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빅3’ 자회사로 꼽히는 은행, 카드, 라이프 등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나선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대표 12명 모두 인사 대상이다.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 회장이 취임 첫해인 지난해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인사 기조로 안정을 택한 가운데 올해는 쇄신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 14개 자회사 중 김상태닫기김상태기사 모아보기 신한투자증권 대표와 조재민닫기조재민기사 모아보기 신한자산운용 대표를 제외한 12곳 CEO의 임기가 올해 말부터 내년 초 끝난다.
정상혁닫기정상혁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을 포함해 문동권닫기문동권기사 모아보기 신한카드 대표,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등 ‘빅3’ 자회사 CEO 모두 올해 12월 31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 이승수 신한자산신탁 대표, 조경선닫기조경선기사 모아보기 신한DS 대표, 정지호 신한펀드파트너스 대표,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의 임기도 올해 말까지다. 박우혁 제주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1일 만료된다.
신한금융은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자회사 대표 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신한금융 자경위는 지난 9월 10일 첫 회의를 열고 자회사 대표 승계후보군(롱리스트)을 선정했다.
그간 매년 12월 중순 자경위를 가동해 자회사 대표 후보를 추천해왔지만 올해는 금융감독원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반영해 예년보다 이른 시점에 자경위를 개시했다.
앞서 진 회장은 지난해 말 임기 만료 자회사 CEO 9명 전원의 재선임을 결정하며 안정 기조를 택했다.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이희수 신한저축은행장·조경선 신한DS 대표·정지호 신한펀드파트너스 대표·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박우혁 제주은행장·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가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최근 신한투자증권에서 1300억원대 파생상품 거래 손실 사고가 발생하면서 기강 강화 등을 위해 신한금융 자경위의 인사 기조가 쇄신에 무게가 기울고 있다는 후문이다. 진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내부통제 강화를 중점 경영 과제로 강조해왔다.
신한투자증권에서는 올해 8월 2일부터 10월 10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LP) 업무 부서에서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매매를 하다가 1357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해당 부서가 손실을 감추기 위해 허위 스와프 거래를 등록한 사실도 적발됐다.
진 회장은 지난달 '금감원-금융권 홍콩 투자설명회(IR)'에서 신한투자증권 손실 사고와 관련해 “충격을 크게 받았고 심각성도 굉장히 깊이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만큼 굉장히 깊이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고민도 깊이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 회장이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관점의 혁신과 내실 중심 경영을 강조해 온 만큼 핵심 계열사의 리더십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들 CEO가 안정적인 성과를 시현하고 있다는 점도 연임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한 3조1028억원을 기록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2조 클럽에 입성하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은행권이 횡령과 배임, 부정대출 등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은 큰 내부통제 부실 이슈 없이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정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2009년 통합 신한카드 출범 이후 첫 카드사 내부 출신 CEO인 문동권 대표는 '쏠(SOL) 트래블 체크카드' 등을 성공시키는 등 카드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6219억원의 순이익으로 카드사 중 순익 규모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 3분기 누적 기준 1년 전보다 17.8% 늘어난 552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영종 대표는 취임 후 생보 업계 ‘톱(TOP) 2’ 달성을 목표로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왔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전년 대비 5.1% 증가한 4724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업계 3위인 교보생명(4891억원)을 바짝 뒤쫓았다. 올 3분기 누적으로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9.2% 늘어난 467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관건은 이들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 경우 받게 될 임기다. 정 행장과 문 대표, 이 대표 모두 지난해 초 취임한 초임 CEO다. 진 회장이 이들 대표의 임기를 2년씩 연장해 자회사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진 회장의 임기가 2026년 3월 만료되는 점은 변수다. 진 회장의 거취가 내년 연말 결정될 예정인 만큼 핵심 계열사 대표에게도 일단 1년씩 임기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앞서 진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연임 시 임기 1년의 관례를 깨고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와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에게 2년의 임기를 부여했다.
나머지 자회사에서는 진 회장이 인사 폭을 키워 전반적인 CEO 인사를 ‘안정 속 쇄신’ 기조로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최근 핵심 자회사인 은행 수장을 교체하며 쇄신 인사의 신호탄을 쏜 바 있다.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와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는 2021년 1월 취임해 4년째 임기를 보내고 있다. 박우혁 제주은행장의 경우 2022년 3월 취임해 2+1년 임기를 지냈다.
이들 자회사의 경우 실적도 부진한 상황이다. 신한캐피탈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5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9% 감소했다. 신한저축은행의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4% 줄어든 218억원에 그쳤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경우 임기가 내년 말까지로 이번 인사 대상은 아니지만 최근 파생상품 손실 사태 책임을 지고 용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CEO가 교체되는 자회사에는 지주와 은행 경영진이 새 수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신한지주 부문장(부사장) 6명과 신한은행 부행장(지주 겸직 제외) 12명 등이 잠재 후보군이다.
지주에는 고석헌·천상영·이인균·왕호민·박현주 등 부사장 6명이 있다. 고석헌 전략 담당 부문장(CSO), 이인균 운영 담당 부문장(COO), 왕호민 그룹 소비자보호 담당 부문장 겸 준법감시인(CCO), 박현주닫기박현주기사 모아보기 소비자보호파트장 등 4명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이중 이인균 부문장과 왕호민 부문장은 2021년 1월 부사장으로 승진해 3년 임기를 지냈다. 지난해 1월 부사장에 오른 고석헌 부문장의 경우 2년차다.
은행에서는 전필환·정근수·정용욱·서승현·김윤홍·김기홍·황인하·용운호·임수한 부행장 등 9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진 회장이 임기 마지막 해를 앞둔 시점에서 올해 인사에서 경영 색채를 뚜렷하게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 사고로 그룹이 내부통제 정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조직 기강을 바로잡고 변화를 꾀하기 위해 쇄신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