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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는 계속된다" 삼양 불닭 해외서 '활활'…농심·오뚜기, 활로 '고심'

손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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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1-21 15:40 최종수정 : 2024-11-21 15:50

해외 실적에 3사 성장률 ‘극명’
소비 침체 장기화로 내수 부진
1~10월 K라면 수출 10억 달러
공장 짓고 글로벌 마케팅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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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라면 3사 3분기 누적 해외 매출, 수출 현황. /그래픽=한국금융신문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라면 3사 3분기 누적 해외 매출, 수출 현황. /그래픽=한국금융신문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K라면 대표주자인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 3사’의 3분기 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지난해 매운 라면을 중심으로 라면 3사의 매운맛 경쟁은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뜨겁게 불태웠다. 올해의 경우 이들 3사는 스테디셀러 제품을 중심으로 해외 경쟁력을 높이면서 글로벌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다만, 내수와 해외 의존도에 따라 성장세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21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내수 의존도가 높은 농심과 오뚜기가 올 3분기 누적 1%대 성장률을 보인 가운데 해외 비중이 큰 삼양식품은 40%대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냈다. 경기 불황으로 국내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내수 의존도가 높은 식품기업들의 성적이 좋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3분기 누적 매출 현황에서 농심은 전년(2조5538억 원) 대비 1.2% 상승한 2조5836억 원을, 오뚜기는 2조6197억 원에서 1.0% 오른 2조6496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삼양식품은 전년 8662억 원에서 44.2% 뛴 1조2491억 원을 달성, 2023년 연 매출(1조1929억 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라면 3사는 전체적인 외형 성장을 유지했으나 해외에서의 경쟁력에 따라 성장세가 극명히 나뉘었다. 실제 3분기 누적 해외 매출, 수출 현황을 보면 농심은 전년(9465억 원)보다 3.0% 오른 9747억 원, 오뚜기는 2493억 원에서 3.9% 상승한 25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삼양식품은 5876억 원에서 64.1% 증가한 9640억 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성장률이 농심과 오뚜기가 3%대에 그친 데 비해 삼양식품은 60%대를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상 올해 1~10월 하반기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 늘어난 10억2000만 달러(약 1조4000억 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출액(9억5200만 달러)을 상회한 것으로, K라면 광풍을 수치로도 체감할 수 있다. 라면 3사 대표 제품으로는 농심 신라면, 오뚜기 진라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을 꼽을 수 있다.

3분기까지 공시된 실적을 토대로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농심이 37.7%, 오뚜기가 9.8%, 삼양식품이 77.2%다. 삼양식품이 내수 침체에도 실적이 고공행진하는 비결이다. 라면 3사가 해외에 둔 법인 현황은 비슷하다. 이들 모두 미국과 중국에 법인을 마련, 이를 토대로 해외 시장을 차츰 확대 공략하고 있다. 농심은 7곳,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각각 5곳에 법인을 설립했다. 내수에서 한계를 느낀 라면 3사가 국내보다 해외로 무대를 옮겨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뉴욕한국문화원과 협업해 진행한 미국 뉴욕의 신라면 한강 체험 부스. /사진=농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뉴욕한국문화원과 협업해 진행한 미국 뉴욕의 신라면 한강 체험 부스. /사진=농심

농심은 신라면을 필두로 해외로 빠르게 보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 2022년 5월 농심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생산라인에 제2 공장을 가동했다. 이에 농심은 미국에서 연간 8억5000만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농심은 지난해 신라면으로만 약 1조2100억 원을 거둬들였다. 그중 해외에서만 약 7100억 원이 나왔다고 한다. 농심이 미국 공장에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이유다. 농심은 나아가 유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동원닫기신동원기사 모아보기 농심 회장이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유럽 판매 법인 설립을 시사한 것이다.

농심은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 르끌레르와 까르푸에 신라면과 자사 제품들을 대거 입점시켰다. 파리 올림픽 기간에도 대형 팝업을 열면서 현지인들에 K라면과 K스낵을 알렸다. 국내에서는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부산 녹산공장에 수출 전용 생산라인을 짓기로 했다. 1만7000㎡(5100평) 부지에 연면적 5만1000㎡(1만5500평) 규모로 조성된다. 이곳에는 총 3개의 초고속, 최첨단 라인이 들어선다. 이에 농심의 라면 생산량은 국내 10억 개, 미국 10억 개, 중국 7억 개 등 총 27억 개로 규모를 키운다.
농심은 최근에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뉴욕한국문화원과 연계해 뉴욕 한복판에 서울 한강공원을 꾸몄다. 한강에서 먹는 라면 맛을 해외 현지인들도 느끼도록 구현한 것이다. 라면 즉석조리기로 신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대형 LED 스크린과 특수효과를 활용해 실제 한강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MBC 방송에 등장한 오뚜기 '오키친스튜디오'. /사진=오뚜기

MBC 방송에 등장한 오뚜기 '오키친스튜디오'. /사진=오뚜기

오뚜기는 농심, 삼양식품보다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해외 비중이 10%를 넘지 못한 만큼 오너 온 가족이 해외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오뚜기 함영준닫기함영준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장녀인 함연지 씨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뮤지컬 배우에다 유튜버로도 활동했지만, 최근 일련의 활동을 중단하고 오뚜기 LA법인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해 8월 미국에 생산법인 ‘오뚜기푸드아메리카’를 설립했다. 오뚜기는 현재 LA에 생산공장 건립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함연지 씨 시아버지이자 함 회장과는 사돈 간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이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직함을 바꿨다. 오뚜기는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했고, 인력 충원까지 마쳤다. 진라면을 주축으로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보들보들치즈라면’ 등으로 K라면 공략에 나선다. 국내에서는 오뚜기 쿠킹 체험 공간인 ‘오키친스튜디오’를 통해 외국인들을 초청하고 있다. 한식에 관심이 큰 외국인들에 한식 조리법을 전수하려는 취지다. 수출용 상품인 ‘보들보들치즈라면’을 국내에서도 시판, 국내외 마케팅에 열을 가하고 있다.
불닭볶음면 제품을 든 외국인 모습. /사진=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제품을 든 외국인 모습. /사진=삼양식품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계속해서 시너지를 내는 모습이다. 삼양식품은 해외 생산공장이 없다. 삼양식품이 낸 불닭볶음면만 17종에 달한다. 불닭볶음면은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인 김정수 부회장이 진두지휘해 만든 제품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11년 초 서울의 한 식당에서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매운 음식을 먹는 것에 착안해 매운 라면 개발에 들어갔다. 맵기로 소문난 청양고추와 하바네로고추, 베트남고추, 타바스코, 졸로키아 등을 배합해 불닭볶음면을 만들었다.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의 히트 상품으로 컸다. 삼양식품은 3분기까지 불닭볶음면으로만 약 8700억 원을 벌어들였다.

김 부회장은 불닭볶음면 광풍에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2022년 5월 밀양에 수출전용 공장을 건립했다. 그러나 불닭볶음면을 찾는 해외 현지인들이 늘면서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제2 공장을 증축했다. 이로써 삼양식품은 밀양에서만 연간 5억6000만 개의 라면을 생산한다. 삼양식품 라면 생산량도 현 18억 개에서 24억 개로 대폭 뛴다.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불닭볶음면 레시피를 개발한 것을 실제 제품으로 응용하기도 했다. 여기서 탄생한 것이 ‘치즈불닭볶음면’과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등이다. 해외에서는 현지 특성을 반영해 할랄 인증도 받았다. 태국에서는 마라 열풍이 부는 점에 착안해 ‘마라불닭볶음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최근 불닭 시리즈를 이어가 소스로 넓히거나 스낵, 떡볶이, 김밥 등으로 출시하고 있다.

매출 규모는 농심과 오뚜기의 절반 수준이지만, 결과적으로 삼양식품은 불닭 인기에 힘입어 시가총액에서는 이들 기업을 앞지르는 등 기염을 토했다.

농심과 오뚜기는 3분기 실적과 관련, “내수 소비 침체로 전체 실적이 부진했다”며 공통된 입장을 냈다. 반면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의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라면 3사는 동시에 올 4분기에도 K라면을 주축으로 글로벌 시장에 힘을 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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