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학회, 한국재무학회, 한국증권학회는 1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거버넌스 체계와 이사회의 역할'을 주제로 공동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 사진= 한국금융신문(2024.11.19)
이미지 확대보기금융회사 책무구조도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제재 목적이 아닌 금융사고 예방 목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금융학회(회장 곽노선), 한국재무학회(회장 채준), 한국증권학회(회장 이준서)는 1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거버넌스 체계와 이사회의 역할'을 주제로 공동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향: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한 내부통제 개선 방향 중심으로'라는 주제 발표를 맡았다.
금융회사는 지배주주의 소유 비중이 낮고, 소유가 분산돼 있는 등 주주에 의한 감시 기능이 낮아 참호구축 현상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금융회사의 경우 건전성이 악화되면 금융소비자 피해가 크고 시스템 리스크 확산 우려가 있는 만큼,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유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도입하고, 내부통제 제도를 발전시켜 왔지만, 횡령, 불완전판매, 고객정보 유출 등 대규모 금융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고 설명했다.
제왕적 이사회, 거수기 사외이사, 고객 이익과 비례하지 않은 보수체계, 사회적 책임 부재 등 각종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효섭 실장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책무구조도 도입 및 정착을 통해 내부통제 체계를 개선하고, 경영승계 프로그램 체계화 및 사외이사·감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이 실장은 "금융회사의 밸류업 참여 및 이행을 촉구하여 경영진과 주주·투자자·이해관계자의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고, 보상체계를 단기 금융회사 이익 중심에서 중장기 고객 이익 중심으로 바꾸며, 금융회사 제재 방식을 인적 제재 중심에서 금전 제재 중심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금융회사 책무구조도 제도의 정착을 위해 이 실장은 "책무구조도를 제재 목적이 아닌 금융사고 예방 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무의 쏠림, 중복, 회피를 최소화하고, 생성형 AI(인공지능) 혁신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책무구조도를 유연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금융회사 특징 및 규모에 따른 합리적 내부통제 인프라 구축을 유도하고, 제재 및 제재 경감 사례에 대한 금융업계 공유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김우찬 고려대학교 교수는 '금융산업에서의 바람직한 기업 거버넌스 체계: 다중대표소송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심으로'라는 주제 발표를 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의무와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총괄 관리의무가 새로 도입되면서, 금융회사 임원은 내부통제기준을 단순히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금융당국의 각종 신분 제재를 피할 수 없고 이를 실제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우찬 교수는 "신분 제재만으로 임원들에게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할 유인이 생길 지는 의문"이라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임원이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더라도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소송 확정 때까지 상당 기간 임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김우찬 교수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신분 제재만으로는 부족하고, 금전적인 제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횡령과 불법 대출로 금융회사가 직접적인 손해를 보거나 불완전판매에 따른 금융소비자 배상금 지급,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부과받은 과태료 납부로 간접적인 손해를 본 경우 책임 있는 임원이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법을 꼽았다. 이 때 활용되는 소송이 주주 대표소송과 다중 대표소송이라고 제시했다. 다만 김 교수는 "소 제기에 필요한 지분 요건이 지나치게 높아 임원에 대한 금전적인 제재와 회사에 대한 손실 보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고 지목했다.
비상장 완전 자회사인 은행의 경우 다중 대표소송만 유효한데, 소 제기에 필요한 지분 요건이 주주 대표소송의 500배 수준이라는 점을 한계로 보았다. 미국처럼 주주대표소송과 다중 대표소송 모두 단독주주권으로 전환해 손해 발생 당시 1주만 있더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건을 다른 금융권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은 조성욱닫기조성욱기사 모아보기 서울대학교 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의 사회로, 당국에서 강영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 학계에서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또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 법조계에서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발제자들과 참여했다.
이창환 대표는 앞선 행동주의 캠페인 경험을 들어 "주주 관점에서도 신분 제재보다 금전 제재가 좋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주주제안의 중요성을 짚은 이 대표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현재 지분율 기준에서 일정금액 기준을 도입할 수 있으면 한다고 제언키도 했다.
황현일 변호사도 "금융회사에 직접적인 금전제재 규정으로 인센티브를 바꿔주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당국에서는 책무구조도 관련해서 8개 지표에 대해 보고 있다고 했다.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관련 제재 운영지침(안)'에서 '위법행위의 경위 및 정도'는 ▲관리의무의 미이행 ▲임원등의 지시·묵인·조장·방치 등 ▲광범위 또는 조직적·집중적 위법행위 ▲장기간 또는 반복적 위법행위 ▲위법행위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 그리고 '위법행위의 결과'의 경우 ▲대규모 고객 피해 발생 ▲건전경영의 중대한 저해 등 ▲금융시장 신뢰·질서 훼손이 판단기준이 된다.
강 과장은 "구체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한계는 있다"며 "계속적으로 금융위 의결 과정을 거쳐 사례가 누적되면서 정착화 돼야 하는 그런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재 방법에 대해서 강 과장은 "금전제재 확대는 금융당국에서도 계속적인 방향이다"고 전했다.
이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축사에서 "기업의 지배구조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능과 역할은 이사회가 담당하고 있다"며 "이사회는 금융회사 경영진을 감시하며 견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