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지배구조./출처=한국기업평가
이미지 확대보기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롯데그룹의 유동성 관련 지라시가 배포됐다. 롯데그룹을 과거 대우그룹 해체에 비교하며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내용이 알려진 이후 롯데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주가는 폭락했고 채권 금리도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롯데홀딩스, 지주 및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등 연결차입금이 29조9000억원에 달한다. 또 한샘, 일진머티리얼즈, 미니스톱, 중고나라 등 인수합병(M&A) 실패와 실적 부진, 한계에 직면한 오프라인 중심 롯데그룹 유통업 등을 거론했다. 이밖에도 롯데건설 미분양으로 계열사간 은행권 연대보증이 치명타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룹이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해도 채무를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롯데그룹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배경에는 롯데건설이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그 폭도 건설사 중에서 두드러졌다. 당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연장이 어려워졌고 이를 롯데건설이 떠안는 과정에서 차입부담이 확대된 것이다.
롯데건설의 1대주주는 롯데케미칼(44.0%), 2대주주는 호텔롯데(43.3%)다. 롯데건설에 문제가 생기면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도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구조다. 앞서 언급한 연결부채 29조9000억원을 고려하면 ‘유동성 위기’라는 단어는 더욱 위협적이다.
우선 롯데건설의 연대보증 문제다. 연대보증은 그 규모를 떠나 그 파급효과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규모가 작더라도 연쇄효과가 클 수 있고 규모가 크더라도 연쇄효과가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해당 기업 혹은 정부가 나서서 정책 등으로 파급효과를 제한하기도 한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롯데건설의 둔촌주공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 정부가 나섰고 부동산금융 강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지원 사격을 했다”며 “해당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건설이 최근에 발행한 공모 회사채는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 없이 발행되는 등 그룹 전체로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7월와 10월에 각각 1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다.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지만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 없이 홀로서기에 나선다는 자체가 시장을 놀라게 했다. 특히 10월에는 이미 7월에 미매각을 경험한 터라 시장 이목을 더욱 집중시켰다. ‘위기’라는 수준을 고려하면 미매각 규모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한편, 그룹 크레딧 연계 구조를 보면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락 시 롯데지주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 다만 롯데지주 신용도 방향이 계열통합신용도와 반드시 일치하는 구조는 아니다.
롯데지주 신용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호텔롯데가 제외되지만 계열 통합신용도에는 호텔롯데가 반영된다. 롯데케미칼 등급 하락에도 계열통합신용도가 유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크레딧 파급력이 예상보다 낮다는 의미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지라시 내용을 보면 현재 PF 및 채권 시장, 그룹 신용도 연계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롯데그룹이 위기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대우그룹 사태에 비교한 것은 악질적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