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9곳(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농협카드)의 지난달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5453억원이다. 역대 최다였던 지난 10월 말(42조2201억원)보다 3252억원 증가했다. 전년동월(38조8791억원)보다도 3조6661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카드론 잔액 증가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 1월엔 전월대비 4507억원 증가한 데 이어 ▲2월 2000억원 ▲3월 78억원 ▲4월 4823억원 ▲5월 5542억원 ▲6월 1000억원 ▲7월 6206억원 ▲8월 6044억원 늘어왔다. 지난 9월엔 유일하게 1441억원 줄며 증가세가 꺾이는가 싶었지만, 10월엔 다시 5332억원 증가했다.
1년새 카드론 잔액이 가장 늘어난 곳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3분기 4조7388억원에서 올 3분기 5조7928억원으로 1년새 1조원 넘게 증가했다. 롯데카드 카드론 잔액도 4조3740억원에서 5조3341억원으로 9601억원 늘었다.
이는 경기침체에 서민들의 급전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여파 등 경기침체에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카드론 잔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신용회복위 채무조정 신청 인원은 17만9310명이다. 채무조정은 생활고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대출자들을 위해 상환 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채무 감면 등을 해주는 제도다.
이달 수치까지 합산하면 지난해 전체 채무조정 신청자(18만4867건)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고금리로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서 서민경제가 팍팍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7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실질소득은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비는 늘었는데 소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인 비소비지출(세금·보험료·이자)은 가구당 월평균 106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98만원)보다 9만원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카드론은 서민들에게 양날의 검이다. 신용카드 이용자라면 대출이 몇분 안에 나와 급전 창구로 통한다. 서류와 각종 심사가 필요한 은행보다 과정이 간소하다.
문제는 은행보다 이자가 높다는 점이다. 은행 개인신용대출 금리는 연 3~5%인 반면 카드론 금리는 연 13~19%에 달한다.
카드론 발급 시 신용점수가 떨어지기도 한다. 서울에서 택시를 하는 60대 A씨는 "최근 아들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A 카드사에서 연 13.5% 금리로 카드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발급 즉시 신용점수가 965점에서 809점으로 떨어져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카드론 증가세는 카드사에게도 양면성이 있다. 고금리를 부과하는 만큼 수익성이 보장되지만, 연체 발생 시 건전성 리스크가 뒤따른다.
실제 많은 카드사들은 최근 카드론 취급을 늘려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다. 국민·삼성·현대·우리카드 모두 올 3분기 카드론 등으로 수익성 하락을 방어했다.
이같은 카드론 확대로 연체율은 고공행진이다. 3분기 카드사 연체율은 평균 1.73%로 2년 전(1.2%)보다 0.52%p 올랐다. 연체 정도가 악화되면 카드사 부실 뇌관 우려가 커진다.
당분간 카드론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금융위가 수수료율을 다시 한번 인하하면서 카드사들이 대출 자산에 의존해 수익을 내는 구조가 고착화될 거란 관측이다.
김하랑 한국금융신문 기자 r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