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사진=한미약품
이미지 확대보기19일 서울 잠실 소재 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박재현 대표이사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이들의 해임을 전제로 하는 박준석·장영길 사내이사 선임 건은 자동 폐지됐다.
구체적으로 총 출석 주주 1021만9107주(출석율 80.59%) 중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이사 해임안은 각각 53.62%, 53.64%의 찬성을 얻어 부결됐다. 이사 해임 안건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66.7%)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한미약품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지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의결권 지분(96.34%)을 박재현 대표가 끌어안았다"면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고 했다.
이번 주총 표대결을 통해 한미약품 이사회는 기존 4자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라데팡스)에 유리한 구도를 유지하게 됐다. 현재 이사회는 4자연합과 형제(임종윤·임종훈) 간 7:3 구도다.
박재현 대표는 주총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주총 결과에) 개인적으로 기쁘지만, 소모적인 임시 주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선 착잡한 심정도 있다"며 "주주들과 임직원들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분쟁을 빨리 끝내고 미래를 향한 고민들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표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추구하면서도 한미사이언스와의 위탁관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한미사이언스도 한미약품에 제기한 8건의 고소·고발을 취하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향후 경영 목표와 연구개발(R&D) 전략도 함께 밝혔다. 10년 내 매출 5조 원을 달성하고, R&D 비용은 올해 1600억 원에서 내년 2000억 원으로 늘릴 거란 계획이다. 해외영업도 일부 권역에 치우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특히,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에 주목했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26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디지털 치료기기와 결합한 치료제에 대한 임상도 시작한다. 출시 목표는 2027년이다.
박 대표는 "올 한 해 빛나는 실적을 이뤄냈지만 내년엔 더 발전하겠다"면서 "파이프라인 또한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사진=김나영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이어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을 초래하거나 그룹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그룹 모든 경영진과 임직원은 부디 모두가 각자 본분에 맡는 역할에 집중해 최근의 혼란 국면이 기업가치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업계에선 이번 표대결 결과에 따라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4자연합과 형제 측이 5대 5 동률이기 때문. 내년 3월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정기 주총에서 또 다시 표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