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는 지난 9월부터 차기 신한은행장을 선정하기 위한 승계 절차를 밟고 있다.
신한금융 자경위는 약 석 달 간 내·외부 후보들에 심사를 통해 압축된 리스트를 선정했다. 이후 심층 심사를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하고, 신한은행 이사회 의결로 새 행장이 선정된다. 신한금융은 그간 12월 중순께 해당 결과를 발표해 왔다.
지금으로서는 현 은행장인 정상혁 행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2023년 선임된 정 은행장은 1964년생으로 1990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고객만족센터장, 소비자보호센터장, 삼성동지점장, 역삼역금융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정 행장은 2019년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신한은행장 첫 임기 당시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진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2019년 말 상무, 2020년 말 부행장으로 승진하며 능력을 인정받았고 전략, 재무, 기획, 자금조달과 운용 등 핵심 부서를 총괄하는 경영기획그룹장을 맡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전략책임자(CSO) 역할을 수행했다.
부행장 당시 자금시장그룹장으로 자금·조달운용, 자본정책 실행 등을 총괄한 정 행장은 자본시장 현황과 ALM 정책 및 리스크관리 등 내부 사정에 정통해,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현재 금융 환경에서 위기 대응 역량을 갖춘 적임자로 평가 받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정 행장 선임 당시 “정 부행장은 지난 2년간 은행의 경영전략 및 재무계획 수립, 실행을 총괄하는 경영기획 그룹장을 역임하며 '2030 은행 미래비전' 제시 및 미래 핵심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혁신을 주도하고, 탈권위적 소통과 유연한 대응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등 변화관리 리더십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 행장은 취임 후에도 리딩뱅크를 탈환 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업 등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어 연임 기반을 마련했다는 호평을 받는다. 통상 2+1년 이라는 최고경영자(CEO) 인사 기조에 따라 무난히 연임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정 행장은 취임 첫해인 2023년 순이익 3조 677억원을 기록하며 ‘3조 클럽’ 자리를 지켰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2022년 이룬 ‘3조 클럽’의 위상을 이어간 것이다.
올해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2조5991억원) 보다 19.4% 증가한 3조1028억원을 기록,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보이며 2019년 KB국민은행에 뺏겼던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886억원, 국민은행 2조6179억원, 우리은행 2조5244억원이다.
정 행장은 글로벌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신한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해외법인 순이익은 565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은행 전체 3분기 누적 순이익에서 약 18.2%를 차지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일본 등 핵심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채널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 같은 성과는 정 행장이 지난해 취임 후 과감한 글로벌 행보를 추진한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일례로 정 행장은 지난해 5월 ‘도쿄 키라보시 금융그룹’과 손을 잡고, 리테일·디지털 사업 전략 수립, 운영위원회 구성 및 신사업 발굴 등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도쿄 키라보시 금융그룹은 일본의 수도권 중소기업 및 개인고객을 중심으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 진출을 원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도 각종 지원제도 및 투자정보, 맞춤 컨설팅 지원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카자흐스탄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며 현재 사업 다각화를 위한 다양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몽골 최대은행인 칸은행과 디지털 금융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몽골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망 성장시장의 전략적 거점 확대를 위해 멕시코 몬테레이 지역에 멕시코신한은행 몬테레이지점을 개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가 오는 2026년까지라는 점은 정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진옥동-정상혁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진 회장은 2022년 내정자 신분에서 10개 계열사 중 5대 대표를 교체하며 진옥동 색깔로 대대적 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며 9개 계열사 CEO 전원이 연임했다. 큰 변화 없이 진옥동 체제를 굳힌 것이다.
정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 만료된다. 진 회장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만큼 올해 연말 인사에서도 CEO 교체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진 회장은 지난 9월 창립 23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지금은 동기 부여보다는 우리가 하는 일에 집중이 필요하다"며 내실을 강조한 바 있다.
신한은행 2024년 말 임기 만료 부행장./ 자료 = 신한은행
이미지 확대보기신한은행은 정 행장 외에도 임원 19명 중 14명의 임기가 오는 31일 만료된다. 부행장 13명 중 10명이, 상무 6명 중 4명의 임기가 올 연말까지다.
곧 임기가 만료되는 10명의 부행장으로는 전필환 영업추진1 그룹장(1965년생), 정근수 GIB 그룹장(1966년생), 정용욱 영업추진4 그룹장(1966년생), 박현주닫기박현주기사 모아보기 소비자보호 그룹장(1965년생), 서승현 글로벌사업 그룹장(1967년생), 김윤홍 영업추진2 그룹장(1966년생), 김기홍 경영지원 그룹장(1968년생), 황인하 Tech 그룹장(1966년생), 용운호 영업추진3 그룹장(1967년생), 임수한 디지털솔루션 그룹장(1968년생) 등이 있다.
임기 만료를 앞둔 부행장들은 1965년생부터 1968년생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1966년생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필환, 정근수, 정용욱 부행장이 2021년 임기를 시작해 가장 오래 임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박현주 부행장은 13명의 부행장 중 유일한 여성이다.
올 연말 임기를 앞두고 있는 신한은행 상무들에는 박의식 자산관리솔루션 그룹장(1969년생), 윤준호 정보보호본부 상무(1968년생), 이영호 준법감시인(1970년생), 김상근 자본시장단 상무(1969년생)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2023년 임기를 시작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