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분주한 가운데 은행별 해외 법인 성과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신한은행 해외 법인은 베트남과 일본을 중심으로 4000억원대 순이익을 올리면서 타 은행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법인의 선전으로 성장세를 나타냈다.
우리은행 해외법인 실적은 규모만 보면 2위 자리를 지켰지만 주요 법인 순이익이 줄줄이 뒷걸음질치면서 역성장했다.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현 KB뱅크)의 적자 여파로 해외 법인 부진이 이어졌다.
4일 한국금융신문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해외법인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 해외법인의 올해 3분기 누적 합산 순이익은 63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누적(7223억원) 대비 12.7% 줄어든 수치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이 증가한 반면 우리은행 해외법인 순이익이 줄고 국민은행은 큰 폭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해외법인 순이익은 2022년(4269억원), 지난해(4824억원)에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40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 10개 해외법인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343억원으로 4대 시중은행 중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24% 늘었다. 은행 전체 순이익(3조1028억원)에서 해외법인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4% 수준이다.
신한은행 해외법인 선전은 신한베트남은행과 SBJ은행이 견인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한 2076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신한은행 해외법인 실적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1993년 국내 금융회사 중 가장 먼저 사무소 형태로 베트남에 진출해 지점을 늘렸다. 현재 호치민, 하노이, 하이퐁, 다낭, 껀터 등 베트남 5대 도시를 중심으로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총 52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2개 채널을 추가로 개점할 예정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순이익은 2020년 1206억원, 2021년 1276억원, 2022년 1975원, 2023년 2328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성장세가 지속되는 배경으로는 현지 영업 확대를 통해 확보한 안정적인 고객 기반과 다변화된 사업 모델이 꼽힌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대형 로컬 은행 수준의 영업력을 목표로 기존보다 한 단계 높은 현지화 전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전체 대출 자산 중 60% 이상이 리테일 부문으로, 모두 현지 고객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 부문에서도 현지 기업 자산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카론, 신용대출 등 다양한 리테일 상품과 함께 기업 대상 무역금융 서비스, 서플라이 체인 파이낸스, 외환 파생상품 등으로 사업 구조 다변화도 추진 중이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혁신 금융 상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전략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활용해 고객 수요를 파악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잘로, 티키, 모모 등 현지 디지털 플랫폼과 제휴를 통해 디지털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있다. 금융 서비스 외에도 쇼핑, 게임, 호텔 예약 등 비금융 콘텐츠도 늘리고 있다.
신한은행 일본 법인인 SBJ은행도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069억원을 기록하며 은행 해외 법인 순이익 개선을 뒷받침했다. 같은 기간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의 순이익은 754억원으로 68.7%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4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올 3분기까지 14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아메리카신한은행의 적자 폭은 작년 3분기 누적 305억원에서 올 3분기 누적 70억원으로 줄었다. 신한캄보디아은행(126억원), 유럽신한은행(97억원) 등의 순이익도 개선됐다.
중국 시장에서는 역성장했다.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4% 줄었다. 중국 경제 둔화 및 미국 중국간의 갈등 장기화로 인해 국내 기업의 중국이탈이 늘었고,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신한은행 다음으로는 우리은행 해외법인 순이익이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은 11개 해외법인에서 올 3분기 누적 154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843억원) 대비로는 16.2% 줄었는데, 조달비용 증가와 대손충당금 증가, 현지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주요 법인 실적이 줄줄이 뒷걸음질친 결과다.
인도네시아우리소다라은행과 베트남우리은행의 순이익은 각각 460억원, 41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 3% 감소했다. 우리아메리카은행(254억원)과 중국우리은행(176억원)의 순이익도 각각 5.7%, 45.3% 줄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23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던 캄보디아법인은 올 3분기 누적 11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우리은행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대 법인을 글로벌 사업 핵심 거점 지역으로 삼고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4월 베트남 법인 2억달러 증자를 시작으로 6월 인도네시아 법인 2억달러, 7월 캄보디아 법인 1억달러 증자 등 총 5억 달러를 투입했다.
우리은행 동남아 3대 법인의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32%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전체 손익에서 이들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화되면 캄보디아, 베트남 법인에 대한 추가 증자도 검토할 계획이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수신 조달 기반 영업 강화, 여신 영업 지속 확대, 핵심 비이자수익 증대, 디지털 전략 가속화를 주요 전략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지상사 중심의 영업 전략을 펼쳐왔다면 앞으로는 현지 개인 고객을 적극 공략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목표다.
하나은행 해외법인은 인도네시아 법인과 러시아 법인의 성장세에 힘입어 순이익 개선에 성공했다. 하나은행 11개 해외법인의 순이익은 올 3분기 누적 12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늘었다.
인도네시아 법인인 PT Bank KEB Hana의 순이익은 330억원으로 16.8% 증가했다. 지난해 반영된 차세대 전산 도입에 따른 판관비 증가의 기저 효과로 순이익이 늘었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기존 한국계 대기업과 로컬 대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로컬 중기업 및 리테일 영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KEB하나은행의 순이익은 279억원으로 151.7% 뛰었다. KEB하나로스엔젤레스파이낸셜(87억원), 멕시코KEB하나은행(32억원), KEB하나뉴욕파이낸셜(29억원)의 순이익도 각각 28.4%, 14.9%, 57.8% 증가했다.
중국 법인 실적은 악화됐다.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193억원에서 올 3분기 누적 104억원으로 46.2% 감소했다. 리스크 관리 강화에 따른 손실 충당금 확대와 소액 보증서 담보부 대출 등 저리스크 자산 확대로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이다.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는 리스크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가면서 선별적인 우량 대출자산 확대, 예대마진율 하락에 대응한 비이자이익 증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해외법인은 올 3분기 누적 788억원 순손실을 내면서 4대 은행 중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법인인 부코핀은행(KB뱅크)의 적자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813억원 순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5개 해외법인 가운데 실적이 개선된 곳은 미얀마법인인 KB BANK미얀마가 유일했다. KB BANK미얀마의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22억원에서 올 3분기 누적 492억원으로 20배 넘게 뛰었다.
나머지 해외법인의 순이익은 모두 역성장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법인의 적자폭이 커지면서 전체 실적을 크게 끌어내렸다. 부코핀은행의 순손실은 작년 3분기 누적 638억원에서 올 3분기 누적 1861억원으로 3배 가까이 확대됐다. 부코핀은행은 충당금 전입 및 법인세 관련 일회성 요인으로 3분기 1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반영했다.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의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있다. 내년까지는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7월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취득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후 2020년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67%까지 끌어올리며 최대 주주가 됐다. 2021년 11월 3차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 인수 후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현재까지 부코핀은행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부코핀은행의 순손실은 2020년 434억원에서 2021년 2725억원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802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2612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였다가 올해 들어서는 3분기까지 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부코핀은행은 2018년 지분 인수 때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됐다. 당시 순손실은 88억원이었다. 국민은행에 인수된 이듬해인 2019년 적자 폭이 56억원으로 줄어들면서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 확산 영향으로 부실여신이 늘면서 적자와 건전성 악화를 면치 못했다.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의 내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금 지원 대신 정보기술(IT) 부문 투자 등을 통해 사업을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부코핀은행을 자체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일환으로 부코핀은행은 IT 중추 사업인 ‘차세대 은행시스템(NGBS·New Generation Banking System)’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에 선진화된 IT 기술과 비대면 채널을 접목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차세대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시스템 도입 시기는 당초 목표 일정보다 지연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NGBS 개발을 마칠 예정이었으나 하반기로 한차례 미뤘고 최근 기존 사업자와의 계약 만료로 사업자를 변경하면서 내년 초로 도입 시기를 다시 연기했다.
국민은행 핵심 해외 법인인 캄보디아 프라삭은행의 순이익도 현지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4% 줄어든 875억원에 그쳤다. 중국 법인인 Kookmin Bank(China)의 순이익(169억원)은 지난해 특수채권 환입 등 일회성 요인의 기저효과로 32.7% 감소했다.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는 지난해 3분기 누적 4억원 순이익에서 올 3분기 누적 20억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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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