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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이선정 대표, '쾌속 질주'…납품 갑질 의혹 '옥에 티'

손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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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1-18 15:41 최종수정 : 2024-11-18 15:48

올리브영 3분기 매출 3조5214억 원 '최대 실적'
사상 첫 '연매출 5조' 가시화…온·오프 동시 성장
납품·입점업체 갑질 의혹 여전…공정위도 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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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 이선정 대표. /사진=CJ 올리브영

CJ올리브영 이선정 대표. /사진=CJ 올리브영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CJ올리브영 이선정닫기이선정기사 모아보기 대표가 편의점 상품기획자(MD) 출신답게 올리브영의 취급 상품군 품목을 다양화하면서 뷰티 시장을 꽉 잡았다. 올리브영은 CJ그룹 계열사 가운데 매출 규모 3위에 오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다만,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가 길어지는 것일까. 중소 브랜드를 둘러싼 갑질 의혹이 끊이질 않으면서 업계 안팎의 잡음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18일 CJ그룹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2조7971억 원)보다 25.9% 상승한 3조521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 매출(3조8612억 원)의 90%가 넘는 규모다. 아울러 지난해 3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매출액 1조를 달성하는 쾌거이기도 하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리브영은 올해 4조를 넘어 5조 매출까지 넘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성에서도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3분기 순이익 1150억 원을 내면서 전년(946억 원)보다 21.6% 오르는 등 내실까지 챙긴 것. 이 기간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1369개로, 지난해 1338개 대비 31곳이 더 늘면서 외형 확장에도 성공했다. 헬스앤뷰티(H&B)스토어 후발주자였던 GS리테일의 랄라블라와 롯데쇼핑의 롭스가 모두 사업 철수를 하면서 사실상 올리브영 독주 체제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올리브영은 이에 대해 K뷰티를 찾는 외국인 방한객들이 늘어나 오프라인 매출이 상승한 점과 당일배송 서비스 강화로 온라인 수요가 커진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올리브영은 올 3분기 기준 CJ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 규모에서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에 이은 3위로 올라섰다.

높아진 위상만큼 구설수가 따라붙는 것은 부담이다. 중소 브랜드를 둘러싼 갑질 의혹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앞서 올리브영은 지난해부터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한 독점 브랜드(EB·Exclusive Brand)정책으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터였다. EB는 경쟁사와 거래하지 않는 상태에서 납품 브랜드에 광고비 인하나 행사 참여 보장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리브영이 납품업체들에 ▲행사독점 강요 ▲판촉 행사 기간 중 인하된 납품가격 행사 후 정상 납품가격으로 환원하지 않는 행위 ▲정보처리비 부당 수취행위 등이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판단해 과징금 18억96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납품업체 브랜드나 특정 상품을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매대에 진열하고, 판촉 행사를 벌인 것을 문제삼았다. 이들 제품을 경쟁사인 랄라블라나 롭스 등 다른 채널과 거래하지 말 것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부합한지도 쟁점이 됐다. 이 경우 올리브영은 수천억 원의 과징금을 적용받게 된다. 그러나 공정위는 뷰티 시장의 온라인 채널도 확대되는 만큼 올리브영을 시장지배적사업자로 보진 않았다. 오프라인 매장일 경우 올리브영의 국내 점유율은 70%가 넘게 추산되지만, 이를 온라인으로 넓히면 10% 안팎으로 줄어든다. 공정위는 뷰티 소매유통 채널에서 올리브영의 입지가 강화되는 만큼 시장경쟁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무혐의가 아닌 심의절차종료 결정을 내린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온라인에서도 영향력을 키워가는 만큼 신생 브랜드로서는 올리브영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올리브영 신생 브랜드에 타사 입점까지 막을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이들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도 자칫 갇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리브영은 한 고개를 넘었지만, 올해에도 브랜드 갑질 의혹과 함께 계속 수면 위로 올랐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뷰티 후발주자들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뷰티 브랜드가 해외 바이어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올리브영에 입점해 있는지가 조건이라는 말도 등장한다.

쿠팡, 무신사 등 플랫폼 기업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쿠팡은 지난해 7월 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올리브영이 쿠팡을 경쟁 상대로 여겨 중소 뷰티업체들이 쿠팡에 납품하거나 거래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다만, 공정위는 이에 대해 지난 5월 증거 불충분으로 최종 무혐의 처리했다. 올해 9월에는 팝업 성지인 성수동을 놓고 잡음이 새어 나왔다. 무신사가 뷰티 사업으로 진출하면서 성수동에 대형 뷰티 행사를 열었는데, 올리브영이 일부 업체에 행사에 불참할 것을 종용했다는 의혹이었다. 이에 무신사는 올리브영을 업무방해 등으로 공정위에 제소할지 자체적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이들 브랜드가 국민신문고에 해당 건을 신고한 만큼 추가 대응은 조사 결과가 나온 뒤로 미뤘다. 공정위는 올리브영 사옥에 심사관을 보내는 등 관련 조사에 나섰다.

올리브영의 확장세와 무관하게 잡음은 계속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해 비슷한 결과로 조사를 받았는데, 불과 1년도 안 돼 공정위의 심판대에 세워졌다. 만약 올리브영의 부당행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사안은 확대될 수도 있다. 회사의 쾌속 질주를 이끄는 이선정 대표로선 안팎의 우려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선정 대표는 건국대 응용생물화학과를 졸업, 지난 2000년 편의점 한국미니스톱 MD로 입사했다. 그는 2006년 CJ올리브영으로 자리를 옮겨 MD팀장과 MD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등을 맡았다.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상품기획, 소싱, 판매 증진 등에서 역량을 키웠다. 이 대표는 MD 전문가로서 300여 개가 넘는 중소 브랜드들을 발굴했다. 올리브영 취급 상품군도 뷰티에서 헬스케어, 퍼스널케어, 건강기능식품, 잡화 등으로 넓혔다. 온·오프라인 채널을 한데 묶은 옴니채널 마케팅도 펼쳐놨다. 퀵커머스 시장에도 눈독을 들여 ‘도심형물류거점(MFC)’을 빠르게 확장했다. 최근에는 주문 즉시 45분 내 상품을 배송해주는 ‘빠름 배송’ 서비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또 K뷰티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자 인천공항에서 명동으로 향하는 ‘올영 버스’를 선보인 것도 이선정 대표다. 나아가 성수역 역명 병기 ‘성수(CJ올리브영)역’ 사업도 따내 화제를 모았다. 올리브영은 성수동에 5층 형태의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을 앞두고 있다. 이에 올리브영의 이번 역명 병기가 공공재를 사기업이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올리브영은 역명 병기를 철수하면서 위약금 1억 원을 물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리브영은 올 3분기 기준 온라인 매출 비중이 약 28%에 이른다. 이를 토대로 올리브영 3분기 온라인 매출은 약 1조가 넘는 규모로 추산된다. 명실상부 국내 뷰티시장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해외에서는 일본법인을 세워 자사 브랜드(PB)들을 글로벌로 확장해가고 있다. 이선정 대표는 올리브영 성장의 일등공신으로서 이재현닫기이재현기사 모아보기 CJ그룹 회장의 신임도 두텁다고 정평이 났다. 실제로 이재현 회장은 올 초 CJ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올리브영 사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선정 대표는 이번 정기임원인사에서도 리더십을 인정받아 유임됐다. 다만, 입점 브랜드들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끊이질 않으면서 세간의 우려를 풀어가야 할 과제를 남겼다.

올리브영은 공정위 조사에 대해 "준법경영 추진 및 업계 상생 노력에도 협력사 관련 논란이 제기돼 매우 안타깝다"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취할 것"이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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