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왼)와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 사진제공 = 각 사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파격 인사로 정진완닫기정진완기사 모아보기 후보가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추천된 가운데, 아직 발표되지 않은 비은행 자회사 사장단 인사에 이목이 쏠린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쇄신'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이르면 20일 자회사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다.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우리금융 자회사 CEO는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이종근 우리자산신탁 대표 ▲최동수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표 ▲이중호 우리신용정보 대표 ▲김정록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등 6명이다.
박완식·이종근·김정록 대표는 모두 지난해 3월 취임했고, 정연기 대표는 작년 7월 조병규닫기조병규기사 모아보기 당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되면서 대표직을 맡았다.
출처 = 우리금융지주
이미지 확대보기은행업계에서는 정진완 후보 선임을 통해 임종룡 회장이 인적 쇄신 의지를 확실하게 보인 만큼, 자회사 사장단도 대폭 교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는 부행장 임명 1년 만에 행장 후보로 추천됐고, 나이도 1968년생으로 4대 은행장 후보 중 가장 젊다.
우리금융지주·은행 출신 대표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새 대표 선임 의견에 무게를 싣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해당 업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은 계속 나왔었다"며 "4대 은행 계열사임에도 각 업계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9월 초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끼리끼리, 나눠먹기 문화가 팽배한 조직에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우리카드 사장 취임 후 실적도 양호한데,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다.
독자 가맹점을 늘리고 금융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비한 전략이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캐피탈의 누적순이익도 올 3분기 1157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6.02% 늘었다.
오토리스·렌트 중심의 자동차금융 자산 증가와 선제적 대손충당금을 전입을 통한 기저효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덕분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박완식, 전영기 대표가 연임하지 못 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실적은 나아졌지만, 아직 시중은행 계열 카드·캐피탈사 중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 4대 은행 계열 카드·캐피탈사 중 양 사의 순위는 모두 꼴찌다.
금융감독원이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등에서 혐의점을 발견했다는 사실도 연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금융캐피탈은 최근 내부통제 미흡으로 '경영 유의' 통보를 받기도 했다. 대출 자금용도 사후 점검이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이 금감원의 평가다.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는 임종룡 회장의 이른바 '연세대 라인'으로 분류되고 있어, 연임에 성공할 경우 다시 한 번 학연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현재 우리카드 신임 대표이사로는 최종 후보 세 명 중 진성원 전 롯데카드 고문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에는 김범석닫기김범석기사 모아보기 우리은행 부행장이 인지도와 관례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으나, 정진완 행장 후보 추천 이후 분위기가 더 달라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동수 대표도 우리금융에프앤아이의 순이익을 2022년 설립 당시 9억원에서 올 3분기 누적 기준 118억원으로 키웠고, 김정록 우리펀드서비스 대표도 같은 기간 순이익을 20% 성장시켰지만 연임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임기 만료를 앞둔 6명 모두 우리지주·은행 출신인데, 당국과 여론을 생각하면 이들 대표의 연임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다시 내부 출신을 임명한다고 해도 현 CEO를 교체하는 쪽으로 논의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근 우리자산신탁은 대표는 부동산 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순이익이 지난해 3분기 누적 530억원에서 올 3분기 누적 174억원으로 1/3이 수준이 됐다. 2023년 연간 순이익도 323억원으로 603억원을 기록한 2022년의 반토막 수준이었다.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한 이중호 우리신용정보 대표도 실적을 지켜내지 못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우리신용정보의 순이익은 17억원으로, 36억원이던 전년도 3분기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신임 대표로 정 행장 후보와 같은 '파격 인사'나 '외부 인사'가 될 가능성을 점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정진완 행장 후보의 고강도 인사로 11명의 부행장이 교체됐지만, 해당 인물들을 다시 계열사 사장으로 보낸다면 '쇄신'이 아닌 '돌려막기'라는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주 임원 중 현재 자회사 CEO로 이동할 수 있는 인물은 부사장 8명, 상무 1명 등 총 9명이다. 작년 말 승진한 옥일진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과 이해광 경영지원부문 상무,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이성욱 재무부문 부사장과 박장근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 이정수 전략부문 부사장 등이다. 이 중 이성욱 부사장과 이해광 상무는 정연기 대표와 함께 임종룡 회장의 '연세대 라인'이어서 사실상 후보 추천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 임원은 대부분 능력을 인정 받은 인물이지만, 현 상황에서 자회사 대표로 선임하기 위해서는 '업에 대한 전문성'이라는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