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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도 만두도 과자도 ‘도련님 전성시대’

손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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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2-16 00:00

美 유학파에 컬럼비아대 압도적
일각서 “기업경쟁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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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도 만두도 과자도 ‘도련님 전성시대’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식품업계 오너 3·4세 도련님(?)들이 고속 승진과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태어났으며, 모두 미국에서 대학을 마쳤다.

2010년대 후반에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기업 내 주요 부서를 단시간에 돌면서 경험을 쌓았다. 최근에는 기업의 미래가 달린 신사업 쪽으로 투입됐다. K푸드가 전 세계로 불티나게 팔리면서 경영 승계에 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다만, 대내외 경기 불황에다 국내 정치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이들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지난달 29일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 부사장은 1986년생으로,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다.

그는 일본 게이오대학을 나온 후 2008년 노무라증권에 입사했다. 2013년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고, 2020년 일본 롯데 영업본부장으로 합류했다.

2021년 일본 롯데홀딩스 기획부장을 맡았다. 2022년 5월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 상무보를 거쳐 12월 상무로 승진했다. 2023년 한국에서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맡으면서 전무에 올랐다. 신 부사장이 롯데에 입사한 후 4년여 만이다.

신 부사장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등 신사업에 앞장설 전망이다. 최근 롯데는 주력 사업군인 유통·화학산업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성장 동력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얼마 전 신 부사장은 아버지 신동빈 회장과 함께 유럽으로 건너갔다.

지난 9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에 참석한 것이다. 그는 ‘빼빼로 연 매출 1조’ 달성을 위해 한국과 일본 롯데의 공동 마케팅과 해외 유통망 효율화 등을 논의했다. 롯데는 신 부사장 승진과 관련,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사업과 신기술 발굴,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추진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평했다.

오리온 담서원 경영관리담당 상무는 1989년생으로, 담철곤 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뉴욕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하고,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나왔다.

그는 2020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하던 중 2021년 7월 오리온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1년 5개월 만인 2023년 12월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직함을 새로 달았다. 오리온의 주력 해외 시장인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마친 점도 특징이다. 담 상무는 그룹 내 국내외 법인 경영 전략과 사업계획 수립 등을 맡고 있다.

공교롭게도 담 상무가 입사한 시점은 오리온이 바이오사업에 뛰어들던 때였다. 또한, 올해 초 오리온은 제약회사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리가켐바이오)를 5500억 원에 인수했다.

오리온은 리가켐바이오의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로 신약 개발에 나서 글로벌 식품 바이오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담 상무는 리가켐바이오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에 업계는 담 상무가 오리온의 바이오사업에서 중책을 맡아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달리 이선호닫기이선호기사 모아보기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은 공채 출신이다.

1990년생인 이 실장은 CJ그룹 이재현닫기이재현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장남이자 삼성가 ‘오너 4세’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금융경제학과를 나온 후 2013년 CJ제일제당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대리부터 과장, 부장 등 단계적으로 절차를 밟았다. 2016년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관리팀장, 2017년 CJ 지주 경영전략실 부장으로 승진했다.

2019년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 사업전략기획1팀, 2021년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을 맡았다. 2022년에는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 담당이 되면서 임원급인 경영리더로 승진, 10월 식품성장추진실장에 올랐다.

이 실장은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이던 2021년 9월, CJ제일제당 브랜드인 비비고와 NBA 구단 LA레이커스의 마케팅 협약을 추진했다. 식품전략기획1 담당 시절에는 미국 식품회사인 슈완스와의 법인 통합을 주도했다. 이 실장은 현재 CJ제일제당의 해외 사업 전반을 관할하고 있다.

그의 휘하에는 ‘글로벌 마켓 익스펜션 담당’과 ‘식품 M&A 담당’, ‘뉴 프론티어 담당’ 등의 조직이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8000억 원을 투입해 미국 사우스다코다 주와 유럽 헝가리에 신규 생산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은 2026년, 미국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K푸드의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농심 신상열 미래사업실장 전무는 3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승진 고속철을 탔다. 그는 신동원닫기신동원기사 모아보기 농심 회장의 장남으로, 1993년생이다. 그 역시 컬럼비아대에서 산업공학과를 전공했다. 이후 2019년 3월 농심 경영기획팀 사원으로 입사했다. 1년 만인 2020년 대리로 승진했으며, 경영기획팀 부장(2021년)과 ‘구매 담당’ 상무(2022년) 승진 등 1년 단위로 직급을 올렸다. 농심의 첫 20대 임원이었다.

특히 ‘구매 담당’은 농심 원자재 수급과 제품 가격, 협력 업체 등을 관리하는 핵심 부서다. 신 전무는 올해 초 미래사업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농심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전무로 승진했다. 사원에서 전무까지 5년여가 걸렸다.

농심 측은 “회사의 성장 방향과 확장을 결정하는 중추적인 업무를 맡기자는 취지로 미래사업실 전무 승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신사업으로 건강기능식품과 스마트팜, 펫푸드, 대체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건기식은 ‘라이필’과 ‘관절에쎈크릴’ 등의 브랜드를 론칭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스마트팜은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권으로 진출했다. 사막과 같은 기후 환경에서 자랄 수 없는 국산 딸기를 재배하도록 시스템을 고안한 것이다.

펫푸드는 국내 반려 인구 증가에 따라 오는 2027년 그 규모가 6조 원대에 이를 유망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 농심은 또 가치 소비 확산에 따라 비건 브랜드인 ‘베지가든’과 비건 레스토랑 ‘포레스트 키친’ 등도 운영 중이다.

도련님들 중 막내 삼양식품 전병우 상무는 30대에 들어서면서 임원직에 앉았다. 1994년생인 전 상무는 ‘불닭볶음면’ 성공신화의 주역인 어머니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면서 창업주 고 전중윤 회장의 손자인 ‘오너 3세’다. 컬럼비아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2019년 9월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해 승계 수업을 받았다. 이듬해 경영관리 부문 이사로 승진했다.

그는 지난해 말 삼양식품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CSO) 전략기획본부장(상무)으로 발령이 났다. 현재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도 겸직 중이다. 20대 중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삼양식품 임원에 올라 중책을 맡은 것이다.

삼양식품 측은 “그룹의 혁신 경영을 주도하며, 지속적인 성과를 이뤄낸 공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언급했다.

전 상무는 라면업계 오너 3세 중에서는 공식 석상에 맨 처음 얼굴을 비췄다. 지난해 9월 열린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자간담회 자리로, 당시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 새 사명과 미래 비전을 직접 공개했다. 특히 전 상무는 삼양라운드스퀘어 기업이미지(CI) 리뉴얼도 이끌었다.

그의 전공인 철학을 살려 삼양식품 새 슬로건으로 ‘음식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 사고를 바탕으로 현시대가 필요로 하는 식문화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킨다’를 제시했다.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케어와 문화예술 기반의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라는 개념을 들고 와 K푸드를 콘텐츠로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 오너 3·4세들이 K푸드를 기반으로, 이전과는 다른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경기 불황에 내수 침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계엄 사태로 정치적 불안정까지 더해지고 있어 어린 오너들이 얼마나 잘 해낼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너일지라도 입사 3~4년도 안 돼 실적을 인정하면서 검증 없이 승진시키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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