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1위 담배제조 기업 KT&G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의 근무환경 제고에 팔을 걷어붙였다. 임신·육아·출산 휴직 시 최대 3년을 보장하고, 임직원에게는 5년 단위로 3주간의 장기 휴가를 지원하는 등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한다.
KT&G는 과거 조선시대인 1883년 설립된 국영 공기업 ‘순화국(順和局)’을 모태로 한다. 당시 개화파 주도로 국내 최초의 담배제조소가 들어섰으며, 이후 1889년 황실의 재정을 관리하던 대한제국 궁내부 내장원에 ‘삼정과(蔘政課)’가 설치됐다.
1948년 삼정과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재무부 산하 ‘전매국(專賣局)’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는 1952년 재무부의 외청인 ‘전매청(專賣廳)’으로, 1987년 KT&G의 전신인 ‘한국전매공사’로 변모했다.
1989년 한국전매공사는 ‘한국담배인삼공사’로 개명했고, 2002년 민영화하면서 현재의 사명인 ‘KT&G’에 이르게 된다. 앞서 한국담배인삼공사는 ‘Korea Tobacco & Ginseng’이라는 영문명을 썼다.
하지만, KT&G는 새 사명에 ‘Korea Tomorrow & Global’의 의미를 담았다. KT&G는 전매청에서 한국전매공사로 전환한 시점인 1987년 4월 1일을 창립일로 기념한다.
KT&G는 담배와 건강기능식품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한다. 건강기능식품으로는 국내 1위 점유율의 KGC인삼공사를 자회사로 뒀다. KT&G는 올 3분기까지 연결 기준 매출이 4조3524억 원, 영업이익 9743억 원으로 매해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오는 2027년까지 연 매출 10조 달성을 목표로, 3조7000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약속했다. 지분구조는 IBK기업은행이 7.30%를 보유, 최대주주다. 이어 국민연금공단이 6.42%로 2대주주이며 그 외 절반이 넘는 57.43%가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KT&G는 KT, 포스코와 같이 공기업이 민영화 과정을 거치면서 탄생한 회사다. 또한, 오너 대주주가 없는 소유 분산 기업이기도 하다. 이에 KT&G는 주주환원과 더불어 담배기업에 대한 기존 인식을 깨고 여성 근로환경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먼저 육아휴직을 마친 직원이 복귀하더라도 이전 부서에서 동일 직무를 이어가도록 제도화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적인 초저출산 국가다.
정부는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하면서 출산 장려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기업도 보조를 맞춰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여성이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문제는 경력 단절이다. KT&G가 복지 제도 마련에 있어 여성의 경력 단절 우려 해소를 초점으로 맞춘 이유다.
구체적으로 출산에서 KT&G는 첫째 500만 원, 둘째 1000만 원, 셋째 2000만 원의 축하금을 지급한다. 여기에 산후조리원 비용 200만 원도 함께 전달한다. 배우자 출산 휴가도 법정 기준인 10일에서 20일로 확대했다. KT&G는 부부의 난임 유급 휴가 6일은 물론 시험관 아기 시술비도 함께 지원한다.
또한, 서울과 대전 사옥에 어린이집을 마련해 일과 육아를 동시에 챙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KT&G는 만 6세까지 자녀 보육지원금도 첫째·둘째 20만 원, 셋째 30만 원을 챙겨주고 있다.
아울러 KT&G는 임신·출산·육아 휴직 시 최대 3년을 보장한다. 직원들이 육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선 임신한 여직원은 출산할 때까지 출산 휴직을 쓸 수 있다. 자녀 양육에 사용되는 육아휴직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육아휴직 1년 차에는 정부가 매달 100만 원씩 지원해주는데, KT&G는 여기에 100만 원을 더 얹어 지급한다. 2년 차부터는 정부지원금이 중단되는데, 이때 KT&G는 단독으로 월 200만 원씩 챙겨준다. 육아휴직 2년 차까지 월급 수준의 지원금이 나오는 것이다.
KT&G는 별도의 절차 없이 육아휴직으로 자동 전환되는 ‘자동육아휴직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선제적으로 도입했으며, 여성 직원 100%가 이 제도를 사용했다.
최근 3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한 KT&G 남녀 근무자 수는 2021년 46명에서 2022년 49명, 2023년 76명으로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여성의 경우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후에도 12개월 이상 근속한 비율이 100%에 달한다.
이외에도 KT&G는 직원들에게 입사 후 5년 단위로 3주간의 휴식을 보장해주는 ‘리프레쉬(Refresh) 제도’를 함께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근속기간 5년을 채우면 회사가 7일을 지급하고, 개인이 연차 8일을 써 주말 포함해 총 3주간의 휴가를 다녀올 수 있다. 10년 단위로는 회사가 10일, 개인이 연차 10일을 붙여 주말 포함해 총 한 달의 휴가가 지원된다.
KT&G의 여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올해 기준 16년 7개월로, 100대 기업 평균(9년 3개월)보다 월등히 높다. 최근 3년간 여성 관리직 수도 2021년 254명에서 2022년 288명, 2023년 352명으로 꾸준히 올랐다. KT&G는 여성가족부 주관 ‘가족친화기업’과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여가친화기업’ 인증을 획득, 기업문화 개선에도 힘을 줬다.
KT&G 측은 “직원이 마음 편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임신·출산과 육아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정착시켰다”며 “정시 퇴근을 위한 ‘PC 셧다운제’와 ‘사내 어린이집’ 등의 다양한 제도를 통해 직원들이 워라밸을 누리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