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원 우리카드 대표이사 내정자/사진=우리금융그룹
20일 우리금융그룹은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우리카드 대표이사 후보에 진성원 전 현대카드 오퍼레이션 본부장을 추천했다.
진성원 내정자는 지난 30년간 삼성·현대·롯데카드에 몸담은 '카드 전문가'다. 취임 후 우리카드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독자가맹점을 안착시켜야 한다.
이번 인사는 우리카드 성장을 위한 특단의 조치다. 우리카드는 전업계 카드사 중에서 큰 존재감을 보인 적이 없다.
정원재 전 대표 재임 당시 '카드의 정석' 시리즈가 인기몰이를 했지만 이후 우리카드에서 나온 히트상품은 크게 없다. 대표이사가 교체될 때마다 전임 CEO 색이 짙은 상품 라인업이 바뀌기도 했다. 지난 2년 박완식 대표 체제에서는 하위 카드사였던 하나카드가 트래블로그로 실적을 나타낸 반면, 우리카드는 '뉴 유니크'를 주력으로 밀었지만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 불법대출 등 우리금융지주 내 쇄신 분위기가 커지면서 은행 출신이 카드 사장으로 선임되는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해당 경영 진단은 진성원 내정자가 주도했다. 진 내정자는 컨설팅에서는 우리은행 출신 '낙하산 인사가 문제'라는 경영진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도 두번 연속 내부출신을, 이번 에는 부사장 아래 전무를 대표이사에 앉히는 파격 인사를 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자추위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우리카드 출범 후, 최근 성장이 정체됐다"며 "새 성장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를 전격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역대 대표이사와 달리, 진 내정자는 지난 30년간 카드업계에 몸담아온 '카드맨'이다. 삼성카드 출신으로 이후 현대카드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부터 금융사업, 대출, 고객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는 CLM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현대카드에서는 마케팅실장, SME사업실장, CLM실장, 크로스셀 사업실장, 금융사업실장, 기획지원본부장을 역임했다.
특히 진 내정자가 현대카드에서 시장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렸던 만큼 우리카드 시장점유율 제고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진 내정자는 현대카드 CLM(Customer Lifecycle Management) 실장을 지내며 6.7%에 불과했던 현대카드 시장점유율을 14.5%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이뤄냈다.
CLM실은 고객 라이프사이클 분석, 데이터를 축적하는 부서다. 현대카드는 고객 데이터 분석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카드도 고객별 맞춤 혜택을 추천·제공하는 CLO(Card Linked Offer) 기반 빅데이터 초개인화 서비스 '꾹'을 선보이는 등 빅데이터에 공들이고 있다.
지난 2020년엔 롯데카드 고문으로서 비용 효율화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삼성·현대카드 출신인 석동일, 정상호 롯데카드 전 부사장과의 인연으로 롯데카드에서 1년간 고문을 지낸 것으로 보인다.
진성원 내정자는 우리카드의 업계 내 위상을 강화할 적임자라는 게 우리금융의 판단이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삼성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문화를 경험했다"라며 "독자 결제망 구축으로 홀로서기 중인 우리카드의 업계 내 위상을 강화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진 내정자가 취임 후 가장 먼저 고심해야 할 점은 우리카드 수익성이다. 우리카드 순이익은 최는 몇년 간 하락세에 있다. 작년 우리카드 당기순이익은 1120억원으로 전년(2050억원)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카드론을 늘리며 올해 3분기 순익은 전년동기대비 6.02% 증가한 1157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금융지주계 카드사인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하나카드는 두자릿수 성장률은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카드의 성장동력도 발굴해야 한다. 박완식 대표는 최근 신용판매 대신 카드론을 늘려 수익 하락을 방어했지만, 카드론 확대만으론 한계가 있다. 최근 당국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카드론 확대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전성 개선도 필요하다. 지난 2022년 1.64%에 불과했던 연체율은 2023년 2%를 찍었다. 올 상반기엔 2.41%를 기록하는 등 부실 우려가 커졌다. 카드론 자산을 늘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독자가맹점 안착 역시 과제다. 우리카드는 비씨카드 결제망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지난 2022년 하반기 독자결제망을 개통했다. 문제는 관련 비용 부담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카드사들 중 가장 늦게 독자 결제망을 구축한 만큼 과도기를 겪고 있다.
김하랑 한국금융신문 기자 r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