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신한은행장 프로필./ 자료 = 신한금융그룹
이미지 확대보기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회장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는 어제 오전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자회사 사장단 후보 추천을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임기만료 등으로 대상이 되는 13개 자회사 중 무려 9개 자회사 CEO가 교체됐다. 대규모 인적쇄신이 이뤄졌지만 신한금융 대표 자회사인 신한은행의 정상혁 행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정상혁 핵장은 견조한 자산성장과 비이자 이익 증대 및 글로벌 성장 등 우수한 경영성과를 시현했으며 안정적인 건전성 관리와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양한 혁신을 주도하며 조직을 쇄신했다”고 연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정상혁 은행장은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점이 높게 평가 받았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주요 실적 추이./ 자료 = 신한금융
이미지 확대보기올 1분기 신한은행은 928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선두 싸움을 이어오던 KB국민은행(1분기 순이익 3895억원)과 하나은행(8432억원)을 앞지르고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2조5991억원) 보다 19.4% 증가한 3조102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886억원, 국민은행 2조6179억원, 우리은행 2조5244억원으로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보였다.
신한은행이 은행권에서 연간 기준 순이익 선두 자리에 오른 건 2018년이 마지막이었지만, 올해 들어 분기마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6년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건전성 지표도 우수하게 관리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올 9월 말 기준 연체율은 4대 은행 평균(0.30%) 보다 0.02%포인트 낮은 0.28%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4대 은행 평균(0.28%) 보다 0.01%포인트 적은 0.27%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 잔액 또한 4대 은행 평균(1조245억원) 보다 낮은 9600억원을 나타내며 부실 채권에 관리가 우수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산도 큰 폭으로 성장했는데, 9월 말 기준 자산 총계는 675조1833억원으로 정 행장 취임 전인 2022년 말 581조2026억원 보다 16.2% 증가했다. 2년도 채 되지 않아 100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일본, 중국 등 10개국에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디지털을 기반한 리테일 사업에 주력하고 선진금융 시장에서는 IB, 기업금융 등에 집중하는 등 진출 국가별 환경 분석에 기반한 차별화된 성장 전략으로 글로벌 전역에서 꾸준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그 결과 신한은행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연간 글로벌 순이익은 2022년 5383억원에서 지난해 5497억원으로 커졌다. 5대 은행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여기에 더해 신한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해외법인 순이익은 565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은행 전체 3분기 누적 순이익에서는 약 18.2%를 차지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2030년 기준 전행 순이익 비중 40% 초과를 목표로 국가별 환경분석에 기초한 차별화된 성장 전략과 새로운 시도로 글로벌 외연 확장을 글로벌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과 일본 등 핵심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채널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 은행장이 지난해 취임 후 과감한 글로벌 행보를 추진한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일례로 정 행장은 지난해 5월 ‘도쿄 키라보시 금융그룹’과 손을 잡고, 리테일·디지털 사업 전략 수립, 운영위원회 구성 및 신사업 발굴 등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도쿄 키라보시 금융그룹은 일본의 수도권 중소기업 및 개인고객을 중심으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 진출을 원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도 각종 지원제도 및 투자정보, 맞춤 컨설팅 지원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신한베트남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20년 1206억원 △2021년 1276억원 △2022년 1975억원 △2023년 2328억원 △2024년 6월 말에는 1413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카자흐스탄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며 현재 사업 다각화를 위한 다양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현지유망기업을 지원했고, 프로젝트 금융추진, 무역금융 기회 발굴 등 다양한 수익원 창출을 위한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몽골 최대은행인 칸은행과 디지털 금융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몽골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망 성장시장의 전략적 거점 확대를 위해 멕시코 몬테레이 지역에 멕시코신한은행 몬테레이지점을 개점했다.
정 은행장이 취임한 이후 신한은행의 글로벌 영업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에 5개 지점을 추가하며 총 지점을 51개로 늘렸다. 올해에도 4개 지점을 추가로 개설하며 베트남에서 신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 행장은 지난 7월 ‘글로벌 컨퍼런스 위크’에서 "해외 현지 규정을 빈틈없이 준수하고 주변을 세심하게 점검하는 내부통제 문화를 공고히 해 고객과의 신뢰를 쌓는 일에 더욱 집중하자"며 글로벌 사업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초부터 책무구조도 기반 내부통제 체계 구축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책무구조도를 준비해왔다. 올해 초 공포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하위 규정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는 등 정교화 과정을 거쳐 책무구조도를 완성했다.
시범운영 참여 제출 기한이 10월 말이었으나, 한 달 이상 앞서 도입해 지난 7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첫 금융회사가 됐다.
이 같은 선제적 조치는 조직문화 차원의 내부통제 정착을 강조하고 있는 정상혁 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정 행장은 올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기본에 더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고객의 신뢰”라며 “내부통제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의 규범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믿고 거래하는 은행’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직원들이 내부통제 자체를 문화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책무구조도 외에도 본점 및 영업점 부서장들의 효과적인 내부통제 및 관리를 위해 ‘내부통제 매뉴얼’도 별도로 마련했다. 부서장에서 은행장까지 이어지는 내부통제 점검 및 보고를 위한 ‘책무구조도 점검시스템’도 도입해 임직원들의 점검 활동과 개선 조치들이 시스템 상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했다.
4대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순위 추이./ 자료 = KB·신한·하나·우리금융
이미지 확대보기금융권에서는 새로운 임기에 정 행장에게 주어진 과제로 '리딩뱅크 탈환'과 '초격차 달성' 등을 꼽는다.
올해 신한은행이 리딩뱅크를 탈환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약진도 심상치 않다.
국민은행은 2019년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은 후 줄곧 1위를 기록해왔다. 올해 들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 영향으로 영업외손실이 확대되면서 순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실질 영업력을 나타내는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이 여전히 4대 은행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충당 부채로 인식되는 손실 보상 이슈가 해결되면 빠르게 순이익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대출자산 성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순익 규모를 키웠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과 2023년에 리딩뱅크에 올랐다. 올 3분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 차이는 3000억원 수준으로 차이가 적지는 않지만, 순익 기준 2위로서 신한은행을 맹추격하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김기흥 신한은행 CFO는 2024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NIM 전망에 대해 "금리 인하로 NIM 하락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올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56%로 전년 동기(1.63%) 대비 0.07%포인트, 전분기(1.60%) 대비 0.04%포인트 낮아졌다. 금리부 자산을 늘려 이자이익을 유지하겠지만 최근 금융당국에서 가계대출 조절을 강화함에 따라 이 또한 쉽지 않다.
이에 정 행장은 지금까지 성과를 내온 '수익다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 9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총영업이익 중 비이자이익 기여도는 9.30%다. 정 행장 취임 전인 2022년 3.20%에 불과했던 비이자이익 비중은 그의 수익다각화 전략을 바탕으로 2년도 되지 않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정 행장은 시니어 전문 사업을 비롯해 방카슈랑스, 신탁 사업등에서 수수료이익을 확대하며 비이자이익을 늘렸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