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라면 3사 3분기 누적 해외 매출, 수출 현황. /그래픽=한국금융신문
21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내수 의존도가 높은 농심과 오뚜기가 올 3분기 누적 1%대 성장률을 보인 가운데 해외 비중이 큰 삼양식품은 40%대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냈다. 경기 불황으로 국내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내수 의존도가 높은 식품기업들의 성적이 좋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3분기 누적 매출 현황에서 농심은 전년(2조5538억 원) 대비 1.2% 상승한 2조5836억 원을, 오뚜기는 2조6197억 원에서 1.0% 오른 2조6496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삼양식품은 전년 8662억 원에서 44.2% 뛴 1조2491억 원을 달성, 2023년 연 매출(1조1929억 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라면 3사는 전체적인 외형 성장을 유지했으나 해외에서의 경쟁력에 따라 성장세가 극명히 나뉘었다. 실제 3분기 누적 해외 매출, 수출 현황을 보면 농심은 전년(9465억 원)보다 3.0% 오른 9747억 원, 오뚜기는 2493억 원에서 3.9% 상승한 25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삼양식품은 5876억 원에서 64.1% 증가한 9640억 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성장률이 농심과 오뚜기가 3%대에 그친 데 비해 삼양식품은 60%대를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상 올해 1~10월 하반기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 늘어난 10억2000만 달러(약 1조4000억 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출액(9억5200만 달러)을 상회한 것으로, K라면 광풍을 수치로도 체감할 수 있다. 라면 3사 대표 제품으로는 농심 신라면, 오뚜기 진라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을 꼽을 수 있다.
3분기까지 공시된 실적을 토대로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농심이 37.7%, 오뚜기가 9.8%, 삼양식품이 77.2%다. 삼양식품이 내수 침체에도 실적이 고공행진하는 비결이다. 라면 3사가 해외에 둔 법인 현황은 비슷하다. 이들 모두 미국과 중국에 법인을 마련, 이를 토대로 해외 시장을 차츰 확대 공략하고 있다. 농심은 7곳,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각각 5곳에 법인을 설립했다. 내수에서 한계를 느낀 라면 3사가 국내보다 해외로 무대를 옮겨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뉴욕한국문화원과 협업해 진행한 미국 뉴욕의 신라면 한강 체험 부스. /사진=농심
농심은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 르끌레르와 까르푸에 신라면과 자사 제품들을 대거 입점시켰다. 파리 올림픽 기간에도 대형 팝업을 열면서 현지인들에 K라면과 K스낵을 알렸다. 국내에서는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부산 녹산공장에 수출 전용 생산라인을 짓기로 했다. 1만7000㎡(5100평) 부지에 연면적 5만1000㎡(1만5500평) 규모로 조성된다. 이곳에는 총 3개의 초고속, 최첨단 라인이 들어선다. 이에 농심의 라면 생산량은 국내 10억 개, 미국 10억 개, 중국 7억 개 등 총 27억 개로 규모를 키운다.
MBC 방송에 등장한 오뚜기 '오키친스튜디오'. /사진=오뚜기
아울러 함연지 씨 시아버지이자 함 회장과는 사돈 간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이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직함을 바꿨다. 오뚜기는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했고, 인력 충원까지 마쳤다. 진라면을 주축으로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보들보들치즈라면’ 등으로 K라면 공략에 나선다. 국내에서는 오뚜기 쿠킹 체험 공간인 ‘오키친스튜디오’를 통해 외국인들을 초청하고 있다. 한식에 관심이 큰 외국인들에 한식 조리법을 전수하려는 취지다. 수출용 상품인 ‘보들보들치즈라면’을 국내에서도 시판, 국내외 마케팅에 열을 가하고 있다.
불닭볶음면 제품을 든 외국인 모습. /사진=삼양식품
김 부회장은 불닭볶음면 광풍에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2022년 5월 밀양에 수출전용 공장을 건립했다. 그러나 불닭볶음면을 찾는 해외 현지인들이 늘면서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제2 공장을 증축했다. 이로써 삼양식품은 밀양에서만 연간 5억6000만 개의 라면을 생산한다. 삼양식품 라면 생산량도 현 18억 개에서 24억 개로 대폭 뛴다.
매출 규모는 농심과 오뚜기의 절반 수준이지만, 결과적으로 삼양식품은 불닭 인기에 힘입어 시가총액에서는 이들 기업을 앞지르는 등 기염을 토했다.
농심과 오뚜기는 3분기 실적과 관련, “내수 소비 침체로 전체 실적이 부진했다”며 공통된 입장을 냈다. 반면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의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라면 3사는 동시에 올 4분기에도 K라면을 주축으로 글로벌 시장에 힘을 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