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그랑 콜레오스는 지난 10월 국내 시장에서 5385대가 판매되며 승용차 판매 9위에 올랐다. 판매 10위권 내 현대차·기아가 아닌 차량은 그랑 콜레오스가 유일하다. 국내 중형SUV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아 쏘렌토(7962대, 전체 1위), 현대차 싼타페(7294대, 3위) 등 인기 모델 틈바구니를 비집고 이 같은 성과를 냈다.
그랑 콜레오스는 지난 8월말 국내 출시해 9월 3900대 판매고를 올렸다. 누적 판매량 9330대. 르노코리아 올해 1~10월 전체 내수 판매량 2만5437대의 37%를 두 달만에 혼자 책임졌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 증가율은 37%로, 국내 자동차 수요 위축마저 잊은 분위기다.
그랑 콜레오스는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하이브리드 SUV를 내놓은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기아 이외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했다. 그랑 콜레오스 판매량 99%가 하이브리드다.
그렇다면 하이브리드라서 많이 팔린 것일까. 그랑 콜레오스 흥행에는 가격 경쟁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트림별 판매 가격은 3777만원부터 4352만원부터 시작한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3885만~4998만원이다. 엔트리 트림끼리 비교하면 100만원 차이다.
하지만 그랑 콜레오스는 가장 저렴한 트림부터 정차·재출발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을 제공하는 등 옵션 구성이 좋다. 비슷한 사양간 가격 비교를 하면 그랑 콜레오스가 400만원 정도 저렴하다.
실제 앞서 출시된 아르카나(옛 XM3)도 하이브리드를 추가했지만 존재감은 거의 없다. 언뜻 보면 가격은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에 비해 400만원 싸다. 그러나 절대적 크기도 더 작고 비슷한 옵션을 넣으면 실질적 가격은 비슷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르노코리아가 그랑 콜레오스의 공격적 가격 책정은 르노와 중국 지리그룹 동맹으로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지리차 공동개발 프로젝트로 탄생한 국내 첫 차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르노 본사에서, 내연기관 엔진과 플랫폼은 지리 산하 볼보가 맡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렇다 보니 해외 부품(닛산 등)이 다수 탑재됐다. 앞서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 부품 국산화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일반적 국산차 부품 국산화율은 95% 이상이다. 그랑 콜레오스 사양도 지난 2021년 중국에서 먼저 출시된 지리 중형SUV ‘싱유에L’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그간 중국 자동차 업체가 한국에 직접 진출해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 소형 IT기기도 중국 제품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이 존재하는데, 값비싼 자동차의 경우 말할 것도 없다는 인식때문이다.
하지만 그랑 콜레오스는 가격경쟁력이 시장에서 가장 큰 무기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르노 브랜드를 앞세울 수 있다는 점과 르노코리아는 한국에서 아직 ‘삼성차’라는 기억이 남아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르노코리아는 2010년대 카를로스 곤 체제 아래 르노·닛산 동맹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로그는 르노·닛산 기술력에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했던 부산공장에서 위탁생산했다.
르노·닛산 갈등이 발생하고 생산비용 여건도 달라지자, 르노 본사와 한국법인은 지리그룹과 새로운 삼각동맹을 구축했다.
지리그룹은 지난 2022년 르노코리아에 26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삼성을 제치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르노코리아 2023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지분 구조는 르노그룹 52.82%, 지리 자회사 센츄리온 인더스트리 34.02%, 삼성카드 13.13% 등으로 구성됐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2022년 지리그룹에 기술사용권 취득을 위해 2640억원을 지급한 데 이어, 2023년에는 개발비 명목으로 723억원을 지급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