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 장형진 영풍 고문
고려아연은 MBK·영풍이 요구한 임시주주총회를 오는 1월 23일 개최할 예정이다. MBK·영풍은 임시주총 안건으로 신규 이사 선임과 정관 일부 변경 등을 올렸다. 이들이 내세운 이사는 총 14명.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에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부회장 등 2명과 사외이사 후보(권광석닫기권광석기사 모아보기·김명준·김수진·김용진·김재섭·변현철·손호상·윤석헌·이득홍·정창화·천준범·홍익태) 12명이다.
중요한 건 이사진 면면이 아니라 숫자다. 현 고려아연 이사진은 총 13명이다. MBK·영풍이 계획대로 새 이사 선임에 성공한다면 현재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 올리고 있는 장형진 영풍 고문까지 포함해 15명이 된다. 12명인 최윤닫기최윤기사 모아보기범 회장 측 인사를 제치고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남매 경영권 분쟁’으로 무려 48명 이사 선임건이 상정된 아워홈 임시 주총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고려아연과 MBK·영풍이 지난 4개월간 공개매수와 맞공개매수, 유상증자 결정과 번복, 장내매수 등 치열한 지분 확보 경쟁을 펼친 것도 이를 위해서다.
이사 선임 안건은 50%+1주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MBK영풍이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다. 34%대 수준으로 추산되는 최윤범닫기최윤범기사 모아보기 회장 및 우호지분과 5%포인트가 격차가 나지만 자력으로 이사 선임건을 통과시키기 어렵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현대차그룹(5.05%), LG화학(1.89%) 등 우군 이탈을 막는 것도 숙제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난 9월말 기준 7.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 지가 관건이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하려는 모습이 부담스럽다보니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고려아연 사태를 마냥 관망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다만, 소액 주주 보호와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만들어준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고려아연과 MBK·영풍이 저마다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은 것도 국민연금 표심을 잡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최윤범 회장이 먼저 움직였다. 지난달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이사회 독립경영을 위한 쇄신안을 제시했다. ▲이사 선임시 소수주주 다수결(MOM) ▲분기배당 ▲외국인 사외이사 ▲IR전담 사외이사 등이다. 고려아연은 조만간 보다 구체적인 임시 주총 안건을 확정해 공시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 소액주주 보호와 참여를 위한 방안을 추진해 주주와 시장의 목소리에 더더욱 귀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MBK도 기업가치 제고안을 내놓았다. ▲거래량 회복을 위한 주식 액면분할 ▲보유 자사주 전량(12%) 소각 ▲배당정책 공시 정례화 ▲주주권익보호 사외이사 ▲내부거래위원회 강화 등이다. 이 같은 방안은 다가오는 임시 주총 이후 열리는 3월 정기 주총에서 다룬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자사주 소각은 최윤범 회장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 소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