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다민 기자
지난 2020년에도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폐기됐다. 그러나 올해 다시금 화제에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예금 등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를 대신해 예금 등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금보험공사가 평소에 금융회사로부터 보험료(예금보험료)를 받아 기금(예금보험기금)을 적립한 후, 금융회사가 예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면 금융회사를 대신해 예금(예금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현재 원금과 소정이자를 합해 1인당 5000만원까지만 보호되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도가 1억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약 1456조원이 한도 내에 있었으나, 상향 시 추가로 약 233조원이 보호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금자보호법은 1995년에 제정돼 1997년 예금보험한도를 1인당 2000만원으로 정했다. 이후 2001년에 현행과 같은 1인당 5000만원으로 정한 뒤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물론, 2014년 예금보험료를 고정보험료율에서 위험도에 따른 차등 보험료율로 바꾸는 등의 개정을 거친 바 있다. 그러나 한도는 24년 전에 정한 이후로 변함이 없다.
그간 국내 1인당 GDP 등 경제 성장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한도는 이전과 같아 경제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예금보호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비중은 올 3월 말 기준 전체 예금액의 절반 가까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도를 상향했을 때의 혜택은 소수만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보호받는 예금자 수는 98.1%서 99.3%로 단 1.2%p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상향으로 인한 예금보험료율 인상 부담은 전체 금융소비자가 지게 될 우려가 있다. 보호한도가 오르면 금융기관의 예보료 부담이 커지는데,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 예보료율은 시중은행 0.08%, 이외 종합금융사, 증권사 등 투자 매매중개사와 보험사는 0.15%를 적용한다. 대표적인 서민금융사인 저축은행은 예금 잔액 대비 0.4%로, 타 업권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금융기관이 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고려되는 부분은 조달금리와 판관비 등이 있는데, 그중 예보료도 포함된다. 가장 먼저 조달금리에 업무 자본 원가인 판관비를 더한 뒤, 예보료를 더한다. 이후 대손율과 일정 마진을 포함해 최종 대출금리를 산정하게 된다.
만일, 예보료가 오른다면 금융기관이 이외 다른 요소를 줄이지 않는 이상 대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저축은행은 취약차주 고객이 많아 대출 금리가 오르면 서민층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러나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예보료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최고 금리는 막혀있어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결국, 소비자들을 위해 개정하는 법이 되려 부담을 떠안겨주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간 많은 연구와 논의가 나온 만큼, 단순 보여주기식이 아닌 정말 고객을 보호할 수 있는 개정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김다민 한국금융신문 기자 dm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