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업수익을 구성하는 영업부문 포트폴리오는 S&T(세일즈 앤 트레이딩), PI(자기자본투자) 등으로 점점 다양화되고 있으며 규모도 커지고 있다. WM(자산관리) 부문도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투자자문 및 일임 등 중장기적인 자산관리 영역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증권업계 자기자본 규모 1위인 미래에셋증권(부회장 김미섭닫기김미섭기사 모아보기, 허선호, 이정호)의 경우, 미국,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11개 지역에 진출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공들이는 대표적인 증권사다. 국내의 성장 한계를 넘어 해외진출을 통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반면, 소형 증권사의 경우 수익 다변화에 한계가 있다. 이들은 한정된 자원을 IB 부문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인다.
순영업수익은 매출 성격의 영업수익에서 영업비용을 빼고, 여기에 판매관리비(인건비 포함)를 더한 수치다. 경상적인 이익 체력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은 바로 이 순영업수익에서 판관비를 빼면 구할 수 있다.
올해 1~3분기의 경우, 미래에셋증권(2조1412억원), 한국투자증권(2조215억원)의 순영업수익이 2조원대 규모로 상위그룹을 형성했다. 순영업수익 3위는 삼성증권(1조7620억원), 4위는 NH투자증권(1조5590억원), 5위는 KB증권(1조4660억원)이었다.
이들 5개사는 모두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 증권사들이다. 특히 4곳(미래, 한투, NH, KB)은 단기금융업무 인가를 받은 발행어음 사업자로, 자금 조달 측면에서 용이하다.
미래에셋증권은 2022년과 2023년 연간 기준으로도 10개사 가운데 순영업수익 규모 1위를 지켰다. 앞서 2022년의 경우, 2위가 한국투자증권, 3위가 메리츠증권이었다. 2023년은 2위가 메리츠증권, 3위가 삼성증권이었다.
대형사를 보면, 순영업수익 규모가 점차 늘고 있다. 톱10 증권사의 순영업수익 총합은 2022년 12조7615억원, 2023년 12조8278억원이었다.
그리고 2024년 올해는 아직 4분기가 남은 상황에서 13조원을 넘어 이전 연도의 연간치를 앞질렀다. 10개사의 순영업수익 합계는 최근 3년 새 8% 가량 늘었다.
영업부문 별로 살피면, 자기자본 9조원(2024년 9월 말, 별도 기준)대 규모로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이 해외사업(Global), 투자은행(IB), 트레이딩(S&T), 자산관리(WM), 자기자본투자(PI) 등 총 5개 분야에 걸쳐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수익 중 S&T 비중은 전체의 89%다. 이어 WM은 9%, IB는 3% 순이다. PI의 경우, 평가손 등에 따라 마이너스(-)였다.
미래에셋증권은 홍콩,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ETF(상장지수펀드) 중심의 S&T 비즈니스와 VC(벤처캐피탈) 투자 등을 집중하고 있다. 또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이머징 국가)에선 온라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비즈니스 기반으로 종합증권사 도약에 힘을 쏟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비즈니스 확장은 물론 국내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국내에 공급하면서 본사와 시너지를 높인다"고 밝혔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2024년 11월 인도 현지 증권사 쉐어칸(Sharekhan) 인수를 마무리하고 ‘미래에셋쉐어칸’을 출범했다. 향후 해외부문의 수익 기여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WM 부문 관련, 미래에셋은 뉴욕에 AI 알고리즘 법인인 '웰스스팟(Wealthspot)'을 설립한다. 미래에셋증권은 AI를 통한 운용 및 자산배분 능력을 키우고, 향후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의 2024년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순영업수익(1분기 중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부터 수취한 배당금수익 2400억원 제외) 내 비중을 보면, 자산운용이 34%로 가장 컸다. 자산운용은 유가증권 및 파생금융상품 거래, PI 업무 등이 해당된다. 이어 IB 18%, 위탁매매 14%, 그리고 수익증권, 랩(Wrap), 신탁 등 금융상품 판매 등을 하는 자산관리(AM) 부문이 5%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IB-AM의 두 수익기둥을 사업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안정적인 브로커리지 사업, 고수익의 S&T 사업을 더해 높은 이익 창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조달 측면의 우위를 활용한 비용관리 능력을 기반으로 경상이익 측면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국투자증권 측은 설명했다.
자기자본 8조원대(별도 기준)인 한투 역시, 국내를 넘어 글로벌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미국의 종합금융사 스티펄 파이낸셜과 조인트벤처(JV)로 설립한 'SF 크레딧 파트너스'는 미국 현지 미들마켓론(loan) 시장을 중심으로 공략하고 있다. 또 한투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Carlyle) 그룹과 파트너십도 공고히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네시아 거래소에 파생워런트 상품을 상장(2024년 10월)했다. 국내 ELW(주식워런트증권) 시장의 90% 이상을 점하는 사업자인 한투는, 2019년 베트남, 2023년 홍콩에 이어 권역을 넓혔다.
한투증권은 올해 홍콩법인이 국내 최초로 몽골 국책 주택금융기관 달러채를 발행했고, 이어 필리핀 부동산 개발 기업 달러채 발행까지 주관하면서 글로벌 DCM(채권자본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한투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와 해외 대체투자 관련해선 보수적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를 실행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2024년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수익에서 위탁매매 등 WM 파트가 64%로 비중이 높다. 삼성증권은 부유층 고객 기반 자산관리 역량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자산관리 명가(名家)를 지향한다. 삼성증권 측은 "리테일 사업에서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특히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초(超)부유층 자산관리 시장과 은퇴 시장에 대해 적극적인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또 대중부유층(Mass Affluent) 시장 선점에도 힘을 싣는다. 삼성증권은 "디지털 기반 신규 고객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는 동시에, 수수료 기반(Fee-based) 자산 확대를 통한 수익구조 안정화도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연결 누적 영업수익 중 트레이딩, 세일즈 등 S&T 이익 비중이 합산 65% 수준이었다. 이어 IB 부문 이익 비중은 13%였다. NH투자증권은 IB에 강점을 지닌 하우스로 평가받아 왔다. 특히 M&A(인수합병) 등 전략적 자문 기능을 강화하고, 공개매수에서 인수금융까지 이어지는 IB 패키지딜(deal)로 차별화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매출인 영업수익 규모에선 업계 최고다. 메리츠증권의 연결 영업수익은 2022년 57조원대, 2023년 47조원대에 달했다. 비용이 반영된 순영업수익 규모 역시 2022년 3위, 2023년 2위로 상위권에 해당된다.
메리츠증권은 2024년 3분기 누적 영업수익에서 S&T 이익 비중이 무려 94%에 달했다. 반면, 위탁영업, 자산관리상품 판매 등 리테일(0.5%) 사업부문은 아직 미흡하다. S&T 부문은 금리하락에 따라 채권 운용수익이 늘었다. 크레딧 채권 강세로 인수 및 중개수익, 상장기업 관련 구조화투자 등 성과를 거두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2024년 3분기 누적 영업손익에서 홀세일(Wholesale)(-6.4%)이 마이너스에 그쳤다. ETF LP(유동성공급자) 목적에 벗어난 장내 선물매매에 따른 과대손실 발생이 3분기 재무제표에 반영됐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선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한 IB 집중 경향이 두드러졌다. iM증권의 경우 2024년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순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 때 IB 부문이 차지하는 이익 비중은 146%에 달했다.
2007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2013년), 초대형 IB(2017년) 제도가 잇따라 본격화되면서, '자본력 싸움'으로 불리는 IB 부문에 좀 더 힘이 실렸다. 또 온라인·모바일 증권거래가 활성화되고 국내주식 브로커리지 수익이 정체된 것도 수익다변화 필요성을 키웠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의 효율성 평가와 시사점'(2024년 9월) 리포트에서 “증권업은 2010년대 자본시장 환경 변화와 산업 정책의 결과로 대형화와 수익구조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됐다”며 “특히 IB와 PI 부문 확대로 증권사의 효율성이 자본시장 성장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평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중소형사가 대형사보다 비용적 열위에 있다는 분석 결과를 고려하면, 중소형사는 대형사보다도 더 어려운 자본영업의 경쟁 환경에 있다”며 “따라서 중소형사는 자본영업 효율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최적 영업 전략과 규모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