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조가 27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김성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노조 측은 "시중은행과 비슷한 강도로 일을 하고, 수조원의 이익을 낸 직원들이 시간외수당도 받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임금 체불"이라며 요구 관철을 위해서는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업은행 노조는 27일 총파업을 알리고,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차별임금과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집회 후에는 서울정부청사까지 가두행진도 진행했다.
27일 총파업에 참여한 기업은행 직원들 / 사진 = 김성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2일 열린 쟁의 행위 찬반 투표에는 조합원 88%가 참여, 그 중 95%인 6241명이 찬성했다. 이날 파업에는 찬성 인원보다 많은 약 8000여명 가량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조합원 9485명 중 팀장급 이상 직원과 보안·온라인 서비스 등을 위한 IT인력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이 파업에 동참하는 것이다. 약 1만3000명인 기업은행 임직원의 60%가 넘는 수다.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선 기업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정부와 은행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2·3차 총파업을 통해 은행업무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 10웗부터 임단협을 이어왔지만, 총 13번의 교섭에도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이후 두 차례의 중앙노동위 조정에서도 합의가 결렬됐다.
이날 집회에 앞서 지난 24일 김형선 위원장은 김성태 행장과 면담을 가졌지만, 상호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채 합의점을 찾지 못 하면서 총파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게 됐다.
노조와 업계 일각에서는 김 행장이 내부 출신 행장으로서 임직원의 복지를 위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임금 문제는 대주주인 기재부와 담당 기관인 금융위원회 소관이어서 김성태 행장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회사 후배들이기에 김 행장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 임금 평균은 약 1억1600만원인데 비해 기업은행 평균 임금은 8500만원 수준이다.
김형선 위원장은 "제대로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기본 원칙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해결을 미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8% 놀어난 8,036억 원, 누적순이익은 3.6% 증가한 2조 1,977억 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노조가 임금 인상과 시간외수당 지급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현재 기재부 측은 기업은행이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금융위에 일부 재량권이 있다는 입장이며, 금융위 측은 59.5%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 기재부의 승인 없이는 조정이 어렵다고 밝힌 상황이다.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당선인은 "기재부에서 금융위에 재량권을 행사하도록 지시하면 될 일"이라며 "코로나19 등 국가 재난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책은행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노조위원장(가운데)과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당선인(왼) / 사진 = 김성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기업은행 노조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장기전에 돌입, 공공노조와의 연대를 통한 2·3차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예고했다.
강영대 한국은행 노조위원장도 23일 성명을 통해 "기업은행 노조의 차별임금을 바로 잡고 체불임금을 쟁취하기 위한 대정부 임단투 총파업 투쟁에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 조정 과정에서 "시간외수당을 대체하는 보상 휴가의 적체는 은행의 이익 규모를 봤을 때 큰 문제"라고 지적했고, 근로감독관 역시 '시간외수당 적체 문제에 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라고 권고하면서 노조의 주장에 힘이 실린 상태다.
노조 측은 "어떠한 임금, 복지 항목 관련 교섭권도 은행이 갖지 못 하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도 지금의 정국 혼란 속에서는 기재부가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만큼, 기업은행 노조의 요구가 관철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상황과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금융위와 기재부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탄핵 정국이 진정된 이후에나 제대로 된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