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 / 사진제공 = 금융감독원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이 내정자가 농협금융의 내부통제 문제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금감원 출신 인물을 선임한 강호동 중앙회장의 의도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소원해진 금감원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인사 개입 등 문제로 얼룩진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이 후보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1966년생인 이찬우 내정자는 서울대 정치학과, 행정고시 31회 출신의 정통 관료다.
이 내정자는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기재부 차관보로 승진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차관보직을 유지하며 기재부 역사상 최장수 차관보로 재직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 지분의 100%를 가진 만큼, 정부와 합을 맞춰 경제관료를 지주 회장으로 선임해 왔다.
2012년 농협금융 출범 이후 2대 신동규, 3대 임종룡닫기





이 내정자는 4대 김용환 전 회장에 이은 농협금융지주 사상 두 번째 금융감독원 출신 회장이 될 전망이다.
김용환 전 회장도 금감원 수석부원장 출신으로 조직문화 개선과 원칙 경영에 힘을 쏟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찬우 내정자 역시 감독당국 출신으로 농협금융의 내부통제 개선과 금융사고 예방에 특화된 인물이라는 점, 정권 교체기에 경제 정책을 이끌었다는 점 등이 임추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농협금융에서는 올해에만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6건 발생했고, 규모는 총 430억 원에 달한다.

이 후보의 관료로서의 경력과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일각에서 임추위가 이 후보를 내정한 이유가 '역량' 뿐 만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이 내정자는 강호동 회장과 같은 경남 출신으로, 고향은 부산이다. 이 후보는 지난 2020년에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장을 맡기도 했는데, 당시 강 회장도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두 사람이 이전부터 지인 관계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경남 출신이라는 점이 이 후보의 내정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금감원 출신인 이 후보가 강 회장에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감원과의 관계 개선과 이미지 쇄신을 원하는 강 회장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주장이다.
강 회장은 지난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때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인사 개입 문제로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았다. 지난 10월에는 회장의 연임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 추가발의 추진안'을 이사회 참석자들에게 사전 배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셀프 연임' 논란에 휩사이기도 했다.
강 회장이 남은 임기를 수월하게 보내고, 나아가 연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과의 유대 구축이 필수적인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당초 업계에서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더 유력할 것으로 거론된 인물도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었다. 이 후보의 금감원 수석부행장 임기가 지난 2022년 7월 만료돼, 퇴임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지주가 한 달 이상의 회장 공백을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지만, 예상을 깨고 이 후보가 내정 됐다.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 당시 핵심 경제정책을 주도했고,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생이라는 점을 들어 정권 교체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인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농협금융지주는 이 후보의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일(2025.01.24) 이후인 내년 2월 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 후보를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이 후보자의 선임이 확정될 때까지는 이재호 부사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수행한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