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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 시대' HMM 김경배, 인도양 넘어 대서양으로

손원태 기자

tellme@

기사입력 : 2024-12-24 08:44

HMM 올 3분기 누적 매출, 작년 연간 규모 넘겨
중동발 리스크에 '해상 운임' 폭등하며 실적 반등
신규 협력체계에 항로도 확장…글로벌 선사 도약
2030년까지 23조 투자…선복량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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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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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국내 최대 국적 선사 HMM의 김경배 대표가 취임 3년을 앞두고 있다. HMM은 지난해 코로나 엔데믹과 함께 공급망 정상화로 매출이 반토막 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중동권 전쟁으로 해상 운임이 치솟으면서 실적 재도약을 그려냈다. 여세를 몰아 김 대표는 새로운 해운 동맹 체계를 결성, 인도양을 넘어 지중해와 대서양까지 횡단하는 ‘대항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24일 HMM에 따르면, 회사는 연결 기준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6조3381억 원) 대비 34.8% 성장한 8조5453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에서는 전년 5424억 원에서 다섯 배 가까이 확대된 2조5127억 원을 벌어들였다. 2024년 연간으로는 영업이익 3조를 바라보고 있다. 앞서 HMM은 지난 2022년 연 매출 18조5823억 원으로, 실적 최대치를 찍었다. 당시 코로나 펜데믹 여파로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면서 해상 운임이 폭등한 점이 작용했다.

그러다 지난해 들어 코로나 엔데믹과 함께 공급망 대란이 해소되면서 매출은 8조4010억 원까지 하락하면서 반토막이 났다. 실제 해상 운임의 척도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를 보면 최근 3년간 SCFI는 2022년 3분기 3279포인트에서 2023년 3분기 986포인트로 3분의 2 정도 빠졌다가 올해 3분기 3082포인트로 치솟았다. HMM이 올 3분기 만에 지난해 매출을 뛰어넘는 등 실적 반등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교전이 중동권으로 확전돼 해상 운임에도 영향을 줬다. 이스라엘과 적대국 관계에 있는 이란이 예멘 후티 반군을 지원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번진 것이다. 예멘 후티 반군은 하마스를 지지하고, 이들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있는 홍해 지역 선박을 위협하면서 SCFI가 폭등했다.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역으로, 세계 최대 항로 중 하나다. 이에 글로벌 선사는 홍해를 피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형국이 됐다.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 /사진=HMM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 /사진=HMM

김경배 대표는 지난 2022년 3월 HMM 선장에 올랐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후 지난 1990년 현대그룹에 입사해 고(故) 정주영 창업주의 수행비서로 10년간 근무했다. 이후 현대모비스 기획실장과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9년에는 현대자동차의 철강·설비·건설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대표를 맡게 된다. 김 대표는 2017년 말까지 현대글로비스의 실적을 크게 개선한 점을 인정받아 이듬해 1월 현대위아 대표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대표는 현대위아에서도 적자 폭을 줄이면서 경영능력을 입증, 현대상선이 전신인 HMM 구원투수로 키를 잡기에 이른다.

김 대표가 HMM 선장으로 합류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코로나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던 때였다. SCFI가 치솟으면서 HMM 실적은 때아닌 호황기를 맞았으나, 지난해 들어 급전직하하는 등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올해 다시 중동권 전쟁으로 SCFI가 뛰면서 반등, 롤러코스터 같은 그래프를 그리는 중이다.

이러한 대내외 불확실한 정치·경제 상황을 겪으면서 김 대표는 새로운 동맹 체계 구축에 나선다. 그는 지난 9월 열린 HMM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해운 협력체계 ‘프리미어 얼라이언스(Premier Alliance)’를 발표했다. 신규 협력체계는 HMM이 기존 일본의 ONE, 대만의 Yang Ming 선사 등과 맺은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를 새롭게 구축한 점이 특징이다. 세계 1위 선사인 스위스의 MSC가 이번 협력체계에 합류했다. 이로써 HMM은 MSC와 함께 북유럽 및 지중해 항로에서 선복 교환 협력도 가능해졌다. 신규 협력체계는 2025년 2월부터 가동하며, 향후 4년간 진행된다.

HMM은 원양항로 네트워크 증대, 기항 항만·국가 확대, 운용 선복 확대 등 타 협력그룹 대비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MM 해상 항로도 기존 26곳에서 30곳으로 늘어난다. 이 중 유럽 항로는 MSC와 선복 교환을 통해 기존 8곳(북유럽 4곳, 지중해 4곳)에서 11개(북유럽 6개, 지중해 5개)로 부풀린다. 구체적으로 HMM의 항로 30곳은 미국 서안 12개와 미국 동안 4개, 북유럽 6개, 지중해 5개, 중동 3개가 된다.
이를 앞두고 HMM은 유럽-북미 대륙을 잇는 TA1(Transatlantic 1, 대서양 항로)과 인도-북유럽을 연결한 INX(India North Europe Express, 인도-북유럽 항로) 컨테이너 서비스를 내년 2월 별도로 취항한다. 이로써 HMM은 지난 2018년 이후 7년 만에 대서양을 횡단하게 됐다.
HMM이 내년 2월 신규 취항하는  TA1(Transatlantic 1) 노선과 INX(India North Europe Express) 노선. /사진=HMM

HMM이 내년 2월 신규 취항하는 TA1(Transatlantic 1) 노선과 INX(India North Europe Express) 노선. /사진=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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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1 항로에서는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출발, 46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컨테이너선 10척을 투입한다. 기항지는 사우샘프턴(영국)에서 르아브르(프랑스), 로테르담(네덜란드), 함부르크(독일), 앤트워프(벨기에), 마이애미(미국), 카르타헤나(콜롬비아), 파나마운하, 로드만(파나마), LA 롱비치(미국), 오클랜드(미국), 로드만(파나마), 파나마운하, 카우세도(도미니카공화국), 사우샘프턴(영국) 순이다.

INX 항로에서는 파키스탄 카라치항에서 시작, 6000TEU 컨테이너선 11척이 인도양을 누빈다. 기항지로 카라치(파키스탄)에서 하지라(인도), 문드라(인도), 나바쉐바(인도), 콜롬보(스리랑카), 런던 게이트웨이(영국), 로테르담(네덜란드), 함부르크(독일), 앤트워프(벨기에), 카라치(파키스탄)를 거치며 운항한다. 본래 이곳은 인도양에서 홍해를 지나 수에즈 운하를 가로질러 지중해로 가는 항로이지만, 앞서 언급한 중동발 리스크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우회한다.

아울러 김 대표는 오는 2030년까지 HMM에 23조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선사로서 경쟁력을 강화, 국내 대표 종합물류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이다. 이를 위해 컨테이너 운송사업을 중심으로 벌크 운송사업과 통합 물류 사업 영역을 확장,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나가기로 했다.

컨테이너 사업에는 오는 2030년까지 12조7000억 원을 집행한다. HMM의 올 3분기 기준 컨테이너선 선복량 89만TEU(78척)를 155만TEU(130척)로 키운다. 선복량이 늘어난 만큼 컨테이너 박스 확보에도 1조7000억 원을 투입한다. 오는 2030년까지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저탄소 및 무탄소 선박 70척을 확보하고, 2045년에는 전 운송구간 탄소 중립을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벌크선 사업에는 오는 2030년까지 5조6000억 원을 투입, 현재 635만DWT(순수 화물 재적 톤수·39척)인 선대를 1256만DWT(110척)로 확장한다. 탱커·건화물선과 같은 특정 시장에 편중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방침이다. 컨테이너선처럼 친환경 에너지 수송사업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 항만 터미널 확장과 주요 거점 항만 터미널을 추가로 확보해 고수익 내륙 물류기지(ODCY) 사업에 속도를 낸다.

친환경·디지털 분야는 오는 2045년까지 ‘넷제로(Net Zero·탄소 배출량 0)’를 달성한다. 선박 개조와 친환경 연료 공급망 확보에 9000억 원을, 디지털 기반 조직체계 구축에 1000억 원을 투자한다.

김경배 대표가 인도양을 넘어 지중해와 대서양, 태평양 등을 아우르는 ‘대항해 시대’를 맞게 되면서 향후 HMM의 항해에 이목이 쏠린다. 이미 HMM은 신규 해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항로를 개발하는 등 기민한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김 대표는 “신규 협력체제를 통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한국 직·기항 네트워크로 국적 선사로서 역할도 다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및 친환경 경영체제 구축에도 노력해 글로벌 친환경 선사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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