여 대 수준이지만 수출용 모델은 10배 많은 1000대를 생산하고 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코리아 아르카나 등은 처음부터 내수가 아닌 수출 시장을 노리고 개발된 모델이다. 이러한 모델들은 국내 단종 이후 수출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2018년 국내 단종된 현대차·기아 소형차 엑센트, 프라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기아 준중형세단 K3가 그 대열에 합류했다. 아반떼에 밀린 K3는 국내 생산마저 멈추고 해외 생산 모델로 전환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