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MM
24일 HMM에 따르면, 회사는 연결 기준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6조3381억 원) 대비 34.8% 성장한 8조5453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에서는 전년 5424억 원에서 다섯 배 가까이 확대된 2조5127억 원을 벌어들였다. 2024년 연간으로는 영업이익 3조를 바라보고 있다. 앞서 HMM은 지난 2022년 연 매출 18조5823억 원으로, 실적 최대치를 찍었다. 당시 코로나 펜데믹 여파로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면서 해상 운임이 폭등한 점이 작용했다.
그러다 지난해 들어 코로나 엔데믹과 함께 공급망 대란이 해소되면서 매출은 8조4010억 원까지 하락하면서 반토막이 났다. 실제 해상 운임의 척도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를 보면 최근 3년간 SCFI는 2022년 3분기 3279포인트에서 2023년 3분기 986포인트로 3분의 2 정도 빠졌다가 올해 3분기 3082포인트로 치솟았다. HMM이 올 3분기 만에 지난해 매출을 뛰어넘는 등 실적 반등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교전이 중동권으로 확전돼 해상 운임에도 영향을 줬다. 이스라엘과 적대국 관계에 있는 이란이 예멘 후티 반군을 지원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번진 것이다. 예멘 후티 반군은 하마스를 지지하고, 이들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있는 홍해 지역 선박을 위협하면서 SCFI가 폭등했다.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역으로, 세계 최대 항로 중 하나다. 이에 글로벌 선사는 홍해를 피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형국이 됐다.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 /사진=HMM
김 대표가 HMM 선장으로 합류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코로나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던 때였다. SCFI가 치솟으면서 HMM 실적은 때아닌 호황기를 맞았으나, 지난해 들어 급전직하하는 등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올해 다시 중동권 전쟁으로 SCFI가 뛰면서 반등, 롤러코스터 같은 그래프를 그리는 중이다.
이러한 대내외 불확실한 정치·경제 상황을 겪으면서 김 대표는 새로운 동맹 체계 구축에 나선다. 그는 지난 9월 열린 HMM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해운 협력체계 ‘프리미어 얼라이언스(Premier Alliance)’를 발표했다. 신규 협력체계는 HMM이 기존 일본의 ONE, 대만의 Yang Ming 선사 등과 맺은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를 새롭게 구축한 점이 특징이다. 세계 1위 선사인 스위스의 MSC가 이번 협력체계에 합류했다. 이로써 HMM은 MSC와 함께 북유럽 및 지중해 항로에서 선복 교환 협력도 가능해졌다. 신규 협력체계는 2025년 2월부터 가동하며, 향후 4년간 진행된다.
HMM은 원양항로 네트워크 증대, 기항 항만·국가 확대, 운용 선복 확대 등 타 협력그룹 대비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MM 해상 항로도 기존 26곳에서 30곳으로 늘어난다. 이 중 유럽 항로는 MSC와 선복 교환을 통해 기존 8곳(북유럽 4곳, 지중해 4곳)에서 11개(북유럽 6개, 지중해 5개)로 부풀린다. 구체적으로 HMM의 항로 30곳은 미국 서안 12개와 미국 동안 4개, 북유럽 6개, 지중해 5개, 중동 3개가 된다.
HMM이 내년 2월 신규 취항하는 TA1(Transatlantic 1) 노선과 INX(India North Europe Express) 노선. /사진=HMM
이미지 확대보기INX 항로에서는 파키스탄 카라치항에서 시작, 6000TEU 컨테이너선 11척이 인도양을 누빈다. 기항지로 카라치(파키스탄)에서 하지라(인도), 문드라(인도), 나바쉐바(인도), 콜롬보(스리랑카), 런던 게이트웨이(영국), 로테르담(네덜란드), 함부르크(독일), 앤트워프(벨기에), 카라치(파키스탄)를 거치며 운항한다. 본래 이곳은 인도양에서 홍해를 지나 수에즈 운하를 가로질러 지중해로 가는 항로이지만, 앞서 언급한 중동발 리스크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우회한다.
아울러 김 대표는 오는 2030년까지 HMM에 23조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선사로서 경쟁력을 강화, 국내 대표 종합물류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이다. 이를 위해 컨테이너 운송사업을 중심으로 벌크 운송사업과 통합 물류 사업 영역을 확장,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나가기로 했다.
컨테이너 사업에는 오는 2030년까지 12조7000억 원을 집행한다. HMM의 올 3분기 기준 컨테이너선 선복량 89만TEU(78척)를 155만TEU(130척)로 키운다. 선복량이 늘어난 만큼 컨테이너 박스 확보에도 1조7000억 원을 투입한다. 오는 2030년까지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저탄소 및 무탄소 선박 70척을 확보하고, 2045년에는 전 운송구간 탄소 중립을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벌크선 사업에는 오는 2030년까지 5조6000억 원을 투입, 현재 635만DWT(순수 화물 재적 톤수·39척)인 선대를 1256만DWT(110척)로 확장한다. 탱커·건화물선과 같은 특정 시장에 편중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방침이다. 컨테이너선처럼 친환경 에너지 수송사업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 항만 터미널 확장과 주요 거점 항만 터미널을 추가로 확보해 고수익 내륙 물류기지(ODCY) 사업에 속도를 낸다.
친환경·디지털 분야는 오는 2045년까지 ‘넷제로(Net Zero·탄소 배출량 0)’를 달성한다. 선박 개조와 친환경 연료 공급망 확보에 9000억 원을, 디지털 기반 조직체계 구축에 1000억 원을 투자한다.
김경배 대표가 인도양을 넘어 지중해와 대서양, 태평양 등을 아우르는 ‘대항해 시대’를 맞게 되면서 향후 HMM의 항해에 이목이 쏠린다. 이미 HMM은 신규 해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항로를 개발하는 등 기민한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김 대표는 “신규 협력체제를 통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한국 직·기항 네트워크로 국적 선사로서 역할도 다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및 친환경 경영체제 구축에도 노력해 글로벌 친환경 선사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