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열 하나은행장 / 사진제공 = 하나금융지주
함영주닫기함영주기사 모아보기 회장도 행장 시절 추가 연임을 고사한 후 지주 부회장을 거쳐 회장에 취임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승열 행장의 회장 취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지난 23일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통해 차기 회장후보 최종 후보군(Short List)에 선정됐다.
이번 숏리스트에 포함된 인물은 함영주 회장과 이 행장, 강성묵 부회장 겸 하나증권 사장, 외부 후보 2명까지 총 5인인데, 이 행장은 내부 인물 중 연차가 가장 낮다.
이승열 행장이 1963년생으로 64년생인 강성묵 대표보다 나이가 많지만, 은행 입사년도는 강 대표가 1990년으로 1년 빠르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1990년 상업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해 1993년 하나은행으로 입사했고, 이 행장은 1991년 외환은행에 입사해 하나금융에서의 경력도 강 대표가 훨씬 길다.
금융지주 부회장 경력도 2023년 선임된 강 대표가 선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함 회장의 연임 다음으로 이 행장의 승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출처 =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초대 회장과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 함영주 회장 등 역대 회장들이 모두 하나은행장 출신이라는 점은 이 행장의 승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김승유 전 회장은 1997년부터 2005년까지, 김정태 전 회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하나은행장을 지냈고, 함영주 회장은 2015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행장을 역임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주의 최대 계열사인 은행에서 회장이 선임되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라며 "강성묵 대표도 은행 출신이지만 행장이 갖는 의미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행장은 '첫 외환은행 출신 행장'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 이 행장이 지주 회장으로 선임될 경우 진정한 의미의 통합이 완성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외환은행 출신 임직원에게는 '공평'의 메시지를, 하나은행 입사 임원에게는 '성과 중심'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 행장은 취임 첫 해였던 2023년, 3조 4,874억원의 순이익으로 하나은행을 리딩뱅크 자리에 세우며 더할 나위 없는 성과를 냈다.
자료 = 하나금융지주
이미지 확대보기이에 대해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주 부회장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고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함영주 회장이 지난 2019년 두 번째 임기를 마치고 추가 임기를 고사한 것과 같은 행보다.
함영주 회장은 이후 지주 부회장에 선임되며 김정태 전 회장의 4연임 당시 숏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는데, 이 행장 역시 올해 사내이사로 임명돼 부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함 회장의 경우 6년간 지주 부회장을 맡았고 숏리스트에 두 번 오른 뒤 회장이 되는 등 경력 차이는 크지만,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함 회장이 이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함 회장이 비상임이사였던 이 행장을 일부러 사내이사로 만든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차기 회장에 더 가까운 것은 이 행장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금융은 최근 재임 중이어도 만 70세에 도달하면 사임해야 하는 기존의 규정을 변경, 임기를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개정이 함영주 회장이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함 회장의 품성과 특성을 비춰보면 혹여 (연임에) 도전하게 돼도 본인이 규정 적용을 안 받겠다고 하실 분”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더해 “선도 금융사가 일부에서 우려할 정도의 의도로 내부규범을 개정한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탄핵 정국으로 조직 안정이 중요한 시기인 점, 함 회장 체제에서의 하나금융지주가 좋은 성적을 거둬온 점, 금감원장의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 점 등을 고려하면 회추위가 함 회장의 연임을 선택할 가능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적임자'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이 행장의 역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함 회장과 비교했을 때 지주 회장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인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