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연합인포맥스 보도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매입 시기를 두고 법적인 구멍을 활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MBK가 지분 매입을 시작한 지난달 18일은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멈추라는 2차 가처분 소송을 낸 후 심문기일이 열린 날이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2차 가처분의 인용 가능성을 높게 점치며 고려아연의 89만원 공개매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의견을 시장에 알렸다. 앞서 회사 돈을 최윤닫기최윤기사 모아보기범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에 쓴다는 배임 소지를 따진 1차 가처분(기각 판결)과는 다르게, 미래 투자를 위해 사용할 임의적립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논리가 추가됐다는 게 MBK·영풍 측 설명이었다.
시장에서는 사법 리스크를 부각해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이를 틈 타 저가매수에 나선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18일 고려아연 종가는 82만4000원으로, 고려아연 이사회의 공개매수 가격(89만원)을 하회했다. 이후 2차 가처분이 기각된 21일 주가는 6.43% 상승한데 이어,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23일 기점으로 150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황이 기존 주주들에게 가처분 인용 가능성을 알려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뒤로는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 시세 교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에게는 가처분 승소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알린 후 같은 기간 저가에 지분을 추가 취득한 것"이라며 "가처분 인용 시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불가해 경영권 싸움이 끝날 것으로 본 주주들에게 역선택을 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이번 MBK의 지분 취득은 '내부자 사전공시 의무 제도'를 회피한 사례로 회자되기도 한다. 이 제도는 지난 7월 자본시장법 개장안으로 시행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회사의 내부자인 임원 또는 주요주주(10% 이상 주식 보유 혹은 사실상 영향력 행사 기준)가 회사의 주식을 매수·매도하는 경우 30일 전에 미리 공시해야 한다. 내부자의 주식거래에 대해 일반투자자들도 충분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는 취지다.
주요 주주란 주식 10%이상을 보유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개인 및 기관이다. 지분증권을 포함해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관련 증권예탁증권 등이 포함된다.
단 연기금과 펀드 등 집합투자기구와 은행, 금융투자회사 등 재무적 투자자들은 사전공시 의무자에서 제외됐다. 이미 자체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다.
여기서 쟁점은 이번 고려아연 사태에서 MBK가 집합투자기구에 포함되는 재무적 투자자에 해당하느냐는 점이다. MBK는 영풍과 향후 지분을 교환할 수 있는 풋옵션·콜옵션 계약을 맺은 상태다. 사실상 이번 경영권 분쟁을 주도하고 있어 영풍과의 특수관계자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철회하고, 다시 지분 매입 싸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고려아연의 최윤범닫기최윤범기사 모아보기 회장 측은 사전공시 의무 대상자에 해당해 공시 이후 최소 30일 이후 추가 지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 측은 사전 공시를 하고 한 달 이후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데 이는 PEF(사모펀드)를 상대로 한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매우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사례를 통해 사전공시제의 구멍이 있다는 점이 부각될 수 있고, 개정안의 취지에 맞는 재개정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