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용수 삼성증권 은퇴연구소장 / 사진제공= 삼성증권
권용수 삼성증권 은퇴연구소장(사진)은 15일 한국금융신문과 인터뷰에서 은퇴 이후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은퇴자에게 주식 배당, 채권 이자 등 고정된 '제2의 월급'이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 2차 베이비부머(1964~1973년생) 세대 은퇴가 시작된 가운데,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은퇴 후 연금까지 공백기)는 공포의 대상이다.
권용수 소장은 "생애 단계 전체를 조망하고 각 단계 별 필요성에 맞춰 투자하고 자산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소장은 "은퇴 이후 생애에 적절하게 대비하기 위해서는 필수 생활비 역할을 하는 공적연금 외 여러 유형의 연금이 통합적으로 균형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모바일, 강의, 상담 등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금은 장기투자 전략이 핵심이다. 주식과 채권을 각각 60%, 40%씩 분산하는 전통의 ‘60대 40’ 포트폴리오 전략에 대해, 권 소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동의했다. 수익성과 안정성의 균형을 추구하는 데 지금까지 그 효과가 많이 증명됐다는 것이다.
다만 권 소장은 "현대 투자환경에서는 대체자산의 포함, 채권 내 포트폴리오 다각화, 환노출 전략 고려 등 추가적인 전략이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생애주기에 따라 주식, 채권 비율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TDF(타깃데이트펀드), 시장상황에 따라 분산비율과 내용을 조절하는 BF(밸런스드펀드) 등을 활용해 적절한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저(低)비용도 장기 연금투자 성과를 결정한다. 권 소장은 "금융사마다 다르지만, IRP(개인형퇴직연금) 계좌 수수료가 0%에서 1%까지 부과되는 경우가 있어 꼼꼼히 따져 수수료가 없는 곳을 잘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계좌수수료는 전체 적립자산에 매년 지속적으로 부과되는 만큼, 장기 은퇴자산 관리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최근 ETF에 많은 투자자가 주목하는 이유도 비용과 관련이 있는데, ETF는 가장 낮은 비용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다"고 덧붙였다.
연령 별 대응 전략도 필요하다. 권 소장은 20~30대 젊은 층에게는 "조기 투자의 이점을 활용해 연금저축 상품 가입, IRP 및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적극 활용, 적립식 펀드, 주택청약 준비 등이 필수적"이라고 권고했다. 그는 “40대는 자산 증식과 안정성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IRP와 개인형 연금저축 계좌 납입금 최대화, 인컴형 자산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은퇴 준비가 본격화되는 50대에 대해 권 소장은 "점차 안정적인 투자 상품의 비중을 확대해 나가야 하며, 월지급식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자가 주택 마련을 통해 주거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60대는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그는 "즉시 연금보험 가입이나 주택연금 활용, 물가연동국채 투자, 노후를 대비한 다양한 보험을 점검하는 게 필수"라고 제시했다.
은퇴 이전에는 연금을 잘 모으는 게 중요하고, 은퇴 이후에는 잘 모은 자금을 잘 굴려서 소진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른바 '중위험-중수익'이 달성 목표지만,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
권 소장은 "개인의 재무상황, 투자목표, 위험 감수 능력 을 고려해 적절한 전략을 선택하고,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며 필요 시 리밸런싱(자산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소장은 "월배당 ETF의 활용이 중요하다"며 "커버드콜,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배당주 등 다양한 유형의 ETF가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고, 매월 예측 가능한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권 소장은 "금융회사에 따라 ETF가 지연 매매나 종가매매 방식이 적용돼 시장가격의 신속한 반영이라는 장점을 살릴 수 없는 경우도 많으므로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상품을 활용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자산관리 정보의 품질과 접근성도 중요한 항목이다"고 말했다.
샌드박스 형태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형 서비스 도입이 예고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위험 수용능력과 투자 목표에 맞춰 적절한 알고리즘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권 소장은 "로보어드바이저는 시장 변동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산 배분을 조정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단,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직접 자산현황을 점검하고 리밸런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3층 연금' 별 전략도 유효하다. 권 소장은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을 최대화하고, 60세 이후에도 계속 보험료를 납부해 연금액을 증액하고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춰 더 많은 연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퇴직연금 관련 권 소장은 "DC(확정기여형)나 IRP를 통해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장기투자 관점에서 분산투자를 실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지막 개인연금에서도 "연금저축계좌를 활용해 꾸준히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IRP와 연금저축계좌를 합산해 연간 납입한도를 고려하고 장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권 소장은 “각 연금 별 특성을 고려해 전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연령 및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배분 비율을 조정하며, 시장 상황에 맞는 리밸런싱이 필요하다”며 “마지막에는 각 연금 수령 시기와 방식까지 종합적인 인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채권 관련해서 그는 “금리 하락 시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본차익을 기대하기 위해 장기채 비중을 확대하는 게 좋고, 금리 인하기에 캐리(carry) 수익이 높은 신흥국 채권에 주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권 소장은 “장기 투자에서는 단기적인 경제지표를 예상하려고 하지 말고, 분산투자의 원칙을 잘 지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권 소장은 ‘자산축적기-강화재편기-자산인출기’의 특성에 맞춰 전략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봤다. 누구에게나, 어느 때나 통하는 자산관리, 투자방법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권 소장은 “연금은 장기투자가 필수인 만큼 자산의 실질가치를 지키고 잔존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자산가치도 높이고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는 체계적인 인출까지 고려해야 하는 가장 복잡하고 중요한 자산관리 영역”이라며 “은퇴 재무설계와 실행 파트너를 선택해 관리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