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IB업계에서는 MKB가 국내 대기업 그룹을 겨냥한 인수합병(M&A) 시도를 지속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MBK는 작년 한국앤컴퍼니에 이어 올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
현재 국내 대기업은 3·4세 오너 경영인으로 승계 과정에서 선대에 비해 소유 구조 관점에서 지배력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3·4세 오너 경영인의 지배력 확대 발판이 될 주요 지주사 지분율은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친다. 재계에서는 50%가 넘는 상속세를 감안할 때 이들이 선대 경영인과 대등한 수준으로 소유 기반 지배력을 유지하며 경영권을 물려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 한다.
이 기업들은 소유 구조 관점에서 지배력은 취약하지만, 의사 결정의 정점에서 포괄적 권한을 행사한다. 승계 절차 마무리 전까진 상속세 등 이슈로 기업가치 제고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주주 간 이해관계 불일치에 따른 갈등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결국 창업자 가문이라는 상징성을 등에 업었더라도 지배구조 논란이 불거지면 언제든 승계 정당성을 집중 공격받을 수 있는 구조다. 특히 한국의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만큼 사모펀드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MBK가 M&A를 시도한 대기업 집단 역시 불완전한 지배구조와 주요 주주·창업자 가문 간 갈등 등이 공통점으로 지목된다.
앞서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조현식 전 고문과 조현범닫기조현범기사 모아보기 회장 간 갈등이 MBK 개입 계기가 됐다. 고려아연도 승계 과정에서 1대 주주와 2대 주주 간 불협이 경영권 분쟁이 시발점이 됐다. 이러한 재계의 승계과정이 상속 등으로 어려운 반면 사모펀드에 대한 제약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외국자본과 다를 바 없는 MBK가 국내 재계를 뒤흔들겠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징벌적 상속세를 개편하고 외국계 자본에 대항하고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