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가 안정은 사장 단독대표체제가 됐다. /사진제공=11번가
이미지 확대보기8일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지난 5일 2025년 조직 개편 및 임원 인사를 통해 자회사 11번가를 안정은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투자를 담당하던 하형일 사장은 물러났다. 하 사장이 담당해온 11번가 매각 작업은 송재승 SK스퀘어 CIO가 맡는다. 송 CIO는 이번 인사에서 SK스퀘어의 투자·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를 함께 담당하게 됐다.
안 사장은 경영 효율화와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수익성 우성 경영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SK스퀘어는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11번가 지분을 되사는 콜옵션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FI는 11번가 지분 100%를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다만 매각 진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앞서 FI는 알리바바, 아마존, 국내 대형 유통사 등 기존 SK스퀘어가 협상을 벌였던 상대를 대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 7월 오아시스가 11번가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지만 양측이 거래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렬됐다. 사실상 매각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후 11번가를 외면하는 듯했던 SK스퀘어가 직접 나섰다. 재원 확보가 목표인 만큼 11번가의 흑자전환 달성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9월 SK스퀘어는 “11번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비롯, 다양한 현황에 대해 11번가와 지속 논의하고 있다”며 “SK스퀘어 경영진 또한 11번가가 고객들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판매자와도 동반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SK스퀘어는 11번가의 흑자전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다시 매각하는 시나리오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SK스퀘어가 11번가를 다시 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업계에서는 매각 작업에 나서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 사장은 올해 적극적으로 수익성 개선 작업에 집중해왔다. 11번가의 주력사업인 오픈마켓 부문은 올해 8개월 연속(3~10월)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이를 포함 11번가의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146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0% 개선됐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524억원)도 42.4% 감소했다.
다만 마케팅 효율화와 사옥 이전, 희망퇴직 등 수익성 개선 작업에 집중한 탓에 자연스레 몸집은 줄어들었다. 올해 3분기 매출이 12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8% 감소했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흑자전환은 물론 거래액과 매출 확대가 중요하다.
11번가는 지난해부터 비효율 서비스를 과감하게 접고, 버티컬 서비스와 특화전문관, 클럽형 멤버십 고객 확대 등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셀러 확대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오픈마켓 특성상 양질의 셀러들이 많이 모일수록 소비자가 몰리고 자연스럽게 거래액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11번가는 올 8월 위기를 기회로 돌려세우기도 했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 당시 소비자 피해를 끝까지 책임진 일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안심쇼핑 착한기업’ 기획전을 개최하고, 피해 중소판매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판매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다. 당시 ‘돈쭐내기’에 나선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8월 초부터 한 달간 진행한 ‘착한기업’ 기획전은 셀러들의 거래액이 평균 2배에서 최대 100배 넘게 급증했다.
지난달 초 새로 선보인 무료 멤버십 서비스 ‘패밀리 플러스’도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다른 이커머스가 선보이는 유료 멤버십과 달리 무료 멤버십과 패밀리결합형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를 두며 긍정적인 성과를 얻었다. ‘패밀리 플러스’는 론칭 한 달 만에 가입자 24만 명을 돌파했다.
안 사장은 오픈마켓 부문에서 실적 개선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엔 흑자전환 목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1번가 관계자는 “기존과 변함없이 수익성 우선 경영 기조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11번가의 첫 여성 CEO로,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로 통한다. 1975년생인 그는 동덕여대 가정복지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야후코리아에 입사한 뒤 2003년 네이버 서비스 기획팀장, 2011년 쿠팡 PO(Product Owner)실장, 2016년 LF e서비스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11번가에는 2018년 신설법인 출범시기에 합류, 서비스 총괄 기획과 운영을 담당했다. 대표적으로 안 사장의 손을 거친 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와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라이브11’, 동영상 리뷰 서비스 ‘꾹꾹’ 그리고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 등이 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