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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100만 가입자’ 목표…우웅조 롯데헬스케어 대표, 결국 ‘철수’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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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2-02 00:00

롯데헬스케어 ‘캐즐’, 이달 26일 종료…출시 1년 3개월 만
지주 유증 200억 철회…롯바엔 9000억 대출상환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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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캐즐 출시 미디어데이에서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헬스케어

▲ 지난해 9월 캐즐 출시 미디어데이에서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헬스케어

[한국금융신문 김나영 기자]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대표의 '플랫폼 100만 가입자' 꿈이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났다.

롯데가 재작년 야심차게 내놓은 헬스케어 사업이 출범 2년 만에 공중분해된다. 지난 8월 그룹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후 가장 먼저 헬스커어 부문에 메스를 들이댄 것. 올해 말까지 '가입자 100만 명'을 유치하겠다던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대표의 다짐도 지키지 못한 약속으로 남게 됐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가 운영하는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CAZZLE) 서비스가 오는 26일 종료된다. 지난해 9월 출시 후 1년 3개월 만이다.

롯데헬스케어는 2022년 4월 롯데그룹이 700억 원을 출자해 만든 회사다. 회사는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롯데그룹 회장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주문한 '4대 신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앤웰니스' 분야 자회사 중 하나다.

회사 출범 후 약 1년 반이 지난 2023년 9월, 롯데헬스케어는 캐즐을 정식 출시했다. 건강검진 데이터나 유전자 검사 결과를 기반, 운동 기록과 식단 등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이용자에게 맞춤형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당시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우웅조 대표는 핵심적인 경영 계획을 제시했다. 올해 말까지 궁극적으로 '캐즐 100만 가입자'를 달성하겠단 것. 롯데의 많은 계열사와 협업해 헬스케어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거란 구상이었다.

하지만 우 대표의 청사진은 실현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가 한 달 남짓 남은 12월 초 기준, 캐즐 가입자 수는 20만 명이 겨우 넘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올해 5월 게임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캐즐 에어'를 추가로 오픈했지만, 사용자를 끌어모으기엔 역부족이었다.

업계 안팎에선 롯데헬스케어가 후발주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단 평가다. 본래 플랫폼 사업은 선발주자가 독식하는 특성이 있는데, 기존 헬스케어 앱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차별화 전략이 부족했단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 플랫폼을 출시한다는 건 무조건 후발주자"라며 "이용자들을 빼앗아오기 위해 획기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끊임없이 서비스를 확장해야만 한다"고 언급했다. 플랫폼은 이용자 수가 사업의 기반인 만큼, 막대한 투자금이 들더라도 어떻게든 가입자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거다.

우 대표도 이를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미래 캐시카우를 발굴하겠단 롯데지주의 의지와 지원 아래 우 대표는 2년간 과감한 투자를 이어왔다. 2022년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도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로 112억 원을 써 1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엔 판관비(231억 원)가 더 늘어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각각 2배 이상 증가한 229억 원, 218억 원을 기록했다. 캐즐 출시로 인력과 광고를 늘리고, 플랫폼 개발 수수료에 큰 비용을 지출한 탓이다.

이에 반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약 8억 원에 그쳤다. 롯데지주가 지난해 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유증)를 통해 지원했음에도 실적 반등에 실패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헬스케어의 자본총계는 779억 원 수준으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그룹의 비상경영체제는 복병이 됐다.

올 8월 롯데그룹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비상경영체제를 선포, 긴축에 나서고 있다. 첫 수술대에 오를 대상이 롯데헬스케어가 지목되는 상황. 실제 신동빈 회장은 올해 1월 한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부진한 사업은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몇 년을 해도 잘 안 되는 사업은 다른 회사가 하는 것이 직원들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 8월 사옥도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구 선릉역 인근 공유 오피스로 이전했다.

캐즐이 서비스 종료를 알리기 한참 전부터 시장에선 이미 롯데그룹이 롯데헬스케어를 정리하고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집중할 거란 이야기가 속속 나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지난 3월부터 사내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해 300억 원 유증에 이어 올해에도 롯데지주로부터 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롯데지주는 최근 정정 공시를 통해 2차 납입 계획을 철수, 출자금 삭감 결정을 알렸다. 이와 동시에 롯데지주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대출금 9000억 원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하기로 했다.

캐즐 서비스 종료와 관련, 롯데지주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영 효율화를 위해 다각도로 고민 중이지만, 헬스케어 사업 철수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롯데헬스케어가 운영 중인 서비스가 캐즐 뿐인 것을 고려했을 때, 업계는 사실상 사업을 철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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