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이날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현재의 경영권 분쟁이 단순한 분쟁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국가핵심기술을 외국 기업 등에 매각 또는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할 때, 또한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해외 인수합병과 합작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할 때는 미리 산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자부 장관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뒤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정부 승인 없이는 해외에 매각할 수 없게 됐다. 최근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모두 국내 기업에 매각된 점을 고려하면, 고려아연의 해외 매각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국내 대형 전선 회사인 A사는 2019년 보유하고 있는 ‘500kV급 이상 전력 케이블 시스템 설계·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선정되면서 당시 추진하던 해외 매각이 막혀 2년 뒤 국내 기업에 인수됐다. 또한 국내 대형 공작기계 회사인 B사도 보유하고 있는 ‘고정밀 5축 머시닝센터의 설계·제조 기술’ 때문에 중국과 일본 기업 등에 적극적으로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국내 기업에 인수됐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국가핵심기술은 한국의 이차전지 소재 산업뿐만 아니라 전방 산업인 전기차 산업에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해외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 조사 기업인 크레딧솔루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구체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85% 이상이다. 국내에서 중국산 전구체 의존도는 무려 97.5%(한국무역협회 기준)에 달한다.
이번 고려아연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향후 MBK와 영풍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는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MBK와 영풍이 대규모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고려아연의 해외 우량 자산을 먼저 구조조정해 수익화를 도모하고 분할 매각 등을 활용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한다. 또 다른 중요 기술의 해외 공유와 수출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자금 회수에 나설 여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MBK·영풍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