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제공=하나금융
이미지 확대보기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경쟁이 ‘5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함영주닫기함영주기사 모아보기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함 회장은 취임 후 그룹 자산관리(WM)·외환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수익 기반 확대를 이끌었다. 이익 성장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내달 중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 후보군을 대상으로 PT 발표와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기업가 정신, 비전 및 경영전략, 전문성 등 4개 분야의 14개 세부 평가기준으로 투표를 실시해 회장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회추위에는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한다. 이정원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박동문·이강원·원숙연·이준서·주영섭·이재술·윤심·이재민 사외이사가 위원으로 있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대표이사 회장 경영승계계획 및 후보 추천 절차에 따라 이달 초 열린 회의에서 내부 인사 6명, 외부 인사 6명 등 총 12명의 1차 후보군(롱리스트)를 선정했다. 최근에는 함영주 현 회장, 이승열닫기이승열기사 모아보기 행장, 강성묵 사장, 외부 후보 2명 등을 차기 회장 숏리스트로 선정했다.
하나금융 회추위 일정은 금융감독원의 지주·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반영해 예년보다 앞당겨졌다. 회추위는 내년 3월 개최 예정인 정기주주총회일로부터 90일 이전에 승계 절차를 개시하고 단계별로 면밀한 평가·검증 절차를 진행했다. 함 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된 2022년 당시 하나금융 회추위는 그해 1월 롱리스트를 선정한 후 2월 최종 후보 선정을 마친 바 있다.
함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금융권에서는 함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3년 단임으로 그친 선례가 없는 데다 함 회장의 경영 성과를 고려하면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956년생인 함 회장은 충남 논산 소재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서울은행과 하나은행 통합 후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 가계영업추진본부장, 남부지역본부장, 충남북지역본부 본부장, 대전영업본부 본부장, 충청사업본부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영업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2015년 9월 하나·외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 초대 행장을 맡아 옛 하나·외환은행의 물리·화학적 통합과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끄는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2016년 3월부터는 하나금융 부회장을 겸직하면서 그룹 안살림을 담당해 차기 회장을 위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2019년부터 경영지원부문 부회장으로 그룹의 전략, 재무 기획 등을 총괄하며 차기 회장 입지를 다진 뒤 2022년 3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함 회장은 취임 후 자산관리(WM)·외환 등 주요 사업부문 경쟁력을 강화해 그룹 수익 기반을 확대했다. 하나금융의 비이자이익은 2022년 1조1539억원에서 지난해 1조9723억원으로 늘었고 올 3분기까지는 1조8049억원을 기록했다. 비이자이익이 그룹 총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1.36%, 18.18%, 21.53%로 상승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WM 수수료이익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2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WM 부문에서 신탁과 펀드, 연금 등 3대 부문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외환 부문에선 하나카드의 해외여행 서비스 플랫폼인 ‘트래블로그’가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리며 흥행하고 있다. 함 회장은 트래블로그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그룹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왔다.
지난 2022년 7월 출시된 트래블로그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 300만명, 올해 2월 400만명, 6월 500만명, 8월 600만명을 돌파했고 이달 700만명을 넘어서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누적 환전액은 작년 말 1조원을 달성한 데 이어 최근 3조원을 돌파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고른 성장을 통해 하나금융은 지난 2년간 3조원 중반대의 견조한 당기순이익을 지키고 있다.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2022년 3조570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3조4217억원을 기록했다.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3조2254억원으로, 올해 연간으로는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올해 연간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년 전보다 11.6% 늘어난 3조8182억원으로 집계됐다.
취임 전부터 이어져 온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점도 함 회장의 연임에 긍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대법원2부는 지난 7월 말 함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당초 연임의 걸림돌로 지목된 나이 이슈도 해결됐다. 하나금융은 지난 2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함 회장 연임시 임기가 최대 3년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규범상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는 해당일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주총일까지로 한다’에서 ‘해당일 이후’를 ‘해당 임기 이후’로 변경했다.
개정 전 규범에 따르면 현재 만 68세인 함영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2027년 3월까지만 재임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2028년 3월까지 최대 3년의 임기를 더 채울 수 있게 됐다.
다만 함 회장의 남은 사법 리스크는 변수로 꼽힌다. 함 회장은 현재 하나은행 채용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상고한 상태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요구하는 면밀한 평가·검증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추위는 다면평가, 외부 자문기관을 통한 외부 후보 추천 및 심층 평판조회 결과 등을 참고해 후보군에 대한 평가 주체와 평가 방식을 다양화했다.
지난 23일에는 평가 방법이나 시기가 외부 후보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금융권 최초로 외부 후보만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최종 후보자 발표 및 심층면접 전 회추위원들과의 대면 접촉을 통해 최종 면접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사항에 대한 질의응답의 시간을 제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함 회장 취임 후 경영 성과 등을 고려하면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며 “재임 연령 관련 내규 개정 문제는 함 회장이 최종 후보에 선정됐을 때 적용 여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